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의 작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분이라면 들어봤을 ‘선재국어’의 이선재 선생님입니다. 워낙에 수험서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기에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공부법에 관한 책이 아니라는 것에 놀란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 이야기 나눠본 선생님은 국어 강사라기보다는 그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 더 가까웠습니다. 젊은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과 시, 영화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흥분하기도 하고 때로는 울컥하기도 하며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재미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하는 선생님에게서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선생님은 멘토나 길잡이처럼 누군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보다는 함께 길을 헤매더라도 곁에서 걸음을 맞춰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으로 이번 책을 쓰기로 마음먹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책에는 '이렇게 읽어보세요'가 아니라 '난 이러한데 너는 어때?' 하고 물어주시는 다정함이 듬뿍 담기게 되었죠.

책 속에는 정말 다양한 문학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무려 50여 편에 가까운 소설, 시, 영화가 나오죠. 그중에는 제가 사랑하는 작품도 많았어요. 최애를 꼽자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어린 왕자』, 영화 「비포 선라이즈」 입니다. 최애인데 너무 많았나요? 특히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이 책을 편집하며 새롭게 읽혔던 작품입니다. 예전에 읽을 때는 사랑의 한계와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사랑의 생애와 시작에 관한 이야기처럼 읽히더라고요.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에서 이 소설과 김수영 시인의 시 「사랑」을 함께 묶어 다룬 대목이 인상적이라 소개해봅니다.

정말 모든 사랑의 얼굴에는 균열이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변치 않는 사랑을 가르쳐준 연인의 얼굴에 깃든 불안처럼요.

그것은 김수영 시인의 표현처럼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쩌면 그 불안과 불길함을 견디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워나가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결국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요.

─ 본문 중에서

하나의 문학을 보고 우리는 과연 몇 가지의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 모습은 정말 수없이 다양하겠죠. 처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른 모습인 것처럼요.

🙌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시간

세상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문학도 그중 하나죠. 우리가 문학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면 그 인물이 옳든 그르든 결국은 그의 입장에서 잠시나마 살아가게 됩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인 질풍노도 홀든이 되어 보기도 하고, 『인형의 집』에서 새로운 인생 제2막을 시작한 노라가 되어 보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에서 정점의 순간에 절망의 늪으로 추락하는 개츠비가 되어 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문학 작품에 빠져든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살아보게 됩니다. 이쯤에서 김영하 작가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을 잠시 소개해봅니다.

“문학 작품을 통해 여러 인물의 삶을 살다 보면 공감의 영역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감의 영역이 넓어지면 어느 순간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에 언어가 부여되는 거죠.”

다른 사람에게만 공감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도 얼마든지 공감해줄 수 있죠. 문학은 우리가 스스로에 공감해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줍니다. 그래서 내 안에 존재하는 많은 모습이 결코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며 나만 이렇게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줍니다. 문학을 통해 나에게 조금은 너그러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죠. 나와 내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준 문학을 사랑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 아닐까요?

SF의 매력에 대한 서술이 제가 생각하는 부분이랑 비슷해서 공감하며 읽었어요. SF 작품들을 보면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 그리고 그 일이 밝고 희망적이기 보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SF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할까요. 바로 그 지점이 SF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