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동료들은 저에 대해 이렇게 얘기해요. ‘싹싹하고, 누구랑도 잘 어울리고, 잘 웃고, 리액션이 풍부한 사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조용하고, 말 수가 적은 사람'이에요. 어째 두 이미지가 많이 상반되는 느낌이죠? 하지만 둘 다 저예요. 저는 원래 조용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많은 사람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하는 제 직업에서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쾌활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저는 편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끔 내가 너무 가식적인 게 아닐까?라는 고민도 되고, 상반된 두 모습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허무하고 지칠 때도 많아요.

이렇게 ‘두 명의 나’로 살아가는 삶, 괜찮은 걸까요?

나를 만나는 심리: 페르소나와 그림자
우리 모두는 학생, 아들, 딸, 친구, 직장인 등 다양한 역할로 살아가요. 이러한 역할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번 달라집니다. 어떨 때는 듬직한 장녀의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다가도, 카리스마 넘치는 상사 앞에서는 어리바리하고 주눅 든 후배가 되기도 하지요.
무의식적인 콤플렉스에 관심이 많았던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또 다른 사회적 자아를 두고  ‘페르소나(Persona)’라고 개념화했습니다. 라틴어로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는 우리가 외면적으로 보여지기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사회적 자아에요. 우리는 만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어떤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 나설지 고민합니다.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모든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행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죠.

페르소나가 잘 발달한 사람은 특정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드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지만, 페르소나를 너무 중요하게 여기면 진짜 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게 돼요. 피상적인 모습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남들에게 내 모습을 계속 숨기게 되니 ‘그림자'가 생기게 됩니다.

그림자란? 
자신에 대해 부정하고 억누르려고 하는 모든 면으로, 무의식중 억압되어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나의 좋은 면 뒤에 부정적이고 어두운 그림자는 있습니다. 다만, 이 그림자를 계속 가면으로 가리려고 하면, 진짜 나를 볼 수 있는 힘을 잃게 돼요. 그림자를 완전히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뿔뿔이 흩어져있고 부자연스러운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하나로 통합하여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나의 모습으로 녹여내는 것은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레옹과 마틸다
영화 <레옹>을 아시나요? 오늘 <레옹>을 통해 페르소나와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영화 속 두 주인공 레옹과 마틸다는 겉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레옹은 살인청부업자, 다시 말해 ‘킬러’라는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삶에 큰 희망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겉으로 보기에 강하고 거칠지만 속은 매우 여립니다. 술 대신 우유를 마시고, 식물 화분을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순수한 아이 같은 면이 있죠.

반대로 마틸다는 가족도 없이 살아가는 어린 소녀지만, 실은 매우 당차고 내면이 단단합니다.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를 꿈꾸며 레옹처럼 킬러가 되려 하고, 어떤 일에도 크게 흔들리는 법이 없습니다.
마틸다: “난 다 컸어요. 이제 나이만 먹으면 돼요” 
레옹: “난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어. 문제는 아직 어려서 그렇지”
 
영화 속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 레옹은 자신과 다르게 성숙하고 강인한 마틸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고 킬러가 되겠다는 마틸다를 보며, ‘킬러'라는 삶에 대해 처음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그림자’를 발견하고 차차 변해갑니다.
 
사람에 대해 냉소적이었던 레옹은 마틸다를 만나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변해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틸다를 보호하려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틸다는 레옹의 분신인 화분을 땅에 심습니다. 이 장면은 많은 여운을 남겨요. 자신의 뿌리를 알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던 레옹의 삶이 마틸다를 만나고, 죽은 뒤에야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누구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죠. 그리고 가면 뒤의 그림자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있어요. 그림자를 직면하는 일은 힘들지만, 알아차리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나를 가뒀던 페르소나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어요. 이번 주말, 타인을 위해서만 쓰고 있는 나의 가면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열음 님의 고민
일이 너무 힘들어요. 일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전문성도 갖추고 싶은데 지금은 그저 힘들기만 해요. ‘성장해야지’ 하는 마음과 ‘성장이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힘들어서 죽겠다는데..’ 하는 마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해요. 연차가 높기라도 하면 다른 일이라도 알아볼 텐데, 이제 막 신입을 벗어난 내가 이런 번아웃을 겪는 게 우습게 느껴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님의 답변
일을 하며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너무나 멀고 모호한데, 지금 내 마음과 몸이 겪는 고통은 구체적이죠. 미래의 성공과 만족을 위해 현재의 고난을 감수하고 즐거움을 미루는 일이 계속될 때 ‘행복하지 않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그따위 행복 좀 참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계속 '밥 벌어먹고' 살기 위해선 동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바로 오늘의 행복입니다. 즐거움과 휴식을 확보하려는 마음은 나약한 게 아닌, 더 길게 생존하기 위한 현명한 전략 중 하나에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자신의 모습을 의심하게 될까요?
우리는 ‘극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광하곤 합니다. 지금의 나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어떠한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인전에 실리고, 그걸 보고 자란 우리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영웅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며 자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보이는 업적만 볼 뿐, 업적과 업적 사이 그들의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해요. 우리는 그들의 ‘편집된’ 인생만 보고 우리의 ‘편집되지 않은 원본’ 인생과 비교합니다. 사실 이런 불공평한 비교는 살면서 계속하게 되죠. 특히 나의 고난과 불행이 그럴만한 것인지 자꾸만 옆 사람과 비교합니다.

나 지금 힘들어도 되나?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괜찮은 것 같은데?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고 할지라도, 심지어 가족까지도 우리는 그들의 편집된 인생만을 볼 뿐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또 조언할 수 있는 인생은 자신의 인생뿐입니다. 그것만이 내가 온전히 알 수 있는 인생이니까요. 현재 힘든 나 자신에게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해 주세요. 그래야 인생의 다음 씬을 찍을 수 있으니까요.

감독이 남의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감상평 하는 시간이 더 많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감독이 아닌 관객이 되겠죠.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완성해나가려면 자신의 시나리오와 필름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 열음님의 번아웃이 그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의 번아웃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 힘껏 스스로를 돌보는데 온 에너지를 쏟으시길, 그리하여 어느 날 막혔던 시나리오의 다음 씬이 탁, 하고 떠오르게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나답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4
K-장녀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맏이에게 요구되는 책임감과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역할 모두 해내야 하는 이 시대 장녀들을 일컬어요. 장녀이기에 뭐든지 잘 해내야만 하고, 동생을 보살펴야 하고, 어머니의 푸념을 들어주고 위로해드리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거죠. ‘장녀'답게 살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나답게 사는 게 어려워지곤 해요. 가족 관계 속 장녀인 나의 역할을 바라볼 수 있는 카운슬링이 시작됩니다.
#10월17일(토) #원데이 #청담김리아갤러리
다수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꺼낼 때면 꼭 이상한 사람이 된 것만 같죠. 그럴 때마다 왜 나만 다른 생각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은 다르기 마련이에요. 그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진짜 나'에 가까워질 수 있고,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MBTI 기반의 성격 유형 분석을 통해 진짜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심리 카운슬링이 진행됩니다.
#10월18일(일) #원데이 #연남기록상점 
관계의 변화는 내가 변하는 것에서 시작돼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는 페르소나를 사용해 관계를 맺게 되는데요, 이때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인 ‘그림자'가 생기게 됩니다. '진짜 나'와 페르소나와의 괴리가 생기다 보면 관계도 어려워지게 되죠.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관계의 어려움, 심리카운슬링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보세요. 
#10월24(토)시작 #2주 #청담김리아갤러리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페르소나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는 일이 필요해요. 내가 원하고 좋아한다고 믿었던 일들이, 내 선택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부모님이나 사회의 압력에 의해 선택당한 것인지 되돌아보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해요. 나를 나답게 해주는 일을 찾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11월1일(일)시작 #3주 #청담김리아갤러리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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