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을에서]


적막


이재철 목사
 
어둠이 삼라만상을 뒤덮기 시작하면 적막이 시작됩니다. 도시에 살 때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도, 아니 경험해 볼 수도 없었던 적막입니다.
아예 한밤이 되면 부엉이나 두견새 혹은 종달새가 울거나, 개가 밤의 정적을 깨트리고 짖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적막이 사방에 내려앉는 동안에는, 그 어떤 생물도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농부들은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기에, 물론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적막의 무게만 온 세상을 압도할 뿐입니다.
나는 낙향한 이후에야 매일 밤 대면하게 된, 그 적막을 참 좋아합니다. 그 적막은 온종일 분주했던 나의 머리를 차분하게 리셋시켜 주고, 하루만큼 더 때 묻은 나의 마음을 정결하게 씻어 줍니다. 그리고 그 적막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줍니다.
그 적막 덕분에 나는 이튿날을, 또 새날로 맞습니다. 
[지금 이 책]


교회, 전통, 자녀교육에 대해

김준표 에디터

연동교회 말씀 사경회에서 이재철 목사가 2021년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전한 설교를 묶었다. ‘교회가 새로워진다는 것은?’, ‘전통이란 이름의 우상은?’, ‘신앙적인 자녀교육은?’이라는 세 주제로 설파된 말씀이다. 
한국 교회는 오래전에 쇠퇴한 유럽 교회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는 길은 광야 교회, 아웃사이더 교회가 되는 길뿐으로, 욕먹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제거해야 할 대표적 우상은 직분의 계급화, 권력화이다. 한국 교회는 장로교가 다수인데 칼뱅은 장로교회를 세운 적이 없다. 칼뱅은 수평적인 교회를 계획했으나 한국 교회에서 직분은 계급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에서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30~40대가 교회를 떠났기 때문이다. 30~40대는 교회의 바뀌지 않는 부조리를 마주하고 떠난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은 ‘자립’과 ‘공생’이다. 밥상머리에서부터 우리의 교육은 시작된다. 

이재철 지음 | 128쪽 | 2023년 8월 25일
[이덕주와 오후의 정원]


늘그막에 천사를 만난 친구 목사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


오랜만에 신학교 동기 모임에 나갔다. 부인을 포함, 20여 명이 인천에서 모였는데 목회 막판에 웅장한 예배당을 지은 친구 교회를 방문하여 대접을 잘 받고 인천의 초기 선교역사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이어 은퇴 후 배다리에서 고서점을 하는 친구가 낸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찻집으로 옮겨 대화 시간을 가졌다. 나처럼 은퇴한 목사가 반 정도였고 나머지도 1, 2년 있으면 은퇴할 처지였다. 자연히 우리 대화는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대부분 은퇴 후 삶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장성한 자식들 이야기를 나누며 위안과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그런 중 내 앞자리에 앉았던 친구로부터 뜻밖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산의 아담한 교회에서 30년째 목회하고 있는 그 친구는 작년 11월 뒤늦게 아들 결혼식을 치렀다. 그런데 결혼식 하객을 맞이하던 부인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동기 중에 유독 부부금슬이 좋았던 그 친구는 부인의 병치레와 장례식을 치르면서 목회할 마음도, 자신도 잃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인들에게 “정년이 남았지만 앞당겨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교인들은 “목사님, 목회까지 그만두시면 무너지십니다” 하며 만류하였다. 은퇴 생각은 접었지만 목회에 대한 자신감은 잃었다. 친구의 고백이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열흘 만에 죽었을 때 제일 힘들었지. 그런 중에도 습관적으로 새벽기도회는 했어. 우리 교인들은 새벽기도를 별로 안 해서 아내와 둘이서만 기도할 때가 많았지. 아내를 중환자실로 옮긴 직후 새벽기도를 하러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30대 후반쯤 되는 낯선 남자 한 명이 앉아 있는 거야. 우리 교인도 아니기에 ‘뭐 하는 분이냐?’ ‘어디 교인이냐?’ 묻지도 않았어. 한두 번 나오다 그만 두겠지 했는데 계속 나오는 거야. 주일예배나 수요일 예배엔 나오지 않고 새벽기도회에만 나왔어. 그 사람 때문에 나는 집안에 아무런 변고가 없는 것처럼 평소같이 기도회를 인도했어. 그 사이 아내가 죽고 장례식까지 치렀지. 그렇게 한 달 동안 그 남자교인 하나를 놓고 새벽기도회를 하는 중에 나도 모르게 아내를 잃은 고통과 슬픔이 사라지면서 목회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먼. 그런 결심을 한 다음 날,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러 나갔는데 그가 없는 거야. 그 후로 그를 다시 보지 못했어. 그가 누군지 지금도 몰라.”
여기까지 듣고 있던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천사네, 뭐” 하였다. 그러했다. 친구는 천사를 만난 것이다! 갈멜산 사건 직후 도망자가 된 처지의 엘리야가 삶과 사역에 대한 의지를 잃고 로뎀나무 아래 들어가 ‘죽기를 작정하고’ 단식투쟁에 들어갔을 때, ‘죽을 만하면 나타나서’ 떡과 물을 먹여 주며 “아직 갈 길이 멀다” 일깨워 주었던 바로 그 천사였다(왕상 19:4-7).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천사를 만났던가?” 그러고 보니 나도 그동안 목사로, 신학교수로 사역하면서 한계와 실망을 느끼고 사역을 포기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찾아와 “남아주세요” “우리는요?” 하며 잡아 주었던 교인과 학생들이 천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교만의 늪에 빠질 즈음 “안 돼! 당신이 목사야?” 호통의 목소리로, 좌절의 늪에 빠졌을 때 “힘내! 당신은 할 수 있어” 격려의 손길로 지금까지 삶과 사역의 동반자가 되어 준 아내가 바로 하나님이 붙여 주신 천사였다. 뒤늦게 ‘천사와 함께 사는 행복’을 깨닫게 해주신 은총의 하루였다. 
[책 속에 넣어둔 편지]


믿음 첫 단추 1 ―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해


박혜란 에디터

다음 예배를 기다리던 중 청소년 부서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책으로는 접했었지만 설교로는 처음 듣게 된 '기독교 세계관'에 관한 주제였다. 청소년들의 세계관(?)과 잘 연결해 가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덕분에 덩달아 끝까지 경청했다. 아이들이 소그룹 시간에 생각을 써 낸 글을 보게 되었는데, 오늘의 주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바람과 신앙의 깊은 생각들을 읽게 되었다. 대답도 미동도 없는 친구들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기독교 세계관'은 신앙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누구나 바르게 알아야 할 주제이다. 교회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 주제에 대해 갈급했던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추천할 만한 책이 많지 않았다. 
정석원 목사님의 기획으로 출간하게 된 '믿음 첫 단추' 3부작은 이 갈급함에서 시작하였다.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이들에게 바른 세계관을 정립하고자 기획되었다. 첫 번째가 '기독교 세계관', 두 번째가 '성경', 세 번째가 '교리'이다. 많은 교회와 교사 그리고 청소년 청년들을 생각하며 열정과 사랑으로 집필되었다. 이 책이 믿음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일에 오랜 시간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정석원 지음 | 180쪽 | 2023년 9월 15일
[읽기의 순간들]


C. S. 루이스 독서 노트, 나의 신앙 에세이


이수민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엄마


어린 두 아이를 양육하며 때론 황량한 광야 가운데 혼자 덩그러니 있는 듯했고, 때론 갈급했고 공허했던 그때. 남편의 책장에서 C. 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를 발견해 읽기 시작한 것이 루이스와 첫 만남이었다. 저자의 한 문장, 한 문장… 책 속의 그는 탁월한 비유꾼이었고 꽤나 논리적이었으며 무척이나 설득력 있고, 마치 내 앞에서 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듯 깊이 몰입케 했다. 우리를 만드신 주된 목적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심으로써 우리를 그의 사랑이 ‘아주 기쁘게’ 머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시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렇다. 내 안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들어올 자리조차 없었다. 

‘하나님이 머물기 좋은 상태’로 나를 가꾸어 가는 것!
고통스럽지만 나를 내려놓고 나의 자아를 하나님께 완전히 양도하는 것!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어질 때 우리는 예기치 못한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내 갈급함과 내 공허함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한 그 기쁨과 평안은 그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내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머물기에 합당한,
성령님이 거하시기에 불편하지 않은,
5성급 호텔 같은 나의 몸과 영일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부단히 애쓰고 있다. 

C. S. 루이스의 책들은 두고두고 꺼내 볼 만한 책들이 많다. 책을 읽어 가며 드는 궁금증,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들, 내게 주시는 말씀들…  이곳저곳에 기록하지 않고 《C. S. 루이스 독서 노트》 이 한 권에 모아 기록하고 사유하게 된다면 이 또한 한 권의 내 신앙 에세이가 되리라 생각된다. 24권의 C. S. 루이스 책을 꼭 다 읽어 보리라 다짐하며 “저는 하나님과 더불어 평화롭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우리의 매일의 삶이길 소망한다.
[가까이 또 멀리]


이렇듯 어떤 과학적 계획자들이 꿈꾸는 바대로 실현될 경우, 인간의 자연 정복이란 실상 수백 명의 인간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인간에게 행사하는 지배력을 의미합니다. 인간 힘의 단순한 증가란 존재하지 않고 또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이 갖는 모든 새로운 힘이란 또한 인간에 대해 행사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진보는 인간을 더 강한 존재로 만드는 동시에 더 약한 존재로도 만듭니다. 각각의 승리마다 인간은 개선행진을 하는 장군이자 동시에 그 행진을 따르는 포로이기도 합니다. 
C. S. 루이스 《인간 폐지》 
새 책 나옵니다


𝓃𝑒𝓌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해 믿음 첫 단추 1
믿음 여행에서 처음 만난 '기독교 세계관'은 시시각각 변하는 혼란스러운 여정 가운데 믿음의 눈을 갖게 하고, 분명한 목적지를 밝혀 준다. 굽잇길 곳곳에 세워 둔 화살표가 난제가 생길 때마다 방향을 안내한다. 믿음 첫 단추 3부작(기독교 세계관, 성경, 교리) 중 첫 권으로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자가 소통하며 배움을 확장해 갈 수 있으며, 강의안 형태로 되어 있어 교회 현장 활용도가 매우 높다. 중고등부, 대학 청년부, 새신자부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정석원 지음 | 180쪽 | 9월 출간

𝓃𝑒𝓌 화진포의 성 
강원도 고성에는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화진포 성이 있다. 이 건물은 현재 셔우드 홀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12월 완공 예정). 《화진포의 성》은 한국을 사랑했던 닥터 홀 가(家)의 감동적인 선교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로, 〈강원고성신문〉에 소설가 황연옥이 48회 연재한 글들을 묶었다. 격동의 구한말에 2대에 걸쳐 의료 선교사로 헌신한 닥터 홀 가의 뜨거운 사랑, 희망을 느껴 볼 수 있다.
황연옥 지음 | 396쪽 | 9월 출간

𝓃𝑒𝓌 이재철 목사의 메시지

이재철 목사의 단편 설교 모음집. 메시지 시리즈를 찾는 독자들이 꾸준히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제작을 하지 못했다. 이에 메시지 시리즈 《주님의 사람》, 《주님의 교회》, 《주님의 심판》, 《주님의 치유》, 《교인의 수준, 목사의 수준》, 《고생의 밥과 물》 여섯 권과 과역중앙교회에서 전한 두 번의 말씀을 하나로 묶어 단행본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재철 지음 | 200쪽(예상) | 10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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