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31일) 200개 나라와 기후 관련 시민단체, 기업인, 언론인 등 2만 5천명 이상이 영국 글래스고에 모여 2030년의 지구 수준을 결정하고, 2050년의 지구를 예고하는 국제행사가 시작됐어요. 바로바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이죠! 

이를 앞두고 한국은 지난달 18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본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NDC)을 부랴부랴 발표했는데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줄이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었죠. 이는 초안과 마찬가지로 기후 위기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는 목표와 불확실한 수단으로 여러 환경단체에게 비난을 받았어요.

이 내용에 관련해 지난주 두 번째 엽서에서도 다뤘지만, 이번 엽서에서는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다루어 보도록 할게요! 팔로팔로미🌎

탄중위는 이번 NDC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인다고 목표했는데요. 이는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지구 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권고했던 50% 이상 감축 목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요. 

IPCC는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될 경우, 2040년 이전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1.5℃ 상승된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는데요. 이렇게 되면, 지구온난화의 ‘티핑 포인트’*를 넘기게 돼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 파국적 재앙이 시작되고 인류는 더 이상 최악으로 가는 지구를 막아내기가 힘들어지죠. 이를 피하기 위한 기준점이 지구 온도 1.5℃ 상승 방지였고, 50% 감축은 최악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후 악당인 한국에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마지노선이었어요😮‍💨

*티핑 포인트 :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한순간 폭발하는 것

배출량을 이야기할 때, 흔히 두 가지로 나누어 표현해요. 하나는 '총배출', 다른 하나는 '순배출’이죠.  총배출은 우리가 뿜어낸 것들의 합을 의미하고, 순배출은 이와 더불어 해양이나 토양, 산림 등을 통해 흡수한 양을 제외한 것을 의미해요.

그런데 이번 NDC를 발표하며 정부는 2018년의 총배출량과 2030년의 순배출량을 비교해 계산했어요.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 발표했지만, 사실상 총배출량끼리 계산하면 30.1%에 불과하죠. 40%라는 수치는 최대한 가장 큰 숫자와 최소한 가장 작은 숫자를 이용해 감축률을 최대화한 꼼수였다는 평가를 받아요😱

한국은 2016년 영국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4대 기후 악당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이후로 그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죠. 그도 그럴 것이 OCED 국가 중 가장 빠른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게다가 북유럽 5개국과 포르투갈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쳐야 겨우 한국 수준이 된다고 해요. 따라서 더 빨리 중립 상태에 도달할 책임이 있죠. 이제 국제 사회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이번 COP26을 앞두고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2030년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할 것을 요구받았어요. 세계적인 석탄 감축 노력에 동참한다는 약속의 의미로, 전 세계 137개 국가, 도시 등이 참여하는 ‘탈석탄동맹’(PPCA)에 함께 하자는 거였죠🤝 그러나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 거절했어요. 한국의 NDC와 2050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야 탈석탄을 달성할 예정이거든요.

사실 탈석탄동맹의 동참을 요청받은 건 9월이었고, 이후 한국은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는 과정에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2030년까지 21.8%로 줄이기로 한데 그친 목표를 발표한 거죠.

+게다가 2050 시나리오의 B안의 경우에, 발전 부문에서 화석연료인 LNG 사용도 지속하고 있어요🔥

이번 NDC에서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는 크게 늘어난 ‘국외 감축’이에요. 국외 감축은 해외에 나무를 심거나 국제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등의 방법을 의미하는데요. 국제적으로 인정기준이 불확실하며, 실제 국내에서 감축 노력이 아닌 ‘돈 주고 사는 감축’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사실 2018년 한국 정부는 나라 안팎으로 감축을 향한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외 감축 비중을 기존 11.3%(9590만 t)에서 1.9%(1620만 t)로 크게 줄여 국내에서의 감축을 위한 노력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NDC에서는 결국 3350만 t으로 다시 증가했고, 국내 감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힘들어질 테고, 그러면 너도나도 배출권을 사려고 하겠죠. 전문가들은 배출권의 가격이 향후 10년 이내에 선진국에선 톤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해요. 우리 돈으로 4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가격이에요.

또한 해외에 나무를 심어주고 우리가 필요한 감축량을 얻으려면, 그 해외 국가와 서로 배출량을 나눠야만 한다는 점(중복 감축)과 국내 탄소 감축에 쓸 돈과 기술 등이 해외를 향한다는 점 때문에 국외 감축은 앞으로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돼요.

영국은 1990년 대비 68%, 유럽연합은 55%, 미국은 2005년 대비 50%의 감축 목표를 제시했어요*. 이들은 모두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과학적 분석과 예측에 부합하도록 감축 목표를 강화했어요.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각국의 NDC 발표에, 기후정책을 선도하는 국가가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죠.

한편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감축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해요. 탄소중립 목표시점까지 한국은 연평균 4.17% 감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죠. EU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연평균 1.98%씩 줄이면 되고 일본도 연평균 3.56%씩 줄이면 되는데 우리는 4%가 넘는다며, 여러 감축 주체인 산업계는 ‘과도한 목표’라고 반발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처럼 감축이 늦어진 데에는 사실 우리 정부와 감축 주체 모두의 책임이 있어요. 탄소세에 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된 것이 1990년대 초반이며, 탄중위와 같은 조직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98년이었죠.

여태까지 느슨한 환경 규제와 저렴한 화석연료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지구가 주는 경고를 오래도록 무시한 데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지경에 달한 거예요.

기후 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탄중위가 공개한 시나리오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며, 대안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출했어요. 바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라는 이름으로, 탄중위의 시나리오보다 10년 빠르게, 탄소중립이 아닌 기후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여기서 기후중립은 모든 인위적인 온실가스의 순배출 ‘0’을 목표로 하는 걸 말해요.

2040 시나리오에서는 기온 상승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탄소 예산에 근거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204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97% 감축을 목표로 해요. 중간 목표로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8년 대비 61%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있고요.

또한 고탄소 배출원들의 종결 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불확실한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이행 가능한 수단을 우선으로 하며,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지구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