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1
Vol. 13

인류학자 김현경의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떤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으로 부터 받는 대접이라고요. 책의 내용을 빌어 정리하자면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일 뿐,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요. 사전적으로는 인간과 사람의 뜻이 동일하지만 통상적으로 인간은 '종의 분류'를 사람은 어떤 '자격'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립니다.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스프링샤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 그리고 사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환대에 동참한 여러분께 3월의 샤인한 소식을 전합니다. 🌈

오늘의 콘텐츠

ㆍ와썹 샤인ㆍ

# 2회 하나 아트버스 수상자 발표

# 친환경 피크닉 굿즈 "바다숲" 런칭-해피빈에서

# 2023 new스프링아카데미 개강 (feat.수업 스케치)

안녕하세요 잼스

# 과묵한 젠틀맨 # 멍냥이 아부지

프리즘 뉴스

# 에디터의 짧은 기행-차별 없는 가게

<1>

하나금융그룹X스프링샤인 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2회 하나 아트버스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


지난 20, 2회 하나 아트버스의 수상자가 공개되었습니다. 600여 점의 쟁쟁한 지원 작품 가운데 한양대학교 미술디자인센터의 심사로 총 30점을 선정했으며 부문별로는 성인 20, 청소년 5, 아동 5점을 시상하게 되었어요. 회화 21, 디지털 작품은 9점으로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 제작 기법과 재료의 영역이 점차 확장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전합니다. 수상작품은 417일 부터 온라인 NFT 전시·거래소 캔버스에서 관람하실 수 있어요. 오프라인 전시와 시상식은 아래 일정을 참고해 주세요. 😆👇

<2>

스프링샤인 피크닉 세트와 봄바람만 있으면어디든 갈 수 있어

친환경 피크닉 굿즈 '바다숲' 런칭_해피빈에서 🌳🦈🪸🐢


벚꽃이 제주에서부터 렬히 북진해 왔습니다. 서울의 꽃송이도 예년보다 훨씬 일찍 얼굴을 내밀었네요. 가까운 산으로 강으로 훌쩍 떠나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나들이를 책임질 스프링샤인의 따끈따끈한 봄신상, 친환경 피크닉 굿즈 바다숲 세트를 소개합니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사이클 원단으로 만들어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바다숲 돗자리'. 폐지 수집 어르신을 지원하는 기업 러블리페이퍼종이가죽 원단으로 제작해 빈티지한 질감이 멋스러운 '바다숲 보냉백'. 아침 저녁 서늘한 공기로부터 보호해줄 '해양보호생물 무릎담요'까지.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알차게 구성했답니다. 바다숲세트는 언제 어디에나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이 매력이에요. 자수 라벨과 전사로 표현한 발달장애인 예술가 짜욱의 해양보호생물 일러스트가 밋밋하지 않게 포인트를 더해줍니다.

판매 수익은 모두 발달장애인 예술가 양성교육과 활동지원에 쓰일 예정이에요. 바다숲과 함께 봄날의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해피빈 펀딩 : 2023.04.30까지

<3>

2023 NEW 스프링 아카데미 개강

도예·회화·디지털드로잉까지 알차게 🏫🤓


모든 것이 특별한 스프링샤인이지만 무엇보다도 특별한 것은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 스프링아카데미가 아닐까요?

지난 315, 새롭게 단장한 스프링아카데미가 개강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디지털드로잉 과정을 신설해서 도예, 회화, 디지털드로잉 세 과정으로 분반 수업을 진행합니다. 도예 수업에서는 흙을 만지며 재료의 물성을 체험하고 기물을 빚는 과정에서 소근육과 창의력을 동시에 발달시킵니다. 회화시간에는 전문 선생님과 함께 선과 명암부터 기초를 쌓고, 디지털 드로잉 시간에는 웹툰 작가 선생님과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프로크리에이트 사용법을 배우죠. 새로운 기법과 창작 도구를 접한 스프링아카데미 수강생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 앞으로 펼쳐질 창작의 나래가 기대됩니다. 👍

성실과 점잖음의 표본, 아티스트 잼스(본명 하재민)스프링샤인의 원년멤버로 2011년 부터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도자기 오브제 '멍냥이'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에요. 아토피가 있어 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잼스의 손에서는 제각각의 포즈와 특징을 지닌 멍멍이 냥냥이가 쏙쏙 태어납니다. 단순한 형태임에도 저마다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잼스는 보다도 다양한 색의 선화를 통해 하루의 기분을 표현합니다. 과감한 터치로 가득 찬 도화지는 잼스의 하루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다채로운 통로가 되죠. 2021년에는 꾸준히 작업해온 작품을 모아 <영원한 소년, 재민>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일기처럼 매일 그려낸 스케치 수채화 그리고 도자기 작품을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와 부산 중구 대청갤러리에서 선보였죠.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순수한 잼스의 세상에 잠시 방문해 동심에 젖어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최근 잼스는 새로운 도자기 굿즈를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에 걸맞게 달토끼를 소재로 생활 소품을 디자인하고 있죠. 밤하늘을 바라보는 , 컵이나 화병 위에 다소곳이 올라앉은 달토끼의 뒷모습을 보면, 묵묵히 작업에 몰두한 잼스의 등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집니다.

잼스의 달토끼 시리즈가 여러분을 만나러 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주세요. 🐰🐇

#에디터의 소소한 기행 _ 차별 없는 가게를 아시나요?


"환대라는 것은 자리를 주는 것이다." 이 말을 곱씹던 중, 작년 여름에 읽은 한 포스트가 떠올랐습니다. 아티스트 콜렉티브 그룹 '다이애나랩'에서 시행하는 <차별없는 가게>라는 프로젝트였죠. 사회적 소수자가 지역사회에서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하나의 개인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동네 식당이나 카페 등 일상적인 상점으로부터 약속받아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자면 발달장애인이 어려운 행동을 하더라도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지 않을 수 있고, 휠체어를 막아서는 문턱이 없고, 장애인 안내견이나 13세 이하 아동을 동반하더라도 눈치보지 않을 수 있는 가게를 늘려 나가는 것입니다.

자료출처 | 다이애나랩 차별없는가게 지도  

차별없는 가게 지도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다이애나랩설명은 이렇습니다. "휠체어 이용자를 환영하기로 소문난 식당에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간 날이 있어요. 그날 친구가 일어나서 탁자를 쾅 치는 정도의 어려운 행동을 했어요. 그랬더니 휠체어 손님에게는 그토록 상냥했던 사장님이 당장 나가달라고 하더군요. 주변 손님들이 위험하다면서요. …발달장애인이 가게에서 쫓겨나는 사례는 이례적일 수 있지만, 크로스드레서이거나 아이와 동반한 사람이거나, 뭔가 조금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게에서 눈총을 받거나 예약이 다 찼다며 입장을 거절당하는 경우는 꽤 많아요. 가게에 들어가더라도 주변의 시선을 견디며 빠르게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바랐던 것은 소박했어요. 최소한 쫓겨나지는 않을 수 있는, 최소한 물리적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지역 가게의 리스트가 필요하다."

(인용출처 | 디자인프레스_당신은 이곳에서 편안합니다, 차별없는가게)


그리해서 차별없는 가게 지도를 살펴보던 중, 마침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한 카페가 표시되어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거든요. 에디터가 간 곳은 서울 은평구 불광천변에 위치한 '페이퍼넛츠'였는데요. 로스팅한 견과류와 그릭요거트, 더치커피가 주요 메뉴인 건강한 카페였어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이기도 합니다. 입구에 다가서자 유리문에 붙어 있는 차별없는 가게 스티커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차별없는 가게가 일반 상점과 엄청나게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누구이든 '이곳에서는 괜찮다'는 약속과 몇 가지 배려가 더해져 있을 뿐이죠. 두유 라떼를 시키고 창밖을 보며 앉아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서 가게 안이 꽉 찼습니다. 그 중에는 유아차를 탄 아기 손님도 있었고요. 잠시 아기 손님이 칭얼댔지만 눈살을 찌푸리거나 케어를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따뜻하고 호젓한 분위기 덕에 편안히 머물 수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에 에디터의 관심이 동했던 것은 이번 호의 '환대'라는 주제에 걸맞은 이유도 있지만. 선택권이 없는 이들에게 선택지를 늘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동의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은 말 그대로 권리이지만, 나아가서는 권력이 되기도 하지요. 선택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주인이 되기도 하고 존재감이 미미해지거나 아예 삭제되기도 합니다.

세상은 편리를 위해 표준을 정해놓고 그 규격에 맞는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도 대부분 표준인간일 때가 많아서 그 범위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무수한 세상입니다. 사실 에디터도 아직까지는 '표준인간'가까워서(겉모습만이라도요), 문턱이 없는 가게를 찾아 몇 시간씩 도심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매장의 구석에 앉든 창가에 앉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만 가도 수십 가지가 넘는 음료 중에 원하는 걸 골라서 마실 수 있고요. 하지만 에디터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세 개로 줄어들 겁니다. 캔음료수의 점자표기는 '맥주' '음료' '탄산' 밖에 없거든요.

이 무시무시한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권력은 어느 쪽에게 있나요? 음료수캔이 누구를 환대하고 누구를 삭제했던가요?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서두에 이런 질문을 합니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차별없는 가게처럼 하나의 건물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환대의 장소가 된다면, 그렇게 해서 모든 존재가 각각의 정당한 힘을 되찾는다면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두유 라떼 한잔과 함께 사유해 보는 주말이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찾아가던 샤인레터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옮겨가게 되었어요.

이번 호부터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금요일에 만나요. 🌈

스프링샤인은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이에요. 여러분의 햇살 같은 마음이 더해질 수록 더 많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답니다. 숨겨진 원석 같은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스프링샤인의 후원자가 되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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