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고용 #E-9 #구직포기청년
TODAY's DIGGING
취업이 이렇게 힘든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글 June
이제는 도대체 몇 년 전부터 시작됐는지 기억도 안 나는 ‘청년 취업난’, 여전히 20대 취업 준비생은 넘쳐나고, 직장에 들어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취업이 너무 어렵다는 뉴스는 언제쯤 그만 나올지 가늠할 수가 없죠.

그런데 요즘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단어 중에는 ‘인력난’도 있어요. 말하자면 ‘일할 곳이 없다’는 뉴스와 ‘일할 사람이 없다’는 뉴스가 함께 쏟아지고 있는 셈이에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한번 짚어봤어요.
실업률만 보면 ‘완전 고용’
일단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실업률은 지난해부터 2%대를 기록하고 있어서 매우 낮은 상태예요. 올해 10월 실업률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0.3%p 하락한 2.1%로 집계됐어요. 역대 10월 중 최저치를 경신했죠.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경제 활동 인구’ 중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업자가 100명에 2명꼴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사실상 전 국민이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찾았다는 거예요.

경제학적으로 봐도 2%대 실업률은 이직과 구직 등 직업 탐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으로 볼 수 있어요. 통계상으로 취업이 어려운 시대는 전혀 아니라는 거죠.
일자리 넘친다는데, 왜 취업 어려울까
하지만 ‘청년 취업’만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요즘 20대 청년이 “취업이 쉬워졌어”라고 이야기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잖아요. 실업률은 역대 최저인데,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 난도는 ‘극상’인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 장년·노년층만 늘어나는 일자리 
    지난달 취업자 수 통계를 살펴보면, 일자리가 넘쳐나는 나라에서 청년들만 힘들게 취업하는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어요.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0월, 국내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달 대비 34만 6000명 증가했는데, 30세 미만(15~29세)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8만 2000명이나 감소했어요. 60세 이상 취업자가 33만 6000명이나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에요. 일자리가 늘긴 하는데, 20대를 위한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거예요. 노년층 일자리만 계속 증가하는 추세죠.
  • 늘어난 ‘그냥 쉬어요’ 청년
    어려워진 취업 때문에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청년이 늘어난 점도 중요해요. 아예 취업 노력을 하지 않는 ‘구직 단념 인구’는 경제활동 인구로 보지 않아서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거든요. 이런 청년 수가 늘어난다는 건 결국 실제보다 실업률이 낮게 집계된다는 뜻이고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에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15~29세 청년은 월평균 41만 명에 달했어요. 전체 청년 인구의 4.9% 수준이에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쉬었음’ 인구 비율은 전체 청년 대비 2%대였는데, 많이 늘어난 거예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에 구직난이 심각해져 일시적으로 정점을 찍었던 걸 제외하면, 사실상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예요.

  •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미스매치’
    정작 일자리가 넘쳐나는 분야는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가 떨어져요. 실제로 올해 들어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하는 분야는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정부가 ‘구인난을 돕겠다’며 대대적인 대책까지 수차례 내놨을 정도죠. 정부가 일할 사람 찾는 걸 돕겠다고 발표한 업종은 제조·보건·물류·건설·음식점·농업·해운·수산·자원순환업 등이에요.

    제조업 중에선 조선업이 최근 일감 증가에 따라 구인난을 겪는 대표적 업종이고, 보건 분야에선 노인 돌봄 분야의 근로자가 많이 부족해요. 해운업체들은 선원이 부족하고, 음식점과 농수산업에서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죠. 업종별로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업무 강도가 높아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결국 청년들이 선호하고 원하는 일자리는 부족한 거예요.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이 정말 힘든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뉴스도 함께 쏟아지는 ‘미스 매치’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예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정부
정부는 산업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구인난과 청년층의 구직 포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어요.

  • 외국인 근로자 늘리기 : 일단 산업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폭 늘렸어요. 숙련도가 낮은 단순 노무직에게 발급하는 E-9 비자의 올해 발급 규모를 작년(6만 9000명)에서 12만 명으로 늘렸고, 내년에는 역대 최다인 16만 5000명까지 확 늘리기로 했어요. 용접 근로자가 필요한 조선업 등 일부 산업 분야를 위해선 숙련된 기능직에게 발급하는 E-7 비자의 발급 요건을 완화했어요.
  • 쉬는 청년 줄이기 : 정부는 지난달 일자리를 찾지 않고 쉬는 청년을 줄이기 위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했어요. 총 1조원을 투입해 구직 포기 청년을 줄일 계획이래요.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선호도가 높은 민간·정부·공공기관 청년 인턴을 올해 4만 8000명에서 내년에는 7만 4000명으로 늘릴 거라고 해요. 조선업 등 선호도가 낮아서 고용을 못하고 있는 ‘빈 일자리’ 업종에 취업하는 청년 2만 4000명에게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 사회 초년생이 직장에 잘 적응해서 중도 이탈하지 않도록 신입사원의 직장 적응을 돕는 방안 등도 대책에 포함됐어요.
대책 계속 만들어도 쉽지 않네요
정부는 산업 현장의 인력난 완화 방안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늘리기라는 긴급 처방을, 청년들의 구직을 활성화할 수단으로는 일 경험·지원금 늘리기 등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택했어요. 물론 두 가지 모두 ‘일자리 미스 매치’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지만 말이죠. 사실 경제가 호황을 맞아서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지 않는 한, 고용 문제를 풀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우리는 언제쯤 ‘취업난’이나 ‘인력난’ 뉴스가 쏟아지지 않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까요? 낮은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까운 미래, 정부의 대책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 ‘청년층 취업이 어렵다’는 뉴스와 ‘일손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함께 쏟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취업 난도는 높은 것.
· 장년층과 노년층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점,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이 증가한 점, 청년층 비선호 업종에서 일자리가 넘치는 ‘미스 매치 현상’이 일어난 점 등이 주요 원인.
· 정부는 고용 시장의 미스 매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폭 늘리고, 예산을 대거 투입해 구직 포기 청년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음.
EDITOR's COMMENT
장기 계획도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 늘리기

안녕하세요. <디그>를 열심히 쓰고 있는 JUNE입니다. 오늘은 청년층의 취업난과 산업계의 구인난을 정리해 봤어요. 정부는 청년층 취업을 돕는 여러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구인난 해결에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특히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비전문 취업(E-9) 비자’ 활용이 정부 대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모습이에요.

 

음식점업과 광업·임업에 종사할 사람이 줄어들자, 지난달 말 정부는 E-9 비자를 이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대책을 발표했어요.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한 ‘관광 활성화 대책’에도 E-9 비자 활용은 빠지지 않았죠. 부족해진 호텔·콘도업계의 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업종에서도 E-9 비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해줬어요.

 

출생아 감소로 청년층 노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외국인 근로자를 빠르게 늘릴 땐,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대책도 함께 준비해야 할 거예요.

 

문화적인 갈등은 당장 풀기 어렵다고 쳐도, E-9 비자 취업자의 경우는 고용주와 근로자 양측에서 제도 자체를 두고 갈등이 심하거든요. 일손이 부족해 E-9 비자가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막상 한국에 들어오면,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며 일을 대충 한다’고 주장해요.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한 중소기업(500곳) 중 58.2%는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입국 후 6개월 이내에 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요. E-9 비자 취업자는 원칙적으로 회사를 옮길 수 없는데, 해고나 휴업·폐업, 부당한 처우가 발생하면 일터를 바꿀 수 있어서 이런 일이 꽤 있다고 해요.

 

높은 업무 강도로 선호도가 낮은 업종에 E-9 비자가 활용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외국인 근로자가 지나치게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으니까 말이에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액은 1223억원이었고, 매년 1000억원이 넘는대요.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산업 재해에 따른 사망자(392명)의 10.7%는 외국인 근로자였어요.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만 급격히 늘리는 정책은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어요. 기본적으로 노동 환경의 개선에 힘쓰면서, 비자 제도를 악용하는 근로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방법을 어서 고민해야 할 거예요. 전문가들은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만 늘리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해요. 외국인이 숙련도를 쌓아 국내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짤 필요가 있다는 거죠.

 

국내 청년 인구가 줄면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근로자, 곧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꽤 커질 텐데요. 우리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그날을 잘 준비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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