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매거진 김수림 디자이너 7문 7답

투룸 제작진 인터뷰

투룸매거진 디자인은
대체 누가하나요?

에디터 차유진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시작이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고작 이메일을 한 두번 주고받았을 뿐인데,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왠지 모르게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투룸매거진을 창간한 뒤 6호까지는 디자인의 ㄷ자도 몰랐던 제가 인디자인을 독학해 직접 만들어 발행했습니다. 반년을 해보니 바로 알겠더라고요. ‘약은 약사에게,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라는 것을요. 디자인이 곧 제품과 서비스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하는 요즘, 운이 좋게도 투룸은 김수림 디자이너와 연결됐습니다. 


매달 말 수림에게서 “이번호 디자인 완성본 공유해요~!”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하던 일을 일단 모두 제쳐두고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투룸매거진을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합니다. 이번엔 얼마나 재밌는 디자인을 해냈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투룸매거진은 대체 누가 디자인하는 거예요?”라고 묻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관심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답니다. 투룸 제작팀 안에서도 비교적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수림 디자이너에게 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1.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독일에 오게 된 건가요?


한국에서 수개월 동안 취업준비를 하며 멘탈이 많이 무너져 있었을 때, 우연히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해외 인턴공고를 발견했어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에 취준생의 현실감각이 더해져 독일행을 결심했습니다. 1년 정도 이곳에서 일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취직하자고 결심했는데, 어느새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이직도 두 번이나 했어요.


2.

투룸매거진을 창간한 차유진 대표와 가장 오래 호흡을 맞춰온 팀원으로, 2021년 6월부터 디자이너로 합류해 7호부터 매거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어요. 투룸매거진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복되는 회사생활이 지겨워 내린 결정이었어요. 당시 이직을 한 지 1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는데, 팬데믹 때문에 회사에 일은 없고,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엔 계속해서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어요. 번아웃이 일주일 단위로 찾아오던 시기라 누군가 날 억지로 끌고 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봐요. 그때 타이밍 좋게 투룸과 연결됐어요. 일단 컨셉이 재미있었고, ‘이방인’의 ‘이방’에서 따온 투룸매거진이라는 이름도 좋았고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3.

투룸매거진에 처음으로 모바일 버전을 디자인해 선보이고, 전반적인 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해왔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은 디자인 작업은 무엇인가요? 


투룸에서 처음 만들었던 7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아직 모바일 버전도 없었고, 웹용으로 디자인되어 가로로 긴 판형에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날 것의 재미가 있었어요. 제약 없이 모든 것이 열려 있고, 뭘 해도 박수받았던 작업이라 기억에 많이 남네요(웃음). 유진은 여전히 제가 뭘 해도 좋다고 해주어서 늘 많이 응원받고 있어요. 첫 결과물을 공유했을 때의 반응은 투룸과 꾸준히 함께 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고, 당시 많이 낮아져 있던 제 자존감을 많이 올려주었어요. 

수림과 반려묘 흰둥이

4.

풀타임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투룸매거진을 매달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보수가 높은 것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룸매거진의 디자이너로 계속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투룸과 일을 시작할 때 깊게 생각하거나 계산하지 않았어요.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아 실망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죠. 유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깔끔했던 것도,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껏 할 수 있단 것도,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물론 보수는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좋지만, 이젠 돈보다 중요한 것을 얻었으니 투룸과 저의 관계에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5.

투룸매거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흐름이요. 개인적으로 웹툰과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요, 이런 콘텐츠를 볼 때 제게 가장 중요한 건 감정선이 끊기지 않는 거예요.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 각 챕터의 감정선을 유려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신경 써요. 그런 의미에서 각 기사의 커버 디자인은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부분이에요. 첫인상을 책임지는 부분이니까요. 

디자인 미팅 때는 주로 수림의 무릎 위에 앉아
귀 두 개만 보여주는 흰둥이  

6.

최근 투룸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데요,

가장 오래 일한 동료로서 이 변화를 지켜보는 마음은 어떤가요?


너무 기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뻐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투룸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매거진과 독자의 관계가 아닌 커뮤니티로서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가면 더 좋겠습니다.  


7.

매달 편집장 다음으로 모든 콘텐츠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수림 디자이너가 생각한

투룸매거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도 알려주세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콘텐츠가 모여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제가 즐기는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저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들이 많아요. 아이돌, 드라마, 웹툰, 영화 등 모든 것들이 가상의 이야기이거나 제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죠. 투룸은 달라요. 현실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배울 수 있어요. 


최근 투룸 콘텐츠 중에선 짝수 달마다 연재되고 있는 에세이 <오 젊은 우리 사랑>이 재미있어요. 성 정체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저에겐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는 게 정말 흥미로워요. 그리고 인터뷰 중에선 36호에 실린 캐나다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는 유수민 님의 인터뷰가 정말 좋았어요. 저도 나무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유수민 님의 인터뷰를 보고 조금 더 용기가 생겼어요. 언젠가 저도 공방을 다니며 배워보고 싶어요.

투룸매거진 짝수 호에 연재되고 있는 에세이
<오 젊은 우리 사랑의> 최신 에피소드  
투룸매거진 36호에 수록된 유수민 님의 인터뷰 <나는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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