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 시애틀 추장, 더숲
시/에세이


너의 가슴 속에 죽음이 들어올 수 없는 삶을 살라.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논쟁하지 말고, 그들의 시각을 존중하라. 그리고 그들 역시 너의 시각을 존중하게 하라. 너의 삶을 사랑하고, 그 삶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고, 넌의 삶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만들라.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中


피곤할 때, 나 자신에게 집중 하고 싶을 때 앞서 간 현자들이 남긴 글을 읽는 북플러들이 많죠. 북플러들의 내면의 힘을 위해, 북플래터에서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등의 책을 추천했어요. 오늘 추천할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두꺼운 분량을 가진 책일 것 같네요. (무려 906p의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류시화 시인이 수집하고 우리말로 옮긴, 아메리카 인디언 역사를 대변하는 41편의 명연설과 해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어록을 총망라한 기록이에요. 

백인들이 문명과 총을 앞세워 그들의 땅에 들어와 터전을 잃는 그 순간까지도 비굴해지지 않고 그들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남기려 했던 자세가 남겨져있어요. 특히 대지를 어머니로 여기며  살아가는 인디언들이 자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하는 백인들에게 남기는 말들에서 요즈음의 우리를 떠올리게 돼죠.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中
'미타쿠예 오야신 -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디언들의 뿌리 깊은 정신은 자연을 이용해야 할 대상이 아닌 자신의 몸과 하나처럼 느끼고 삶의 선물로 함께 살아가게 만들었죠. 

오염수를 방류해 바다를 파괴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숲을 훼손하고 일상적으로도 쓰레기를 배출 하면서도 아무런 경각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고 어릴적부터 배우지만 이미 너무나 심각해진 문제를 이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걸까요? 

어느 하나 모난 곳 없이 삶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인디언들의 태도를 보며 우리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 챕터마다 각 부족들이 남기는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어요. 양이 방대하니 처음부터 쭉 읽기보다는 책을 펼쳐셔 오늘 나에게 도움을 줄 구절이 무엇인지 찾아 보는 것도 좋은 팁! :-)

- 에디터 봉봉 🍭

AI 이후의 세계 헨리 A. 키신저, 에릭 슈밋, 대니얼 허튼로커/ 윌북
AI/비문학/경제경영

AI가 불러올 세상에서는 의사결정 방식이 세 갈래로 나뉠 것이다.

하나는 인간에 의한 결정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에 의한 결정이며,

나머지 하나는 인간과 기계의 협력에 의한 결정이다.

AI는 이제껏 도구에 불과했던 기계를 우리의 파트너로 격상시켰다.

 

- AI 이후의 세계 


AI(인공지능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물이 100도라는 임계점에서 수증기로 질적 변화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학습 연산량이 1022제곱을 넘어가는 순간, 느닷없이 추론 능력이 나타나거나 코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해요. 왜 이렇게 잘 작동하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현재 AI가 잘못 작동하더라도 인류가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 섞인 주목을 받고 있어요.


<AI 이후의 세계>는 기술 자체를 미시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을 역사철학윤리 등 다양한 맥락에서 분석하는 책이에요잠시 멈춰서 AI 시대에 인류가 무엇을 만들고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숙고해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이란 컴퓨터 시스템이 인간과 유사한 지능적인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하거나 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을 의미해요. 수염, 뾰족한 귀, 네 다리 등 이상적인 고양이의 속성을 AI에게 가르치는 플라톤(본질을 식별)적인 접근이 아니라고양이 사진 100만 장을 수집해 잠재된 패턴을 찾아내는 비트겐슈타인(유사성 일반화)적인 접근을 통해 고양이를 인식하죠.

 

더 나아가 생성형 인공지능 단순히 주어진 텍스트를 번역하고 이미지를 분석하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 혁명인데요일반적인 신경망이 인간의 얼굴 사진을 인식하는 것에 머문다면, 생성형 신경망은 진짜처럼 보이는 인간의 얼굴 사진을 만들어요(대화형 인공지능인 챗GPT도 생성형 인공지능에 해당해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AI의 역량은 이제 가짜 뉴스뿐 아니라 인류의 마지막 보루였던 예술 분야까지도 정복해 사람들의 신기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끌어내고 있어요. 모나리자에 다리를 붙여주고, 진주 목거리를 한 소녀의 방 내부를 그려내는 것뿐 아니라, 명령어 몇 줄이면 세상에 없던 예술 작품도 만들어 낸다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일론 머스크가 공동 창업한 리서치 랩 'OpenAI'에서 만든 AI 아트 제너레이터 'DALL-E'가 궁금하다면 여기🎨 클릭!)

🧠 동물행동학자와 건축가의 시선에서 본 AI  
저는 이 책을 읽고,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가 AI 시대의 우리가 따라야 할 지침을 알려주는 영상이 떠올랐어요. 최재천 교수는 AI시대에 우리가 지능과 지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해요지능(Intelligence)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인지 능력인 반면지성(Intellect)은 도덕공감 관점을 모두 포함해서 내 자신을 투영해 반성해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능력을 의미해요그런 차원에서 GPT는 아직은 집단 지능을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하고요.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나만의 알고리즘을 개발해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보다 고급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가 AI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AI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건 기계와의 협력 속에서도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인간과 기계가 적대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로 함께 만들어갈 AI 이후의 세계가 궁금해져요!
- 에디터 초코 🍫
  
🧀 북플러 추천 책
결혼, 죽음 에밀 졸라, 정은문고
고전/프랑스문학


결혼이란 얼마나 야릇한 제도인가. 인류를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쪽엔 남자, 다른 한쪽엔 여자를 배치해서 각 진영을 무장시키고는 이제 그들을 합류시키며 “평화롭게 살아보라!”니.


- 결혼, 죽음 中


에밀 졸라의 <결혼, 죽음>은 제목 그대로 결혼과 죽음을 다루는 단편 모음집이에요. 1장은 결혼, 2장은 죽음으로, 18세기 프랑스 사회 속 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농부 다섯 가지 계급이 각각 어떻게 결혼과 죽음을 맞이하는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3장은 에밀 졸라의 유명 소설 <테레즈 라켕>의 모티브가 된 '어떤 사랑'이 실려있는데요. 결혼과 죽음이 적절하게 섞인 단편소설이에요.


계급별로 경제 상황이나 살고 있는 집, 결혼식의 규모는 확연히 차이 나지만, 결국 이들의 결혼 생활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어요. 그저 돈을 모으는 공동체, 번듯하게 보이기 위한 수단일 뿐 사랑도 애틋함도 없다는 거예요. 유일하게 '사랑'으로 맺어져 행복하게 살 것 같았던 서민계급 에피소드조차 끝에 가서는 가정 폭력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돼요.


에밀 졸라는 '애인도 결혼도 자식도 실용적이라는 판단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상당히 건조한 시선으로 '결혼'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문체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결혼을 하려무나. 집에 여자가 들어오면 빛도 나고 활기도 생기는 법이란다. 부잣집 딸로다가. 아내도 가격이 있으니……. 그래, 데비녀 씨 댁 딸이 괜찮겠구나. 대수공업자 집안인데 지참금이 백만 프랑이라지, 아마. 네게 딱 맞는 비즈니스겠구나.


- 결혼, 죽음 中


결혼 생활이 망가진다는 건 인생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큰 사건을 이렇게나 무미건조하게 적어내려간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


에밀 졸라가 묘사하는 '결혼'을 보며, 오히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현대 사회의 통념이 굉장히 최근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결혼은 그저 가정이라는 정상의 형태, 그리고 경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실용적인 결합이었고, 지금이 특이 케이스가 아닐까 하는....! 결혼은 언제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를 띠게 된 걸까요? 결혼은 어떤 것을 얼만큼 고려해서 해야 할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에요!


  - 에디터 란란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결혼 이야기 (2019)

제목과는 반대로, 한 부부의 이혼 과정을 담은 영화에요. 이혼 상담 중에 말다툼을 하는 니콜과 찰리의 모습을 시작으로, 러닝타임 내내 두 사람은 미친 듯이 감정을 쏟아내며 싸우는데요. 양육권 등 법적 문제를 비롯해 깊이 얽힌 감정의 골을 마주하는 과정을 낱낱이 묘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기가 쭉 빨린다는...🙄)

18세기의 적나라한 결혼의 모습은 '결혼, 죽음'이라면, 21세기에는 '결혼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영화에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박쥐 (2009)

<어떤 사랑>을 모티브로 한 에밀 졸라의 대표작 <테레즈 라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에요.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남자 상현과, 상현의 친구인 강우의 아내 태주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상현과 태주는 그들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강우과 강우의 어머니를 죽이기로 해요.

<박쥐>는 원래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어떤 사랑>이 <박쥐>의 원작이라는 건 모른 상태로 읽었는데도, 읽자마자 <박쥐> 속 특정 장면이 떠올랐어요. 소설 속 눅눅하고 찝찝한 분위기가 영화에 잘 재현된 것 같아요. 텍스트와 영상이 머릿속에서 매끄럽게 연결되는 경험이 참 좋았어요 😎
🧀 이슈 한조각  

이미지 출처 : 문학동네


팝업 스토어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성수 뚝섬역에 열렸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1Q84> 한국인들에게도 알려진 소설을 써낸 작가로, 지난 주 6 만의 소설 <도시와 불확실한 > 국내 출간했어요. 이를 기념하며 기획된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에서는 신간을 비롯한 하루키의 도서 전종과 관련 전시까지 만나볼 있다고 해요! 🙋🏻‍♀️ 공간으로 만나는 하루키와 그의 작품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맛집과 카페, 볼거리가 많은 성수 나들이에 문학 감성 한스푼을 더한다면 정말 완벽한 하루가 같아요!


▪️ 장소 : 성동구 성수일로 10가길 4 1 (올드타운)

▪️ 기간 : 9 9 ~ 9 17

  
  
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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