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대법원이 외면한 ‘피해자의 알 권리’

머리와 마음으로 기억해야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정보 비공개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국민, 그리고 피해자의 알 권리'와 '외교상 국익'을 두고 1,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외교상 국익'에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해당 사건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일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 선언했습니다. 당시 '불가역'이라는 표현을 두고 큰 논란이 일었죠. 합의를 통해 모든 게 해결됐으니 문제 삼지 말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합의 발표 직후 "위안부가 강제연행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에 송기호 변호사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합의 과정에서 일본 측이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했는지 등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는 취지였습니다.

1심과 2심 판결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문서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보호되는 국익이 국민의 알 권리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면서 송 변호사 측 논리를 인정했습니다.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외교상 국익'에 무게를 둔 판결입니다.

박 전 정권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 보고서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면합의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요구대로 위안부 관련 단체를 설득하고 소녀상 문제 해결에 노력한다' 등 내용이 있었는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2017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검토해 발표한 내용입니다.

'불가역'이라는 표현 역시 한국 정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당초 정부는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에 역공을 당해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뀐 겁니다. 외교부는 잠정 합의 직후 '불가역'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삭제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TF 검토 결과 발표 때 '강제연행' 부분은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7일 플랫과의 통화에서 "'위안부 연행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은 기초에서 위안부 합의가 됐는지'가 굉장히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이다"며 "별도의 TF까지 구성해 검토하고 보고서까지 냈음에도 이 부분(강제연행)을 명백하게 규명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에 또다시 대못을 박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법부의 책무를 다시금 묻게 합니다. 2019년 길원옥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호소문을 다시 꺼내 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입니다. 저의 고향은 평양이고, 저는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제 나이 이제 92살입니다. 저는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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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웃기는 존재의 총합 '이반지하', 정상사회 견고함을 흔들다

'퀴어 페미니스트' '현대미술가' '퍼포머' '애니메이션 감독' '작가'

이반지하(퀴어를 뜻하는 '이반'+'반지하' 합성어)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입니다. 하나로 요약하기 불가능한 존재, 그의 다채로운 매력을 함께 나눠요! 너무 웃겨서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라는 에세이 책까지 냈다고 하는데,, 웃겨서 곧장 책을 펼쳐 보고 싶지 않나요!?😂

이영경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이반지하의 웃음이 내포하고 있는 무거운 의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의 웃음의 재료는 그가 한국에서 퀴어이자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과 차별, 억압이다. 고통스러운 삶과 그것을 끝내 버텨내는 과정에서 능청스럽지만 날카로운 유머가 터져 나온다." '정상사회 룰'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면서 맞닥뜨려야 했던 상처들을 해학으로 승화했다는 인상도 줍니다.

그의 인터뷰 영상에선 유쾌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너무 부러워요. 이반지하가 있다는 게" 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이반지하를 보면서 왠지 모를 뭉클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반지하는 사회의 정상성에서 거절당하고 내쳐져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탱탱볼의 정신"이라고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삶이 그렇게 단면적이지 않지 않나. 모든 사람이 굉장히 다양한 면면과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기답게, 기존 남녀 틀을 벗어난 삶을 살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입체적인 면을 볼 줄 아는 '눈'을 존중합니다. 예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위로'를 하고 싶다는 이반지하의 따뜻한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만나봐요.👏

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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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이란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독극물 공격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공격으로 초등학생 80여 명이 집단으로 독극물에 중독됐습니다. 현재 아프간에서 여성들은 남자 가족 없이는 여행할 수 없습니다.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교육이 허락된 초등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테러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란 이어 아프간에서 여학생 독극물 공격, 초등생 80여명 중독

📌 "너 여자니까 머리 길러" "사장 허락 없이는 사업장 이동은커녕 병원도 못 가요." 충북 청원의 반도체 전기검사 전문업체 테스트테크, 전북 완주의 제조업체 일진하이솔루스 등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MZ 노동자'들의 증언입니다. 청년 노동자들은 정부가 "MZ 노동자를 말하지만 '선택적'으로 호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청년 담론이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선택적'으로 MZ 노동자와 만나는 정부, 청년들 마음 멍든다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볼 영화는

🎬 이번 레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시작했으니 이와 관련한 문화 콘텐츠 소개로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김현석 감독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입니다. 2017년 개봉작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일상 속 주변 이웃의 이야기로 녹여 유쾌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등을 휩쓸며 흥행했는데요. 아마 많이 보셨을 것으로 생각해요.

영화는 옥분(나문희)이 구청 직원(이제훈)에게 영어를 배우는 '좌충우돌'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옥분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치매 증상이 있는 친구를 대신해 직접 미국 의회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안부 피해자임을 숨겨 왔지만, 용기 내 "I CAN SPEAK!" 라고 외칩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한 배우 나문희씨의 탁월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실제 배경은 2007년 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김군자 할머니가 미국 하원에서 열린 '외교위원회 아·태 환경 소위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의 증언대에 선 날입니다. 청문회 이후 미국 하원은 일본에 위안부 동원의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저께(6일)는 제68회 현충일이었습니다. 나라를 되찾은 이후 발생한 비극적인 한국전쟁의 아픔을 돌아보면서 "우리에게는 아직 해방이 오지 않았다"고 지적한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떠올립니다. 광복절뿐만 아니라 현충일에도 새겨야 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6월6일은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이기도 합니다. 2002년 6월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던 서봉임 할머니가 별세한 이후 다음 날인 6일을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6년이 흘렀는데, 우리 사회는 얼마나 진보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