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무수한 이야기 속을 유영하며

하루에도 수백 편씩, 수많은 오늘을 기록한 영상들을 마주하곤 해요. 파도에 몸을 싣듯 알고리즘을 타고 컷과 컷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어 봅니다. 그 속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몇 분 몇 초의 순간들이 일렁이고 있었죠. 프레임 안팎에 담긴 장면들을 넘겨보다 비로소 손바닥만 한 화면에 우주처럼 크고 넓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여러분들은 오늘 본 영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마주쳤나요? 재생을 멈추고선 오랫동안 음미해보았던 장면이 있나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무수한 이야기 속을 유영하다 마주친,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들을 전해볼게요.

11.24.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우리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12.08.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12.22. At The End Of The Year―연말의 끝에서

한 해를 떠나보내며, 독자분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전해요.

우리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내 마음을 읊조린 것만 같은 노래 가사와 책 속 문장, 혹은 ‘나였어도 저랬을 것 같아!’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끔 만드는 인물을 알아보았을 때 저절로 나의 모습을 투영하게 됩니다. 이번 ‘취향을 나누는 마음’에선 유달리 나와 닮은 것처럼 느껴지는 콘텐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어요. 어라운드 식구들을 거울처럼 비춰준 콘텐츠는 무엇일까요?

Music

이상은, ‘삶은 여행’


김현지—《wee》 편집장

집을 떠나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다다르면 내가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지구별을 여행하다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이 노래를 들어보길.

Instagram

하나쨩의 플레이리스트


하나브랜드 프로젝트 디렉터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하면 90년대식 자기소개 같아 머쓱하지만, 오랜 세월 몸에 붙이고 사는 콘텐츠예요. 그중 하나의 곡이나 음반을 고르긴 어려우니 저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공개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대충 올려둔 건데 쌓이고 보니 취향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건 좋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지만 왜 좋은지 섬세하게 설명하거나 영업하는 정성까지는 쏟지 못하는 점이요(웃음). 깊은 애정과 얕은 노력을 담아 기록하고 있어요.

Drama

〈인간실격〉


윤혜원마케터

강재와 부정을 바라보면 한치의 가감 없이 솔직하고, 홀로 치열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극 중에선 굳게 닫힌 입속에 머무는 말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와요. 그때의 강재의 말투와 표정이 꼭 저 같다고 생각했어요. 닮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과 마주할 때면 그때부터 내가 보여요.

Book

나의 복숭아》

김신회, 남궁인, 임진아 외 6명 | 글항아리


이명주에디터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면면이 있잖아요. 외면의 단점이나 비밀, 성격의 모난 부분처럼요. 이 책에서는 아홉명의 저자가 자신의 약한 부분을 책 한복판에 소근소근 꺼내놓아요. 그중에 유달리 긴장을 많이 하는 작가 임진아님의 이야기에 무척 공감했어요. 저도 불특정다수의 상황에서 붉게 물드는 얼굴과 뜨거워지는 귀를 가졌거든요(웃음). 나와 닮은 사람들의 마음을 듣다 보면, 뾰족한 단점이 동그랗고 말랑하고 뽀얀 복숭아 한 알처럼 달게 느껴질 거예요.

Movie

타나다 유키 〈백만엔걸 스즈코〉(2008)


김한솔—브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스즈코는 백만 엔(천만 원)이 모일 때마다 지역을 옮겨다니며 일을 해요. 산 속의 농장에서 복숭아를 따기도, 바닷가에서 빙수를 팔기도, 도시의 꽃가게에서 일하기도 하면서요. 언제나 들고 다니는 손수 만든 커튼 한 장은 어디든 아늑한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주죠. 어디든 잘 녹아들면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스즈코를 보면 우리도 낯선 곳일수록 오히려 더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몇 편의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OTT 콘텐츠의 대홍수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 또한 타인들과 함께 같은 밀도의 어둠 속에 파묻혀 시간을 공유하는 감각을 사랑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이야기가 그곳의 모인 이들을 환하게 비춰주는 순간, 스크린 너머로 흘러나온 빛이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싸 안은 광경을 보며 공간이 주는 힘을 느끼곤 하지요. 이번 호에 실린 〈극장주가 되고 싶어요〉를 읽다, 극장을 통해 이야기의 힘을 전하고 싶다는 모빌스그룹의 다짐에 밑줄을 그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도 ‘그렇다면 나는 어떤 극장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지요. 그들처럼 건물 한 채를 뒤엎지는 못할 테지만, 작은 강당 하나를 빌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몇 편의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선 어떤 대화가 시작될까요? 그곳을 채울 목소리들을 떠올리며, 여러분들을 저의 가상 극장에 초대할게요. 


오은재

Movie |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1998)

여러분들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여기, 생과 사의 문턱에서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억을 영화로 제작하는 ‘림보’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천국으로 가기 전, 사람들은 7일간 머무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해요.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림보’의 일원으로 남아야만 하죠. 이 영화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 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어요. 망자들의 이야기를 재현하며 머무르고 싶은 장면을 찾고만 모치즈키처럼, 누군가의 사소한 기억들을 듣다 보면 선택할 용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Drama | 〈런 온〉

〈런 온〉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이 함께 극장에 모여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와요. 도무지 한 공간에 마주치기 어려울 것만 같던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각자의 자리에 앉을 때. 서서히 내려앉은 암흑 속에서 모두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할 때. 낮과 밤처럼 다른 세계를 살아가던 두 주인공의 손이 겹치는 순간을 보면, 이보다 더 완벽한 엔딩이 있을까 싶어져요. 천천히 흐르는 엔딩크레딧을 눈에 담는 이들을 찬찬히 살펴보다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모두 잘살았으면 좋겠어.”라는 극 중 대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Documentary | 케빈 맥도날드 라이프 인 어 데이(2011)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이 다큐멘터리에는 93여 개국 사람들의 하루가 응축되어 있어요. 과연, 전 지구 사람들의 브이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당시 제작진은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하루를 촬영한 뒤 업로드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무려 4천 5백 시간에 달하는 클립들이 모였다고 해요. 영상 중반쯤 두 가지 질문이 등장하는데요. ‘what do you love?’와 ‘what do you hate?’.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뒤로 하고 각양각색의 하루들이 이어지죠. 수억 개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답을 보며,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두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지 말이에요.

나와 닮은 이야기

오늘은 어라운드 식구들과 닮은 콘텐츠와 에디터의 가상 극장에 상영될 다정한 작품들을 만나보았어요. 혹시 ‘어?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 싶었던 콘텐츠가 있었나요? 각별하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있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평소에 공감하며 보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들려주셔도 좋아요.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12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왓챠 프리미엄 이용권’을 선물로 드릴게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만약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지금 내 곁에 울려 퍼진 노래가 실은 화면 밖에서 흐르고 있는 BGM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부디 아름다운 음악이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적당한 음악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어라운드 사람들이 고심하여 선정한 ‘내 인생의 테마곡’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튜브스포티파이를 통해 이번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해 보세요.

달력의 끝 페이지에 한 발 한 발 가까워지고 있어요. 덧없이 흐르는 날들에 슬퍼하다가도 곁에 남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가 쌓인 것을 보며 안도하게 됩니다. 어라운드가 담아낸 사소한 장면들을 기민하게 살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매번 큰 용기를 얻곤 해요. 그 성원에 보답하고자, 곁을 내어주신 독자님들과의 소소하지만 근사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A Piece Of AROUND’ 콘텐츠와 함께, 어라운드의 10주년 소식을 전해보도록 할게요.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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