'행동구독자' 님을 위한 네 번째 편지 💌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 너무 많소 /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오 / 급히 손보아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줄이겠소  
<새의 얼굴> 중 '부석사에서' 일부
윤제림 지음, 문학동네 시인선 48



님의 여름은 언제 시작되나요? 저는 물병에 보리차 티백을 담아 냉장고에 넣는 날을 여름의 시작으로 삼곤 합니다. 지난 주말, 물병을 냉장고에 넣으면서 작게 낙담했습니다. 역시 엉망인 일상을 실감하는 데는 냉장고를 열어보는 것 만한 게 없더군요. 말라 비틀어진 식재료와 과일, 유통기한이 지난 양념류를 분류해 버리고 정리하면서 휴일을 보냈습니다. 

집안의 '터줏대감'인 냉장고 없는 삶,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냉장고가 우리 일상에 등장한 건 생각보다 꽤 근래의 일입니다. 가정용 전기 냉장고는 1910년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했고, 한국에서는 1960년대에야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해요. 식재료 보관이 간편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식재료 저장법 등 일상의 지식 역시 냉장고 한켠으로 쳐박혔습니다.

무엇보다 냉장고는 음식물 쓰레기 발생에 일조합니다. 한국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중 28.7%는 음식물 쓰레기, 그 중에서도 약 10%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보관만 하다가 버린 것들이라고 해요. 음식물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 영양 섭취와 관련된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30%에 달합니다. 교통수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3%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식생활, 식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4월30일(토) 오후 열렸던 첫 번째 소셜트립 '오늘은 채소를 만나는 행동'은 이처럼 '문제적' 가전제품인 냉장고의 쓸모와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냉장고 속 채소는 겉으로 신선해보여도 이미 영양분은 손실된 경우가 많다고 해요. 보존기간이 긴 것과 건강하게 보관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거죠.

소셜트립을 이끌어 준 박혜윤 생활학자는 식재료를 구입하기 전 두 가지 질문을 기억하자고 말합니다. '이 식재료는 언제 태어났지?'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다양한 식재료를 대형마트에서 구할 수 있어서 어느 것이 제철 식재료인지 마음을 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잖아요. 하지만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계절마다 다릅니다.

'이 식재료는 어떻게 살아왔지?'라는 질문도 중요합니다. 적절한 보관방법과도 연결되기 때문이죠. 저는 강의를 들으면서 당근이나 무 같은 뿌리채소들은 냉장고 안에서도 "서서 자라려고 노력을 한다"라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식재료 역시 '생명'이라는 걸 깨닫고 뭉클했달까요. 소셜트립 참여를 위해 멀리 해남에서부터 온 행동구독자 테이님은 식재료에 대한 두 가지 질문이 단순히 식재료 뿐만이 아니라 "사람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해석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다름'을 생각하는 이야기였다고요. 
  • 참고문헌 <사람의 부엌>(류지현 지음, 낮은산 펴냄, 2017). <채소 저장 안내서>(ver.1) (비매품, 생활학자 박혜윤 정리) 
카페 쓸(ssssl)에서 열린 첫 번째 소셜트립 ⓒ선재
강의 직후에는 박혜윤 생활학자가 준비해 온 도구들로 직접 채소저장고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없이는 살 수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렇게 살 수 없더라도,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앎과 질문을 꼭 쥐고 마음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을 자꾸 만들려고 합니다. 조금씩이나마 함께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행동구독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도 생각합니다. 

행동구독자 님이 일상에서 지구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이야기도 아래 '할 말 있어요'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보내주신 내용은 다음 뉴스레터에 소개하겠습니다. 그밖에 행동 구독에 참여하시는 동안 시사IN이나 오늘의행동에 할 말이 생긴다면 무엇이든 알려주세요. 확인하는대로 피드백 드리겠습니다.


💌 '더 작은 행동'을 추가로 받아보세요(무료) 행동 구독은 홀수달인 3월(3600초)과 5월(씨앗폭탄) 배달 되었고 7, 9, 11월 배달 예정입니다. 행동 구독자 중 원하는 분들에게 짝수달(6, 8, 10월)도 기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작은 행동들을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4월에는 개구리접기 도면 등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밖에 공개된 적 없는 '깜짝 도구'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67명이 받아보고 계신데요, 신청하신 분들은 다시 신청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더 작은 행동' 신청하기)
두 번째 소셜트립
두 가지 준비했습니다 🌱
씨앗폭탄은 잘 받아 보셨나요? 여러분이 받아보신 씨앗폭탄은 오늘의행동 활동가들이 하나하나 손수 만든 폭탄입니다. '나는 이렇게 했어요' 후기를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도구와 함께 벌인 활동이 우리를 연결합니다. 

씨앗주머니를 매단 강아지들이 산불 피해지역을 뛰어다니며 씨앗을 뿌렸다는 뉴스는 근래 제 마음을 가장 환하게 해준 이야기였습니다. 씨앗폭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오늘의행동에서 공유해주신 '집에서 씨앗폭탄 만들기' 방법을 참조하셔도 좋겠습니다. 관련해 오프라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도 준비했습니다. 아래 내용 잘 살펴보시고 신청해주세요 :) 

💣김현아 생활학자에게 배우는 야생화 워크숍 (유료)
“가드닝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사회적인 참여와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정원활동가로 소개해요. 다양한 가드닝 사례들을 찾아서 생태계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원활동가 김현아 인터뷰 더 읽기

리와일드볼(REwild ball)은 여러분이 5월 행동도구로 받은 씨앗폭탄과 비슷하지만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정원활동가 김현아 선생님에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야생화에 대해 배우고, 리와일드볼을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숍을 준비했습니다. 참가자는 마인드풀가드너스가 제작한 '액션 가드닝 저널'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워크숍은 5월27일(금) 오후 3시부터 서울혁신파크에서 진행됩니다. 행동구독자를 우선 모집합니다(5월19일까지). 행동구독자는 참가비 10%를 할인해드립니다(1만8000원). 
🏃🏻오늘의행동이 여러분이 계신 곳으로 갑니다, 씨앗폭탄 만들러 (단체 대상, 무료)
오늘의행동이 흙과 씨앗을 챙겨들고 여러분이 계신 곳으로 갑니다. 씨앗폭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세요. 또 게릴라가드닝과 오늘의행동 행동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아래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15인 이내 모임(학교, 동아리 등) 두 곳을 선정해 찾아뵙겠습니다. 도구 일체는 오늘의행동이 준비하지만, 장소는 신청모임이 제공해주셔야 합니다. 
시사IN book@sis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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