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루비알레스는

#SeAcabó(끝났다)

스페인 여자 월드컵 우승에 대한 기쁨이 물거품 됐습니다. 스페인 축구연맹 지도자 루이스 루비알레스 탓입니다. 시상식에서 루비알레스가 에르모소 축구선수에게 강제로 입맞춤한 사건은 스포츠계는 물론 전국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페인 전역에선 페미니즘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금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사건 발생 이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마드리드에 모여 루비알레스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서은 기자가 현지 엘파이스 보도 등을 통해 스페인 상황을 담았는데요. 이에 따르면 동료 선수들을 비롯해 축구팬과 스페인 국민은 "우리는 에르모소와 함께한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피해 선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SNS에는 "루비알레스는 '#SeAcabó(it's over, 끝났다)'"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했습니다.

스페인 대표팀은 연맹 지도부가 물러날 때까지 국가대표로 뛰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코치진 6명도 루비알레스를 규탄하며 사퇴했습니다. FIFA 징계위원회는 루비알레스에게 90일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도 하는데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루비알레스는 공직 수행 자체를 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검찰은 에르모소에게 15일 동안 성폭행 피해자로 정식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이 '스포츠와 사회 전반의 성차별에 대한 성찰 필요성'에 불씨를 지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스포츠 매체는 "여성 선수들이 오랫동안 직면해 온 뿌리 깊은 시스템 문제를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축구 스타 매건 라피노는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언급했고, 가디언은 "스페인 축구에 '미투' 순간이 도래했음이 분명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버젓이 '2차 가해'하는 루비알레스

이번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비판과 분노를 키운 데에는 루비알레스의 뻔뻔한 거짓 해명이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비알레스는 자신이 "거짓 페미니스트에 의한 마녀사냥 피해자다" 라고 주장했는데요. 또 "합의에 의한 키스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에르모소 선수는 성명을 내고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격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고도 했습니다. 루비알레스의 발언은 거짓 해명이거니와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그 어떠한 사람도 직장에서나 스포츠에서나, 사회적 환경에서 이러한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느낀다."

에르모소 선수의 발언에 지지와 박수를 보냅니다.

👀스페인에서 여성인권 보호는?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마초(남성우월)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2018년 법원의 집단 성범죄 솜방망이 판결로 촉발된 '스페인판 미투 운동' 사건을 계기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20대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에서 법원이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죄'를 적용한 겁니다. 여성인권 운동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는데, 이 사건 이후 더욱 탄력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2년 스페인 의회는 '비동의 강간죄' 처벌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해당 법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건과 중죄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성범죄자 형량이 낮아지는 법의 허점이 발견돼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호하고 직장 내 평등을 증진하는 법이 통과됐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루비알레스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 스포츠계를 정비하고 성평등을 증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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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성들이 "무너지고 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2년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존재가 계속 지워지고 있습니다. 여학교 폐쇄를 시작으로 여성의 대학 진학 금지, 국제기구 근무 금지, 체육관과 공원 출입 금지, 미용실 폐쇄 등이 잇달아 내려졌는데요. 이번엔 "여성의 국립공원 출입을 금지"를 추가했습니다.

공원 출입 금지가 "올바른 히잡 착용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건데, "아프간 여성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여성들의 권리가 박탈당하면서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서영 기자가 가디언이 아프간 여성 미디어와 비영리 단체와 조사한 내용을 기사로 다뤘는데요. 아프간 내 공립병원과 정신건강진료소 약 3분의 1을 조사한 결과, 2021년 8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래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여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살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가 두 배 이상 많다고 해요. 아프간도 공식 집계가 남아 있는 2019년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지난 2년 사이 아프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탈레반의 여성 탄압 통치'에서 찾습니다. 탈레반 재집권 이후 여성의 교육할 권리, 노동할 권리, 출입할 권리를 앗아간 결과라는 겁니다. 헤라트 서부 병원의 한 의료진은 "정신과 입원 환자 중 약 90%는 새로운 제한의 무게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여성들" 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재집권 하에서 가정폭력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관련 기사는 전문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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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한국 여자 단식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2-0으로 꺾었습니다. 1977년 시작한 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의 여자 단식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습니다.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을 제패한 것은 안세영이 처음입니다.

✔안세영, 한국 배드민턴 새 역사 썼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 홈리스행동·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과 홈리스야학 교사들로 이뤄진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년간 여성 홈리스 7명의 생애를 기록한 겁니다. 활동가들은 여성 홈리스에 대해 떠도는 소문들을 작은 단서 삼아 길을 나섰습니다. 가방 또는 '봉다리'들은 이 여성들이 홈리스임을 드러내는 표식이자 차별과 배제의 표적이 되도록 만드는 존재입니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여성 홈리스 생애를 기록하다

📌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교제폭력을 신고한 연인을 살해해 구속된 보복살인범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 수법이 잔혹해 죄가 크다.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와 높은 재범 위험성을 고려하면 영구히 사회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교제폭력 신고 보복살인범 1심서 무기징역

문화가 있는 플랫

공동체 영화 상영 후기🎈

"뜻깊은 영화 넘 잘봤고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기자님을 만나니 앞으로 플랫 메일이 더 반가워질 것 같아요"

"다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자리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넘 재미있고 따뜻했습니다"

💞 플랫 레터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공동체 영화 상영이 독자분들의 소중한 관심 덕분에 잘 마무리됐습니다.👏👏👏 저는 영화를 마치고 독자분들이 주신 메세지로 마음 든든한 한 주를 보냈답니다. 공동체 영화 상영때 직접 봰 얼굴 한분 한분을 떠올리면서 후기를 씁니다.📫

지금은 어느 OTT에서 볼 수 없는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 영화를 본 뒤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 한 참석자의 감상평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그는 "우리 몸에 대한 결정권을 말하는 게 당연한데 왜 저렇게까지(반발에 부딪히는 과정들)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레베카 곰퍼츠가 마치 '캔디'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로 헤쳐나가는 게 좋았다"면서 "이런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영상으로 보니 영상을 보기 전후로 달라지는 기분도 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다른 참석자는 "나름 여성인권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런 단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 다행이다"고 했어요.👍

저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는데요. 영화는 곰퍼츠를 주축으로 한 '파도 위의 여성들' 단체가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을 어떻게 잘 진행하는지 보여줄 거라는 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극렬한 반대에 맞서는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극렬 반대자에게 계란을 맞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며 경찰에게서 배 내부를 수색당하지만, 주저앉는 법이 없습니다. 이젠 벼랑 끝이 아닌가, 생각할 무렵 기어코 '돌파구'를 찾아냅니다.

방송에 나와 임신중지에 효과적인 약을 설명하는가 하면, 정보교류가 활발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웹 위의 여성들(위민온앱)'을 엽니다. 자신들이 일일이 가기 힘든 지역엔 '비상 전화번호'라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에선 '도전엔 끝이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어요. 에콰도르에서 이른바 '성모상 점거 작전(성모상에 비상 전화번호 홍보 현수막 설치)'은 그 가상한 노력에 그만 웃음이💕 퍼졌어요. 그런 긍정적인 힘이 곧 '파도 위의 여성들'이 나아가는 동력입니다.

영화에 나온 임신중지 관련 약 정보를 받아 적었다는 참석자는 "이런 안전한 곳에서도 어쩐지 적는 게 꺼려지는 마음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두려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의 간극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지점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임신할 수 있는 몸이니 너가 조심하라"는 말을 듣는 현실에서 "여성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중요하다"는 당위성이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영상 하나만으로 정말 많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우리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찬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 독자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자리'를 어떻게 잘 만들지 고민하고 조만간 또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요. 다시 얼굴 보면서 인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