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자를 만나도 화내면 안되는 이유

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운전을 처음 한 게 20대 초반이었으니 운전을 한 지 20년이 되어 갑니다. 최근에도 대중교통보다는 직접 운전하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운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1~2시간 거리의 운전은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운전을 자주 하다 보면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황당한 경우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뒷 차가 제대로 정지하지 못해 받힌 적도 있고 올림픽 대로에서는 한강 둔치로 빠지는 일방통행 길에서 역주행하는 차를 만난 적도 있죠. (웃으며 공유 자동차를 역주행해 오던 운전자의 얼굴이 잊히지 않네요.)

사고를 겪거나 황당한 경우를 겪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시내 운전을 하다보면 화가 나는 경우들을 종종 만납니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는 차를 만난다든가, 차선을 밟고 달리는 차를 만난다든가, 무리하게 다른 차들을 추월하며 난폭운전을 하는 차를 만날 때 그렇습니다. 

아마 이럴 때 나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에이 저러다가 사고나 나라', ‘ 아니 저런 XXX가!’ 등의 표현들은 차라리 부드러운 표현에 속할 겁니다. 너무 화가 날 때는 심한 욕설을 하고 저주를 퍼부을 때도 있습니다. (주어는 없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20대까지만 해도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예측하기 어렵게 운전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화가 나서 욕설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창문을 내리고 싸운 적도 있습니다. 차에 일행이 타 있거나 하면 그나마 덜하지만 혼자서 운전할 때는 더 과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화내는 마음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화를 내고 클락션을 울려봐야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낼수록 제 마음만 더욱 피폐해져 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문득 차 안에서 혼자 앉아 화를 내고 욕을 하는 제 모습이 불쌍하게도 느껴졌습니다. 제가 하는 과격한 표현들은 결국 다시 제 귀로 들어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좋은 말만 들려줘도 부족한 마당에 좋지 않은 말들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저 스스로 들려줄 필요는 더욱이 없었죠.

제 친구이자 유명한 소통 강사인 이민호 대표가 해준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본인도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화내고 욕을 할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정작 그 욕을 들어야 할 상대방 운전자는 전혀 듣지 못하고, 되려 함께 타고 있는 내 가족들이 내가 하는 나쁜 말들을 듣게 된다는 거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술, 담배를 일절 하지 않으셨습니다. 욕설하거나 저희에게 체벌하는 일도 없었죠. 그런 아버지가 욕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쯤 되었을 때 운전하는 아버지 옆에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보고 아버지가 욱하는 마음에 화를 내시며 욕설을 하신 거죠. 그때 받았던 충격이 꽤 컸습니다. 나름 친구들과 과격하게(?) 놀 시기였지만 성인인 아버지가 욕설하는 모습은 낯설고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과격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지금 저 사람이 엄청나게 똥이 마려운가 보구나. 얼마나 급하면 운전을 저렇게 할까'라고 말이죠. 정말 놀랍게도 이렇게 생각하면 막 나려고 하던 화도 대부분 수그러듭니다. 화나는 마음 보다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이 이야기하는 상대방이 화를 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싸우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건 바로 상대의 화를 내가 받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화를 내도 내가 거기에 반응하지 않으면 그건 오롯이 상대에게 되돌아간다는 것이죠.

그러니 님도 도로에서 과격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만나면 화를 내어 반응하기보단 상대의 괄약근을 걱정해주는 건 어떨까요? 부디 늦지 않게 화장실에 도착하길 온 마음을 담아 빌어 줍시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나와 동승자의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상대방을 똥쟁이로 만드는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한주도 님의 안전운전과 정신건강을 기원하겠습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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