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감독 형슬우)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47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3월 8일 오늘의 큐 💡   
Q. 요즘 날씨 어때요? ☔
님, 잘 지내셨나요? ⛅🌞⛅ 요새는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날씨 너무 좋지 않냐"며, 한껏 따뜻해진 날씨를 핑계로 이런저런 말들을 꺼내게 되더라고요.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무척이나 건조한🔥 요즘이지만, 그런대로 주말에 나들이 계획을 세우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자전거도 타고🚲 공원도 가고🌸 이곳저곳으로 산책을 나갈 생각에 저도 벌써부터 들뜬 마음인데요. 이 레터를 읽는 우리 구독자분들 중에서는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연인💘 분들도 많이 계시겠죠?

한편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의 '아영(정은채)'과 '준호(이동휘)'는 별로 사이가 좋진 않아 보이네요. 🌀 '연애 말, 이별 초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 둘은 마치 요즘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두꺼운 옷을 입을지 말지 고민하는 건 마치 이 관계를 이어나갈지 말지 생각하는 여느 커플의 고민과도 같죠. 이별을 겪고 있는 두 주인공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코트를 옷장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코트를 얻기 위해서 투자했던 내 시간과 돈, 코트를 입고 세상을 돌아다녔던 나의 노력들은 이내 다른 코트들과 함께 옷장 속으로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3월의 봄을🌺 만끽하고 계실 구독자분들께, 오늘은 형슬우 감독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아 참! 김양희 감독의 단편 〈내일의 연인들〉과 함께 영화를 엮어 생각해 본 인디즈의 단평도 놓치지 마세요. 

헤어질 '결심'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다소 스스로의 이별에 확신이 없어 보이는 듯한 영화의 제목은 사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이별은 어느 한 순간에 무 자르듯이 시작되지 않는다. 조금씩 견디고 쌓이던 것들이 모여서 문득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결심과 결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이별은 모호한 것일 수 밖에 없다. 헤어짐을 대략적으로 예상한 그 순간부터, 어쩌면 이미 헤어졌는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헤어질 것 같다, 헤어질 수도 있다 등 말은 사실은, 결국 아직 이별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별을 한 것과 다름 없다. 영화는 이렇게 지난한 결심의 과정을 러닝 타임을 들여 천천히 이야기 한다.


영화의 시작은 이미 아영과 준호의 이별이 시작된 이후이다. 담배를 태우는 고등학생들을 염탐하다 몰래 뺏어 피우는 준호는 티셔츠에 체크 남방 차림으로 친구 모임에 나오고, 준호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는 아영은 잘 차려 입은 채로 준호와 동반한다.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지쳐 보이는 아영과,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전혀 알 수 없는 채로 시간만 때우는 준호의 모습은 같은 집에 살며 삶을 나누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볼 수도 없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영화 속 아영의 결심은 준호의 옷 매무새를 정돈해주는 것을 포기하면서 시작된다. 대충 걸치고 온 옷차림에 아쉬운 말을 몇 마디 얹지만, 어떻게든 단정하게 만들어주려던 손은 이내 후줄근한 티셔츠를 보고 거두어진다. 아영이 준호를 붙잡던 손을 하나 포기한 것이다.


(중략)


풀어내지 못한 감정들로 근근이 붙어 있던 아영과 준호의 연애는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야 태블릿을 핑계로 끝이 난다. 그제서야 전화 번호를 지워내는 그들은 오랜 연애만큼이나 오랜 완충 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끝을 맺는다.


헤어짐의 시점은 과연 언제일까? 시작부터 끝이 난 연애가 있고, 끝이 나고서도 끝나지 않은 연애도 있다. 말로 특정할 수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끝이 났음을 서로가 알고 있다. ‘어쩌면이 사라지고 더 이상 모호해지지 않는 지점에, 연애는 끝이 난다.



인디즈 임다연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감독 형슬우|103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건 너야”
“헤어지자고 말 꺼내게 한 사람이 너잖아”

이별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연락처의 애칭을 풀네임으로 바꾸면?
카톡 친구를 삭제하면? SNS 팔로우를 끊으면?

사랑하는 사람에서 아는 사람으로
아는 사람에서 모르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현실 이별 프로세스

우리에게 내일은 (어쩌면) 있어 💘

연인들의 내일

〈내일의 연인들〉


사랑만큼이나 이별은 쉽게 다가온다.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전화를 통한 방식은 대개 비슷했다. 누군가의 결별 소식을 목소리로만 전해 들을 땐, 상대방의 호흡에 맞추어 나의 사랑을 되돌아 보곤 했다. 보이지 않는 발신자의 표정과 떨어져 나가버린 어떤 마음을 가늠하면서. 대학원생 정안도 휴대폰 너머로 친했던 선애의 이혼 소식을 듣는다. 인연의 끝으로 공백이 되어버린 곳을 임시로 맡아줄 수 있냐는 부탁과 함께. 그렇게 정안은 사랑이 떠나간 집에 살게 된다

단둘이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갖춰졌다는 건 안정을 뜻했다. 여자친구 지원과 둘만의 공간에서 정안은 되레 알 수 없는 여백을 느낀다. 앞서 지나간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기쁨과 같은 것들이 분명 남아 있었다. 냉장고 문에 붙어 있는 자석 혹은 부엌 구석에 놓인 인화 사진과 같은 것들이. ‘정안은 헤어질 결심을 했던 그들의 연유에 대한 상상을 한다. 곳곳에 멈춰있는 옛 인연들의 흔적이 우리의 발자취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은 거듭된다. 그들이 헤어진 이유는 어쩌면. ‘정안지원의 어깨를 마저 끌어 안는다.

텅 비어버린 집에 또 누군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정안은 알았을 것이다. 우리의 지금이 한때 연인이었던 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고 화초에 물을 주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본다. 사랑을 해야지만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있다. 깨진 도자기 위로 삐뚤게 맞춰보는 우리의 이유들. 하나였던 것에서 둘이 되어버린 유리 조각은 언제나 아프다. 오래 조각을 쥐고 있는 연인들의 내일이 메마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인디즈 이현지

〈내일의 연인들〉

감독 김양희|35분|드라마

정안은 어느 날, 선애의 전화를 받는다. 선애는 이혼을 했다며 빌라가 팔릴 때까지 정안에게 집을 봐달라고 한다. 정안은 선애의 제안을 반갑게 여긴다. 만난 지 얼마되지 않은 연인 지원과 단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을 떠나간 선애 부부를 생각하며, 언젠가는 찾아올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게 된다.

봄날의 병구를 좋아하세요? 🐻
이전부터 독립영화계에는 봄이 되면 찾아오는 한 남자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건 바로 거부할 수 없는 눈빛의 소유자 '병구'!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와 <헤어질 결심>으로 작년 한 해 TV와 스크린을 넘나든 '서현우' 배우 주연의 단편영화 <병구>형슬우 감독의 전작 단편이기도 합니다. 봄날의 햇살 같기도.. 아니아니 봄날의 알러지 같기도 한(에취) '병구'의 매력.. 곧 인디스페이스에서 다른 영화들과 함께 스크린으로 만나게 될지도? 🤐

〈병구〉 감독 형슬우|22분|드라마|2015


4월이 되자 민지는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 무거운 가구를 옮겨야 해서 아는 남자들에게

전화하지만 모두가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친하지도 않은 찌질한 병구를 부르게 된다.

병구가 집안을 휘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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