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취향

당신이 읽는 책이 당신을 말해준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책장은 당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곳.
나는 당신이 궁금합니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11월 1주차 #30 인터뷰ㅣ맹그로브 커뮤니티팀 리더 박찬빈의 문장들
11월 2주차 #31  아티클ㅣ문장에서 시작하는 한 사람만의 이야기 by 작가 임진아
11월 3주차 #32 인터뷰ㅣ요리사 요나의 문장들
11월 4주차 #33 큐레이션ㅣ깊게 파서 넓어지기 + 텍스터의 기록

안녕하세요. 책 속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픽입니다.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에 살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책을 읽을지… 삶은 수많은 선택이 모인 취향의 모음집입니다. 그중에서도 무엇을 먹을지는 좀 더 특별해요. 우리는 요리로 "하루에 적어도 두 번, 많게는 세 번이나 인생을 꾸밀 선택의 기회를 갖는 셈"이니까요. 매일의 요리로 매일의 용기를 전하는 사람, 요리사 요나를 만났습니다. 

읽기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추천하는 책과 문장을 만나보세요

매일의 요리
 요나 요리사

ⓒ 요나
일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우리나라의 작물과 음식에 대하여 공부하고 있다. ‘재료의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음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모양의 작업을 진행한다. 『요나의 키친』 『재료의 산책』 『집다운 집』을 출간했다. 인스타그램 @yonayonakoh
"인생은 취향의 모음집이다.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에 살고, 누군가를 만나는 모든 과정이 그렇다. 
다만 수많은 선택 중 음식만큼은 생명과 직결되는 평생의 의무다. 
하루에 적어도 두 번, 많게는 세 번이나 인생을 꾸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 제철 채소 요리 팝업 식당 ‘재료의 산책’을 운영하고 있다. 왜 재료의 산책이라 이름 붙였나?
‘재료의 산책’이라는 이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거진 〈Around〉에 요리 코너를 연재하며 붙인 제목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산책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붙인 이름이다. 계절이 흘러가고 있음을 전하고 싶어서 한 달에 제철 재료 한 가지를 선정하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했다. 연재 기사를 계절별로 엮어 봄의 일기, 여름 일기, 가을 일기, 겨울 일기까지 총 4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재료의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재료의 산책은 월 1회 또는 2달에 1회로 비정기적으로 문을 연다. 그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매번 다른 일들을 해보는 게 좋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해방감을 느낀다. 당장 다음 달 계획을 세우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는다. 예전에 정기적으로 여는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그때 이 방식이 내 몸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풍경을 보면서 똑같은 요리를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스스로 느끼기에 딱딱해져 간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월 1회 비정기적으로 문을 여는 형태는 나를 즐기며 걷다 보니 만들어진 방식이다. 팝업으로 오픈하는 이틀 동안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모든 시간을 관리한다. 대개는 한 주를 준비하고, 이후 한 주는 몸을 회복하는 데 온전히 쓴다. 일이라는 게 강도가 있지 않은가? 가벼운 건 매일 할 수 있겠지만, 버겁게 느껴질 법한 일은 시간차를 두고 해야 한다. 내가 벅차지 않을 정도로 해낼 수 있는 일의 크기를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일상에서 몸과 마음을 관리할 수 있도록 강약 조절을 신경 쓸 수 있으니까.
 
- 팝업 식당, 팝업 반찬 가게 오픈, 온오프라인 워크숍, 칼럼 기고, 브랜드와의 협업 등 음식과 관련된 것이라면 일단 여러 시도를 해보는 듯하다.
‘재료의 산책’은 팝업 식당의 이름이 아닌 모든 작업을 대표하는 활동명이다. 주로 어떻게, 어떤 것을, 어떤 마음으로 먹고 살면 좋을지에 대해서 공부하며 느낀 바를 전달하고 싶을 때 적합한 모양을 찾아 작업을 진행한다. 그것이 때로는 팝업 식당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의 수업이, 칼럼 기고, 마켓 출점, 브랜드와의 협업이 될 때도 있다. 최근에는 해외 요리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다양한 모양으로 이야기를 시도해 보고 싶다. 
 
- 일본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지금은 요리를 한다. 미술과 요리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었나?
미술을 할 때를 돌아보면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듯하다. 과제에 대한 결과물보다 생각을 말하는 과정이 항상 중요했다. 바라보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4년 내내 한 셈이다. 미술을 주제로 작업을 할 때와 음식을 주제로 작업을 할 때의 마음은 동일하다. 미술이나 요리나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흐르는 것들 속에서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고, 적절한 매개체를 찾아 표현하는 과정이다. 현재는 그것이 주로 음식이 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모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요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고등학교 때 섭식장애를 겪었다. 그 시절을 계기로 ‘먹는다’는 행위에 대하여 관심이 커졌고,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나갔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한 식당에서 3년 동안 일했다. 어쩌면 학교보다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식당에서 요리를 접하면서 재료를 직접 만지고, 음식을 먹거나 먹이거나 하는 과정과 친밀해졌다. 이게 참 좋은 거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요리가 정말 재밌었다. 섭식장애를 겪었던 그때 왜 그랬을까를 돌이켜 오래도록 생각하다 보니 스스로 답을 찾게 된 것 같다.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부족했던 거다. 단지 그것이 먹을 것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고, 지켜주는 게 내게는 밥이었다. 규칙적으로, 좋은 기분으로, 함께, 밥을 먹는 행위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밥은 매일 먹어야 하는 거니까!
 
- 요리는 계절과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음식이야말로 취향의 모음이 아닐까?
그렇다. 인생은 취향의 모음집이다.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에 살고, 누군가를 만나는 모든 과정이 그렇다. 한때는 꾸미는 걸 좋아해서 비범하게 옷을 입던 내가 음식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것에 점점 마음이 기울다 보니 향 없고 색 없는 옷을 입는 것처럼… 다만 수많은 선택 중 음식만큼은 생명과 직결되는 평생의 의무다. 하루에 적어도 두 번, 많게는 세 번이나 인생을 꾸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요리는 적극적인 행위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어도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가지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 이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 삶이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스스로를 돌보는 열쇠를 찾게 될 테다. 나는 그저 내 자리에 서서 이따금 모두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괜찮은지 묻는 일을 하고 싶다.
 
 - 『요나의 키친』 『재료의 산책』 『집다운 집』을 쓰고, 『애쓰지 않는 요리』를 옮겼다. 요리를 책 속 활자로 엮는 건 어떤 마음인가?
맛있는 요리를 목표로 삼기 전에 요리를 하고 싶도록 마음의 여유를 버는 일이 우선이다. 음식을 직접 맛보는 상황이 아니라면 활자로 접하는 길이 어쩌면 가장 알맞은 속도이지 않을까. 정보가 희박할수록 상상은 유연해진다. 한 자 한 자 읽으며 요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냄새조차 맡을 수 없는 음식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 중 잠시 틈을 내어 상상에 빠지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 우리 모두가 요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때의 인류도 수영을 하고, 사냥을 하고, 불을 피웠던 것처럼 요리는 잠재된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재능을 겸비한 이는 맛이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나, 분명 모두가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능력은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다. 바쁜 일상, 편리한 배달 시스템, 구성원의 감소, 마음의 결핍 등 요리를 방해하는 요소들은 오히려 나의 밖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매일의 요리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힘의 분배에 균형을 맞춰보는 일을 먼저 해보자.
  📚 문장들
어떤 레시피에도 정답은 존재할 수 없다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샌더 엘릭스 카츠(지음), 한유선(옮김), 글항아리

발효는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는 말에 마치 콧방귀라도 끼듯 언제나 느리고 불안정하다. 우리는 그저 쓸모 있는 것이 없는지 찾아보고,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어떤 레시피에도 정답은 존재할 수 없다. 어떤 논리가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알고 있는 것에 전부 의심을 품고, 모르는 것에 궁금증을 던지며 살아가고 싶다.
자연농의 철학이 담긴 투명하고 담담한 대화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지음), 열매하나
매일 곱씹어도 좋을 통쾌한 말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지음), 어크로스
우주 그 자체인 우리의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다
요가 아나토미』, 레슬리 카미노프, 에이미 매튜스(지음), 푸른솔
밋밋하고 별것 없는 일상마저 사랑하게 하는 이야기
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지음), 김난주(옮김), 소담출판사

텍스터가 기록한 문장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숨어서 읽는 명문
그동안 말하지 못했는데 나 이 문장 좋아해, 이거 읽고 감동받았어… 
좋아하는 문장이 있나요? 숨어서 읽는 명문, #숨읽명 에 대해 이야기해봐요! 
여러분의 취향을 저격한 책 속 문장이 궁금합니다. 
문장을 좋아하는 마음과 문장에 얽힌 이야기를 마음껏 들려주세요. 

보내주신 분들 중 한 분을 선정해 문장과 이야기를 텍스처픽 뉴스레터에 소개합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 이벤트 참여 방법
    1. 텍스처 앱에 나만의 숨읽명을 기록한 뒤, 본문 하단에 필수 해시태그—#숨읽명#취향을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입력X 본문 입력O)
    2. 코멘트에 문장과 얽힌 이야기를 써주세요.
      • 문장 수집 기간 : 11/3~11/21
      • 당첨자 발표 : 11/22 해당 문장의 댓글로 알려드립니다.
      • 당첨자 선물 : 애슝 X 텍스처 컬래버레이션 문장 카드


      오늘의 텍스처 픽 어떠셨나요?
       📝 의견 남기기

      같이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이 링크를 공유해보세요

      지난 뉴스레터가 궁금하다면?
      ask@texture.kr
      서울특별시 용산구 장문로6길 4,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