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이 이스라엘과 교전중인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No.16(2024.04.26.)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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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리스크 장기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24년 1월 1일,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이 이스라엘과 교전중인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2023년 11월 19일 바브엘만데브(Bab al-Mandeb) 해협을 장악하고 이스라엘 소유의 차량 운반 선박 ‘갤럭시 리더(Galaxy Leader)’호를 나포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후티 반군은  홍해와 그 인근을 지나는 상업 선박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시아파계 근본주의 집단으로, 親하마스 세력에 속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후티 측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 필요한 식약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의 국적을 불문하고 즉각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대표적인 홍해 지역 선박 공격 사례는 다음과 같다.
-23.11.19. 영국 화물선 ‘갤럭시리더(Galaxy Leader)’호 나포.
-23.12.3. 미국 구축함 ‘카니(Carney)’호 공격.
-24.2.18. 영국 소유의 벨리즈 화물선 ‘루비마르(Rubymar)’ 공격, 기름 유출 사고 발생.
-24.3.6. 그리스 ‘트루 컨피던스(True Confidence)’ 화물선 공격, 민간인 최초 사망.
홍해 일대에서 자행되는 후티 반군의 지속적인 도발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해상 수송로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면서,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홍해를 우회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경유하는 더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경로를 선택했다.*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는 2023년 12월 15일 자사 선박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후, 홍해를 피해 남아공의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했다고 전했고, 이튿날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도 안전상의 이유로 홍해 항로를 우회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CMA CGM과 독일의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역시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들 해운사가 항로를 변경함으로써 홍해를 지나는 물동량은 40% 감소했고, 영국-상하이 노선 해상 운임은 최대 250%까지 상승했다.

*수에즈 운하를 거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 인도양으로 향하는 홍해 항로는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가장 빠른 경로다. 이 항로를 통해 연간 약 1만 7,000척의 선박이 운항하며,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할시 항로는 무려 9,000km 길어질 뿐만 아니라 운항 시간도 최소 일주일 이상 증가한다.

물류 대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민간인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이 지속됨에 따라, 2023년 12월 19일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부 장관은 홍해 항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시작하며 다국적 해군을 구성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미국이 전 세계를 동원해도 (자신들의) 해상 작전을 막을 수 없으며, 모든 적대 행위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그 결과 12월 26일, MSC 소속 선박이 다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고, 이에 MSC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안전히 확보될 때까지 희망봉 우회항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총 10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바레인, 세이셸

2024년 2월, 미국은 이스라엘의 라파(Rafah) 지역 공격 반대 및 일시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마련하며 중재를 시도했으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상업 선박에 대한 공세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주요 경제전문지들은 홍해 리스크가 2024년 하반기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금주 아프리카 위클리는 홍해 인근의 주요 국가/지역이 홍해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어떤 도전을 직면했는지, 주요 산업별 시장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분석한 연구 보고서 및 언론 보도를 종합하여 정리한다.

+ 홍해 인근 주요 국가/지역별 영향
- 이집트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의 핵심 외화 수입원으로 2022/23년 회계연도에만 94억 달러(이집트 재정수지의 10%)의 통행료 수익을 기록했으나, 후티 반군 공격이 시작된 이후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 이집트 정부는 홍해 리스크로 인해 2024년 1월 첫 2주 동안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동기 대비 40% 줄었으며, 수익 역시 40~50%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수익 감소는 관광업 부진 및 외국인 투자 유출과 맞물려 이집트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집트 정부는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으로부터 2022년 12월 승인받은 30억 달러의 확대신용공여(Extended Facility Fund; EFF)를 증액하고자 했다. IMF의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집트 환율 당국은 1년 가까이 고정되었던 이집트 파운드화 환율을 30.8에서 49.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24년 3월 6일, 결국 IMF는 작년 말 이집트 정부와 합의했던 30억 달러 규모의 EFF 지원액을 80억 달러로 확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이집트에 대한 총 차관 규모는 2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IMF는 2016년부터 3년에 걸쳐 이집트에 120억 달러 규모의 EFF 구제금융을 지급하였으며, 2020년에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정부 대응을 지원하기 총 8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지원했다.


- 카타르

카타르는 홍해 지역의 불안정성에 대응하여 에너지 수출 전략을 다각화했다. 원유 및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인 카타르는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제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유럽 수출이 초기에는 증가했으나, 유럽의 경기 침체로 인해 2022년 2분기 27%에서 2023년 말 16%로 수출 비중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홍해와 별개의 항로를 이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카타르는 2024년 1월 알우데이드 공군기지(Al Udeid Airbase)에 미군 주둔을 연장하기로 합의했으나, 후티 반군을 겨냥한 기지 활용에는 매우 신중했다. 카타르는 예멘의 배후 세력인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하여, 홍해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했다. 또한, 2024년 1월 13일에는 카타르 에너지 국영기업(Qatar Energy)이 홍해를 통한 LNG 수송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사례를 보였다. 이는 지역 안보 변화에 대한 카타르의 신속한 대응 능력을 드러내며, 중동 지역에서의 중재자 역할과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 아시아 지역

미국, 유럽으로의 수출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입 부문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후티 반군이 이란과 친밀한 중국과 러시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해 준 덕에 세계 물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주도 경제구조를 가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서남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업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물류비용 증가와 공급망 혼란이 물가 상승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해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해상 물류 운송비가 70%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유럽에서 아시아로의 해상 수입 운송비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위축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에 따라 하락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따르면, 유럽으로 가는 해상 수출 컨테이너의 운송비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대당 2024년 1월에는 평균 434만 5,000원이었으나, 2023년 12월에는 평균 252만 6,000원이었다.

+ 주요 산업별 시장 전망
- 해운 산업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에 걸쳐 유조선 운임은 계절적 수요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에너지 수요 감소와 시장의 선반영으로 인해 추가적인 운임 상승의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티 반군이 에너지 운반선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어 유조선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석유 저장용 선박의 수요는 지속되고 있으며, 노후화된 선박의 해체가 증가함에 따라 유조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컨테이너선 시장은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선복량*의 증가와 높은 유휴선박** 비율, 2024년에 새로 건조된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됨에 따라 선박 공급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운임 급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운임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홍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로 우회로 인한 운송비용 증가, 인플레이션 심화, 경기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선박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총량
**최소 14일 이상 운항하지 않은 선박


- 선박보험 산업

선박 보험회사들은 홍해 항로를 경유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 인상, 특약 추가 및 수수료 인상 등을 포함한 보험 약관의 전반적인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주요 보험사인 The Joint War Committee는 '고위험 지역(high risk zone)' 기준을 확대하고 보험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홍해 전쟁위험 특약(war risk premium) 보험료율은 2023년 10월 0.07%에서 12월 말에는 0.5~0.7%로 인상되었고, 특히 이스라엘 소유 선박에 대해서는 더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

선박이 우회 항로를 선택할 경우, 통항 시간이 10~15일 늘어나며 이로 인해 보험료도 증가했다. 국제해상보험연맹(International Union on Marine Insurance; IUMI)에 따르면, 2023년 선박/화물 보험료 수익 증가가 총 보험료 수익의 8% 상승을 견인했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Swiss Re는 분쟁 및 전쟁 위험 증가로 인해 보험료율뿐만 아니라 보험 적용 대상과 범위, 한도를 포함한 전반적인 보험 및 재보험 규정과 약관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분쟁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액의 증가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 에너지 산업

홍해 지역의 물류 상황 악화되고 후티 반군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한 항로 우회는 물류비용 증가에 크게 기여했으며, 바로 이 점이 에너지 국제가격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가격 상승 추세는 주로 물류비용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둔화와 유럽 국가들의 경기 침체는 에너지 수요 감소로 이어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같은 가격 급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출 제재에 대비하여 LNG 비축률을 평균 78%까지 개선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원유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겨울 난방 수요 감소로 계절적 수요 요인 마저 사라지면서 현재 공급이 수요를 추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에너지 수요 감소 추세에 기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홍해 사태는 에너지 국제가격 변동보다는 물류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높은 에너지 가격은 장기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 자동차 산업

홍해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부품 조달과 생산 차질을 겪으며 운영/관리에 어려움이 야기되었다. 나아가 운송비 상승은 공급 감소와 함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테슬라(Tesla), 스웨덴의 볼보(Volvo), 일본의 스즈키(Suzuki)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유럽 내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테슬라는 2024년 1월 29일부터 2월 11일까지 독일 베를린 인근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Reuters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홍해에서의 선박 공격이 이어지자 운송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품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독일 공장 생산 중단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는 1월 셋째 주에 벨기에 공장을 임시 중단했고, 스즈키도 헝가리 공장에서 일부 생산 공정을 멈췄다.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은 항로 우회로 인해 배송 기일 연장되고 운임 및 추가 비용이 증가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다. 네덜란드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필수 제조 부품을 확보를 위해 고비용의 항공 운송을 선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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