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91 〈나의 디제이에게〉

하나의 감각으로부터

님의 아침은 어떤 모습인가요? 영원히 머무르고픈 따뜻한 집에서 나와 어깨를 움츠린 채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손으로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선은 창밖에 두고 어디쯤 왔는지 가늠했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무척 바쁜 순간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쯤엔 어떤 노래들이 지나갔는지, 출근길의 풍경은 어땠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죠. 우리는 여러 감각을 동시에 쓸 수 있습니다. 그건 곧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기에 어느 하나에 쉬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감각의 촉이 무뎌진 기분이라면,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만 몰입해 보는 건 어떨까요? 좋아하는 디제이의 목소리, 두 사람의 나긋한 대화, 아득히 들려오는 노래, 발걸음에 맞춰 부서지는 낙엽. 흘러가는 소리를 하나씩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분주하던 마음이 걸음을 늦춘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AROUND》 91호 속, 듣는 이의 고백에 귀 기울여보아요.

11.16.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11.30.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12.14.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잠을 청하기 전, 라디오를 듣고 말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끝내는 못다 한 이야기를 꺼내둔다.


글 이명주  일러스트 추세아

디제이 타블로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타블로 디제이에게 안부를 물어요. 당신을 알게 된 건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을 즈음과 비슷해요. 그때 저는 아직 한참 어린 학생이었는데요. 위로 형제가 있는 동생들은 언니나 오빠가 보고 듣고 즐기는 것들이 좋아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언니들이 듣는 에픽하이의 노래 몇 곡을 곁에서 맴돌다가 따라 듣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가 앨범 전체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가사를 외우고 에픽하이가 출연한 방송을 챙겨 보다 마침내 라디오까지 닿게 된 거죠.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그러니까 ‘꿈꾸라’를 들으면서 듣는 이에게 다정함을 전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당신은 오프닝 멘트에서 하루의 기분을 묻는다면 클로징 멘트에서 듣는 이의 꿀 같은 잠을 빌어주잖아요. 매일 듣는 인사 덕분에 나의 사위를 둘러보고 밤을 부드럽게 매듭지은 후 잠을 청할 수 있었어요.

타블로 디제이도 어릴 때 라디오를 많이 들었죠? 음원 사이트도 없었고 음반이나 테이프를 맘껏 살 수 없었던 때라,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들으려면 내내 라디오를 틀어놓고 기다려야 했다고요. 우연히 기다리던 노래가 나오면 기적이 일어나는 느낌이었는데, 그 마음을 청취자에게 선사하는 디제이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던 게 기억나요. 그 기적에는 라디오의 화자와 청자가 내밀한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네요. 사연을 읽고 전하는 위로가 한 사람에게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엇비슷한 모양의 고민을 가진 모든 이에게 닿잖아요. 당신의 한 마디에 다독임을 받았던 청취자로서, 진심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귀를 기울이던 시간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인다는 건 선명한 애정의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소리란 흐르는 순간 흩어져 버려요. 때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아쉬움이, 부정할 수 없는 무심함이 드러나버리고 맙니다. 때문에 우리는 애정하는 사람의 한 마디를 온마음으로 붙잡아 머릿속으로 찬찬히 곱씹어보곤 해요. 저에게는 라디오가, 디제이 타블로의 이야기가 그랬어요. 매일 밤, 그가 전해주었던 문장들을 모은 책을 소개합니다.


이명주

꽤 오랫동안 진행된 디제이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에서는 변하지 않는 꼭지가 있었습니다. 클로징 멘트와 함께 전했던 ‘블로노트’인데요. 작은 메모지 한 장에 적힐 정도로 짧은 문구를 읽어주고, 방송을 마친 후에는 손글씨로 적어 라디오 게시판에 올려주었어요. 디제이 타블로가 직접 쓴 문장들은 머릿속에 콕 박혀서 도무지 빠지지 않기도, 피식 웃음을 불러오기도, 몰랐던 감정의 면을 들여다보게도 해주었습니다. 《블로노트(Blonote)는 청취자들이 귀 기울이던 시간을 모아 만든 책이에요. 쉬이 소화되지 않는 마음을 문장으로 쓰고 들었던 그 추억과 닮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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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하나의 주제로 지난 기사를 톺아봅니다. 이번 주는 ‘귀를 기울이던 시간’이라는 이름표 아래, 흘러가는 소리를 따라 사뿐히 마음을 움직여 보는 이야기를 모았어요.

어떤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어라운드의 장면들을 정성스레 엮어 전하는 ‘Editor's Curation’. 여러분은 우리의 지난 이야기 중 어떤 장면을 다시 들춰보고 싶은가요? 가까이 앉아 귀를 기울일 테니, 듣고 싶은 ‘Editor's Curation’ 주제를 살짝 알려주세요.

한바탕 바람이 머무른 요즈음, 길거리의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가지를 드러냈습니다. 얄팍하고 가녀린 가지 끝마다 주황색 감이 달린 걸 보니 가을 내내 이파리 속에 열매를 잘 숨겼나 봅니다. 완연한 추위에 풍경이 메말라 버리기 전,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길 바라며 레터를 마칩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매거진 신간 소식과 지나간 어라운드의 이야기 속 한 장면을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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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도서 이벤트


젊은 건축가 집단 ‘푸하하하프렌즈’가 지난 시간을 되짚어 책으로 펴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라는 사훈을 가진 푸하하하프렌즈는 여러 작업을 해오면서 마주친 고민과 감상을 쉬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편의 글과 그림으로, 시로, 때로는 불평불만으로 남겨두지요. 세 명의 소장뿐 아니라 퇴사한 사원까지, 그들과 함께 푸하하하가 지은 18개의 건축물 뒷면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아래 구글폼을 통해 어라운드가 던진 질문의 답을 적어주신 분 중, 추첨을 통해 도서를 선물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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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당신의 주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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