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경험들은 나의 생각과 신념, 성격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왜 힘든지 알기 위해서는 나의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나간 과거는 내가 문제를 대처하는 방향의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가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난 절대 장거리 연애는 못해”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것도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나온 내 나름의 통계에서 비롯된 거겠죠. 하지만 못한다고 단언할 것이 아닌, 왜 과거의 장거리 연애가 힘들었는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돌이켜 보면 다음에 장거리 연애를 할 때는 좀 더 다르게 대처할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해볼 수 있어요. 내 흑역사들(!)이 지금의 성장한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처럼요. 과거의 메이트님은 어떠했나요?
나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인생그래프
과거의 ‘나’는 그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로 이어집니다. 나의 현재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과거의 경험이에요. 그 과거의 경험중엔 따뜻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지만,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비난과 공포, 두려움, 슬픔, 상실 등의 부정적 감정들로 마음에 깊은 생채기가 남기도 합니다. 꺼내보기 두렵다는 이유로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상처들은 이따금씩 다양한 형태로 불쑥 올라와 나와 내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해요.
 
나를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의 경험들을 외면할 수 있다면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경험한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무의식적으로 쌓이게 돼요. 그 부정적인 기억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는 거예요. 그렇기에 힘들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하여, 외면하고 잊는 것 대신 ‘화해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어요. 물론 부단한 연습이 필요할 거예요.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한 과거와의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더 질길 수 있거든요.

과거로 돌아가 상처를 받았던 상황 속의 나를 마주하고, 무의식 속에 있던 감정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마치 엉킨 실을 공들여 풀듯, '아 그때의 네가 그랬구나'라고 내 과거를 인정하고 바라봐 주는 것이죠. 그게 바로 화해의 작업입니다.

미술 치료는 내 과거의 모습들과 만나 화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에요. 그중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여정을 그려 보는 ‘인생 그래프’는 혼자서도 집에서 시도해볼 수 있어요. 잊고 있던 기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지금의 ‘나’와 연결된 과거의 시간들을 발견하고, 묻어 두었던 상처를 대면하게 되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나를 위해 충분히 울어주고 위로를 건네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정리된 감정을 그 시간에 두고 올 수 있게 됩니다.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이 쉽지 않다면, 마치 그 시절을 살고 있는 누군가에 말을 걸듯 이야기해 보세요. 그 상황의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 깊은 위로가 나올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은 자기 이해(self-understanding)의 시간으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됩니다.
 
<인생 그래프> 그리는 방법
1. 종이 가운데에 축이 될 가로선을 그리세요.
2. 축의 가장 왼쪽에는 0, 가장 오른쪽엔 현재의 나이를 적으세요.
3. 축을 중심으로 상하방향에 상황이나 감정을 수치로 나타냅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점과 간단한 설명으로 표시한 후 점을 이어주세요.
4. 각 점을 살고 있을 과거의 나에게 건네고 싶은 한마디를 적어보세요.

과거의 나를 기억하고, 다독이고, 보내주어도 그 상처는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상처에 속수무책으로 힘들어하던 이전의 ‘나’와는 다를 거예요. 내가 왜 힘들었는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왔는지 확인해볼 용기를 내었기에 이전보다 넓은 맘으로 내 상처를 안고 갈 수 있게 되겠죠. 나를 알아간다는 것. 그것은 내가 살아갈 시간에 커다란 자산이 되어줄 거예요. 열심히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나를 응원해요!
밑미 미술 심리 카운슬러 김유진

미술활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치료를 해왔고, 어른들에게도 미술 심리상담을 통해 진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잊고 있던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 미술심리치료상담소 오이블라르 대표
- 미술심리상담사 1급
내가 살아온 집으로 보는 나의 역사
밑미 리추얼메이커, 박찬빈 님의 이야기

Q. 찬빈님을 소개해 주세요!
A. ‘찬빈네 집’에 살면서 <찬빈네 집: Vol 1. 촌스러운 집의 낭만>이란 독립출판물을 쓴 박찬빈 입니다. 공유주거브랜드 맹그로브에서 시니어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Q. <찬빈네 집>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누군가 제게 해준 말인데요, 집에 있는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서 그때부터 집에 대한 기록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어요. 집이라는 굉장히 사적인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처음엔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기록을 계속 하다 보니 집이 지쳐서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내가 정말 나다울 수 있는 집으로 좀 더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Q.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시나 봐요. (찬빈님.. 혹시 집돌이..?👀)
A. 예전의 저는 사실 지금처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집에 대한 기록을 하며 이전에 살았던 곳에 대해서도 돌이켜 보게 되었는데, 미용실 옆 원룸에 살면서 미용 약품 냄새 때문에 고통받던 때도 있었고, 햇빛이 없던 반지하 집에서도 살아 보고.. 그러다 보니 집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항상 밖으로 나돌곤 했죠.

그러다 지금의 집까지 오게 되었는데, 오래되고 낡은 집이긴 하지만 저랑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세련되진 않지만, 살다 보니 점점 정이 들더라고요. 집에 대한 애정을 가지려면, 집에 대한 발자취를 한 번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내가 이제까지 어떤 집에 살아왔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 보고 쓰다 보면 나에 대해 알 수 있어요.

Q. 집에서 하는 찬민님만의 리추얼은?
A. 매일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나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스스로가 사람 만날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지치는 거예요. 집에 덩그러니 쌓여만 가는 원두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도 집에서 내려 마시지 못하는구나’ 하며 나를 돌보지 못한 날들을 후회했죠. 그 후부터 리추얼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과 나를 지탱해 주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로 하루를 채우니, ‘나다움’을 발견하고 힘을 얻게 되었어요. 꼭 커피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내가 제일 나다울 수 있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아침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내 삶을 더 애정 있게 바라보는 연습을 함께 해보는 거예요.

*밑미레터를 다 읽고 나면 맨 아래에 유튜브 밑미TV 링크가 있어요. 찬빈님의 리추얼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밑미TV에서 만나보세요!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버닝콩 님의 고민
새롭게 시도하는 걸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디자이너 입니다. 디자인 일에 있어선 잘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지만 한 번 시작한 일에 뒷심이 부족한 편인 것 같아요. 모든 일을 할 때 시작하는 것보다 그 일을 꾸준히 하는게 더 어려워요. 의지력이 부족한 건 아닌지 항상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 끝내지 못할 것 같아 시작하는 게 점점 두려워요. 끈기있게 해내지 못하는 이 마음가짐,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님의 답변
잘 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비교해서 더 잘한다거나 혹은 항상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맡은 것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 나의 최선이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덜 피해가 가도록 노력하는 것,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잘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버닝콩님은 무엇을 잘 하고 싶으실까요? 이에 대한 답은 버닝콩님이 잘 알고 계신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끝까지 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디자인 일을 잘 해내고 싶으신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그러니 적어도 버닝콩님이 마지막에 쓰신 것처럼 끈기 있게 해내지 못한다는 자기 인식은 틀린 것임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때때로 다른 사람들의 템포와 조금 차이가 날 때가 있죠. 이 대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몰두하다가도 다른 아름다움이 발견되면 그것을 놓치기 어려운 순간이 생깁니다. 이것을 밖에서 관찰하는 사람들은 ‘끈기가 없다, 마무리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나의 대상을 깊이 탐미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새로운 아름다움을 계속 발견하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에요. 둘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독립적인 가치인 거죠.

계속 새로운 시선들을 찾아가는 일에 몰두하시는 것은 버닝콩님의 템포이지, 의지가 없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일에 조금 더 몰두해서 일을 완결하고, 또 끝까지 에너지를 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두는 것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너무 얽매여서 다른 기회들을 놓치지 마세요. 버닝콩님만의 속도로 잘 완주해내시길 바라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그때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을 글로 한 번 써보세요. 치열했던 나에게 고생했다고 전하기도 하고, 서툴렀던 나에게 모든 게 다 잘 될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도 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과거의 나를 위로하면, 현재의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12월 NEW 리추얼
12월에 22개의 밑미 리추얼이 오픈되었어요! 그중 한 끼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리추얼 두 개를 소개합니다. 한 해를 리추얼로 더 의미 있게 보내 보세요🙌🏻
'비건'하면 풀떼기만 먹어야 할 것 같고, 어려운 챌린지로 느껴지진 않나요? 하지만 하루 한 끼 비건을 탐험한단 생각으로 시작하면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죠.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은 이제 버릴 때! 어릴 적부터 비건을 지향해온 리추얼메이커 폭스 님과 함께 비건 집밥레시피부터 외식까지, 하루 한 끼 비건으로 충분히 행복한 식사를 탐험해 보세요. 리추얼메이커의 수익금은 환경보호를 위한 비건캠페인에 기부됩니다.
쓰레기와 공해를 줄이는 라이프스타일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처음부터 100% 무공해 라이프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물건을 아껴 쓰고,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누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만드는 습관을 줄이는 등 하루에 한 가지씩 실천하다 보면, 환경의 건강함뿐 아니라, 나의 건강함도 챙길 수 있을 거예요. 리추얼메이커 재은 님과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루에 하나씩 시작해 볼까요?
밑미 리추얼메이커 박찬빈 님의 이야기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22길 61, 5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