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 : 다즐링에서 청포도 향이 안나요

2022-10-21 27호

✉️LETTER

팽주님, 이번 한 주도 맛있는 차 많이 마셨나요?

오늘의 더티레터는 예고 드린 바와 같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책방에서 열린 <차의 계절> 북토크로 꾸몄습니다. 북토크 현장에는 더티레터의 팽주님들도 많이 오셨어요. 이미 얼굴을 아는 반가운 분도, 사이버 세계(?)에서만 알고 지내다 처음으로 뵙는 분도 계셨습니다. 시간이 촉박해 인사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다시 적어요.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북토크는 재미있으면서도 고통스러웠(!)는데요. 제가 어쩌다 짤막한 인사와 강연 소개를 맡게 됐는데, 너무 떨었거든요. (네 앞에서 어버버 거리던 그 사람이 접니다... 저에요!!!) 저로 인하여 어색함을 견디셔야 했던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오늘의 레터 시작하겠습니다.

더티레터와 재밌게, 오래 차 마셔요.

윤 팽주 올림

⚗️TEA

BOOK
언제나, <차의 계절>

'차, 제국에서 로컬까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의 북토크에선 <차의 계절>의 저자 정다형 대표님이 운영하는 차 수입·유통사 티에리스의 홍차 두 종류가 제공됐습니다. 인도의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 그리고 네팔 준치야바리 다원의 홍차였는데요. 티에리스의 수많은 차 가운데 이 두 가지 차를 선택한 이유, 과연 뭘까요?

대영제국이 사랑한 다즐링

다즐링은 홍차의 이름이자 이 차가 생산되는 인도의 지명입니다. 다즐링은 영국인들에게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다원이었대요. 중국에서 몰래 가져온 차 나무를 심어 살아남은 유일한 지역이 바로 다즐링이거든요.

너무도 오래 전부터 명성이 높았기 때문에, 다즐링에는 오해와 낭설도 많습니다. 다즐링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첫 번째, 바로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가 가장 맛있고 귀한 다즐링이라는 오인입니다. 아시아에선 이른 봄에 따는 쓴맛이 적고 보드라운 찻잎으로 만든 차를 고급차로 여기죠. 하지만 이는 녹차 중심의 생각이에요. 홍차는 찻잎이 충분히 자라야 더욱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어요. 그래서 다즐링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대표격은 봄에 따는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가 아니라 여름에 따는 다즐링 세컨드 플러시입니다. '홍차의 샴페인'이라는 멋진 별명을 갖고 있죠.

다즐링 세컨드 플러시가 가장 잘 표현하는 다즐링의 시그니처 향을 '무스카텔 플레이버'라고 합니다. <차의 계절>에서는 무스카텔 플레이버를 이렇게 서술해요. "만개한 꽃이자 과일이고 숲이며 흙인 그는 계절이 노래하는 한 편의 시." 음... 머글 입맛인 저는 무스카텔 플레이버가 뭔지 여전히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름답고 복합적인 향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다즐링에 대한 두 번째 오해가 나옵니다. 다즐링은 머스캣 포도 향이 난다, 청포도 향이 난다는 것입니다. 정다형 대표님은 "무스카텔은 포도가 아니라 머스캣 포도로 만든 와인을 뜻한다"며 "다즐링의 무스카텔 플레이버란 포도향이 아니라 포도로 만든 술, 즉 무스카텔 와인의 풍미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다들 다즐링에서 청포도 향이 느껴진다는데... 왜 나만 안느껴짐?'이라고 생각했던 팽주님 계신가요? 팽주님의 후각이 잘못된게 아닐지도요?

네팔에도 홍차가 있냐고요?

정 대표님께서 보여주신 지도에서 준치야바리는 인도 다즐링과 상당히 가까웠습니다. 국경선만 그어져있다 뿐이지 히말라야 산맥의 이쪽, 저쪽에 있는 엇비슷한 지역이더라고요. 이렇게 가까이 있지만 이 두 지역은 지금껏 매우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다즐링은 영국의 식민지배 시절부터 고급 홍차를 생산하는 산지로 유명했지만 그 바로 옆에 있는 네팔의 차들은 '다즐링 짝퉁' 취급을 받았대요.

그런데 요즘들어선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네팔의 소규모 다원들이 고민과 연구를 거듭해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차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거든요. 다즐링이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이라면 준치야바리 홍차는 그보다 한 걸음 더 현지화 된, 로컬의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연의 제목이 '차, 제국에서 로컬까지'인 이유, 그리고 이 두 차를 고른 이유 이제 아시겠죠?

제가 맛 본 네팔 준치야바리 다원의 홍차는 분명 서양 홍차의 특색을 갖고 있으면서도 중국 홍차의 맛도 느껴졌어요. 도드라진 맛과 향이 있다기보다는 여러가지 맛과 특징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느낌이랄까요. 준치야바리 다원의 운영자들이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제다 기술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데, 그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이곳에선 홍차 뿐 아니라 6대 다류를 전부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어설픈 부분도 많지만, 이런 노력이 쌓이고 확산하다보면 머잖아 네팔 녹차나 네팔 백차, 인도 우롱차 같은 걸 맛보는 날도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작은 찻잔에 담긴 따끈한 차 한 모금에서 시작해 차의 트렌드를 바꿔놓을 차 산지의 변화까지 조망해 본,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증맬 재밌는 얘기(ex. 차 산지 여행 꿀팁 등)가 많았지만 분량의 한계로 이만 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 대표님의 책 <차의 계절>에서 확인하시길요. 차를 즐기는 분도, 차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분도 각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차의 계절> 지은이 정다형 ㅣ 한스미디어 ㅣ 20000원

티에리스 인스타그램 ㅣ 홈페이지

티에리스 티스탠드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287길 9-1

✏️MEMO

◼️ 차와 관련된 신간 나오면 알람 보내주는 서비스?

저는 온라인 서점 중 알라딘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요. 자기가 원하는 분야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알람을 주는 '신간 알리미' 서비스가 있더라고요. 전 '차/다도'를 신청해 놨어요. 신청은 로그인 후 마이페이지에서 신간 신청 알림을 클릭하면 돼요. 알람은 어플이나 메일로 보내줍니다.

◼️ 샤이니 키가 던진 작은 돌...

샤이니 키가 나혼자 산다에서 홍차와 소주를 섞어 먹는 일명 '기범주'를 히트시키면서 진로에서 홍차 토닉을 실제로 내놓기에 이르렀는데요. 사먹어보니... 맛있더라고요?! 꼭 홍차 토닉이 아니라도, 요새 다양한 홍차 음료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취향껏 자신만의 홍차 소주 칵테일을 만들어봐도 좋을 듯 해요. 보성홍차 아이스티와 티즐 자몽블랙티가 맛있다는 소문이. 맥주 러버라면 CU에 새로 나온 타바론 맥주도 도전해보세요. (타바론 밀크티도 함께 나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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