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엄한죽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족간병 


중환자실에서 19년 간호사로 일하며

깨달은 '좋은 죽음' 이란 


글 : 이필재 / 인물스토리 텔러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김형숙 교수>  

“좋은 죽음이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얼마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는 그런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나다운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고 봐요.”

 

최근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을 공저로 낸 김형숙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는 좋은 죽음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좋은 죽음’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좋은 삶을 포괄하는 주제”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엔 최고의 시설을 갖춘 병원의 특실에서 맞는 죽음이 존엄한 죽음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가정 호스피스 방문팀으로 일할 때 만난 70세의 말기암 환자는 종손이었는데 평생 내 뜻대로 시간을 쓰지 못했다면서 열흘만이라도 가족을 떠나 자기 시간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본인 뜻에 따라 가족이 하루에 한 번 볼 수 있는 작은 호스피스 병원으로 들어갔는데 호스피스팀이 환자를 방치했다고 생각한 가족들이 노발대발한 일이 있어요.”

 

그는 죽음은 환자 당사자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기 환자의 통증 조절 수준도 본인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당사자가 자존감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에, 다른 사람들도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죽음을 맞으려면 당사자로서 평소 기회 있을 때마다 가족 등 주변에 “나는 이렇게 죽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생각은 물론 가치관 등 다양한 주제로 솔직한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누는게 중요합니다. 단적으로 말기 환자는 집에서 마지막을 보낼 권리가 있어요. 뇌종양 말기의 한 환자는 여덟살 짜리 아들과 종일 보내고 싶어 사망 일주일 전 퇴원했습니다. 아이는 여덟살 인생에서 아빠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김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19년 간 일한 간호사 출신이다. 약 1500명의 말기 환자를 지켜봤다.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코드그린 : 의료 영리화가 무너뜨린 환자 안전 그리고 간호(공역)> 등의 책도 냈고, 마지막 삶과 죽음 그리고 돌봄에 대한 연구에 천착 중이다.

-중환자실에서 일하실 때 만난 기억에 남는 환자가 누군가요?


“척수종양 말기의 중년 남성이었는데 인공호흡기를 달았고 눈을 깜빡여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의식은 있지만 손가락도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라 당사자로서는 오히려 고통스럽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면회시간에 부인과 자녀가 와 그분의 얼굴을 쓰다듬는데 환자와 가족 모두 그 순간을 너무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해 했어요. 병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그런 마지막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다만 그런 입장이 됐을 때 누워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좋은 추억이 많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죽음은 결국 좋은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극심한 고통은 말기 환자의 정체성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완화의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완화의료의 핵심은 고통을 줄이는 겁니다. 말기 환자였던 신부님이 ‘통증이 너무 심하면 기도도 소용이 없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너무 고통스러우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어요.”

 

그는 “스위스로 날아가 존엄사를 하고 싶다는 식자층도 마약성 진통제를 써 통증이 조절되고 나면 말기 환자인데 운동을 시작하는 등 더 살 궁리를 한다”고 덧붙였다.

 

"말기 환자가 죽고 싶다고 할 땐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내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합니다. 국가적으로도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교한 정책과 지원을 해야 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해선 무엇을 권하시나요?


“가능하면 초기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지역에 가정 호스피스가 있다면 도움을 받으세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목표를 설정하고 당사자와 가족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해요. 특히 당사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알고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 건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자기다운 죽음을 모색하다 사전장례식을 원할 수도 있어요.”

  

그는 “죽음은 숨이 멎는 순간이 아니라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죽음에 이르는 힘든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때 정보를 정확히 알고 회피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죽음은 관계에 따라 정의 되죠. 그래서 당사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도 경도의 인지 장애였다가 점점 심해지게 마련이고 증세가 극심하지 않으면 기억이 온전한 시기도 있어요.”

 

-우리 사회에선 죽음도 평등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삶의 질처럼 죽음도 질이 있습니다. 죽음의 질을 높이려면 죽음을 앞두고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그런데 지역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에 차이가 있어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러나 존중 받으면서 자신답게 죽음을 맞는 문제는 경제적인 능력과는 거의 무관합니다.”

 

그는 죽음은 당사자와 주변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우선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에 집중하게 만들죠. 해결하지 못한 관계 문제를 풀게하고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게 되기도 하죠. 죽음을 앞두고서 가장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찰나의 시간에,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압축적으로 경험하기도 해요.”

 

-말기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간병은 간병 노동·비용뿐 아니라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역할을 분담할 때도 역할 자체를 나누기보다 환자 곁에 있는 물리적 시간을 서로 나누는 게 좋습니다.그러지 않으면 단적으로 말기인 여성 환자는 장남만 찾는데 간병 노동은 다른 사람 소관이고 정작 장남은 방문객으로 잠깐 면회만 하고 돌아가는 일이 생겨요.”

 

김 교수는 주 간병자를 따로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경제적 부담을 하는 가족은 간병 노동을 면제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 간병자의 ‘독박간병’ 노동까지 비용으로 계산해 지급하지는 않습니다. 가족 간병은 간병 부담이 두 배 이상입니다. 적어도 다른 가족이 환자 곁에 있을 땐 주 간병자로 하여금 감옥이나 다름없는 간병 현장을 떠나 있게 해야 돼요.”

 

그는 또 전 사회적으로 돌봄을 기본으로 우리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고령화 시대 이전부터 가정이 병실과 다름없는 상황이 흔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일찍이 의료적 도움과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가정을 병실로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삶을 의료화하자는 게 아니라, 삶이 제 자리를 찾고 의료는 일상을 뒷받침하는 보조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삶과 의료의 간극이 너무 크고 의료가 중심이 되면서 삶이 위협받고 있어요.”

 

그는 말기 환자도 관계의 회복,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집이 병원보다 낫다고 말했다. 집에서 죽음을 맞을 경우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죽음을 맞으면 사망진단을 받는 문제가 가장 큰데 가정 호스피스 등록을 해 놓으면 담당 의사가 임종시 현장에 없었더라도 사망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이다. 사실상 연명의료 거부 의향서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실행의 시기를 임종기로 제한, 의료진의 연명 의료 불이행엔 환자가 임종기에 있다는 의사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에 대해 살인방조죄로 의사를 처벌한 보라매병원 사건을 지켜본 우리나라 의료진은 임종기 판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어도 가족의 의견을 중시하고, 최대한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 하죠. 그래서 의향서를 작성할뿐더러 평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밝혀야 해요. 한 가지 더, 연명의료 중단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병원에서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면 해당 의료기관에 의료기관윤리위가 설치돼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계가, 생명 경시 풍조를 경계하면서 정작 죽음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는 거 같습니다. 의료계가 개선할 점은 뭐라고 보나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의료진은 죽음을 실패로 받아들이거나 죽음을 의료의 대상으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죽음과 말기 상태를 다룰 준비가 안 돼 있기 십상이죠. 그렇다 보니 죽음을 불편해 하고 말기 상태와 관련한 의사소통을 환자 및 가족과 잘 못하는가 하면, 죽음을 회피한 끝에 극단적 연명의료를하기도 합니다. 의대·간호대에 죽음을 다루는 과정을 만들고 의사·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관련 직무교육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른바 애도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별 후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겁니다. 특히 슬픔은 부끄럽게 여길 감정도, 감춰야 할 문제도 아니죠. 마음껏 울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사별을 겪은 사람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도 문제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려인 듯 포장하지만 타인의 슬픔에 직면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별한 유족이 아픔을 표현하고 슬퍼할 기회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남 거창 태생인 김 교수는 서울대 간호학과 재학 시절까지 문학소녀였다고 했다.

 

-버킷 리스트가 뭔가요?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기에 버킷 리스트라고 할 만한 건 따로 없습니다.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려 들고, 세파에 떠밀려 놓치는 것이 없게 하려 평소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서 살아요. 다만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등산을 많이 하려 합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인생 2막을 영위하는 데 건강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죠.”

 

-때이른 이야기이지만, 묘비명에 대해 생각해 보신 일 있나요?


"묘비명이 남은 삶의 지표 같은 은유라면 ‘따뜻하고 관대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묘비는 세우지 않고 그냥 화장되어 자연 속으로 흩어지길 바라요."

*나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가지기 위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여러분은 쓰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지난 주에는 일본의 은퇴 설계 전문가인 오에 히데키 대표의 인터뷰를 보내드렸습니다.


👉 지난주 칼럼 보기 링크 

은퇴 후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한 마디는?


오에 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 은퇴 후 창업, 인간관계, 취미, 지역사회 참여까지 다양한 활동에 대한 조언을 전했습니다. 관련하여 여러분은 은퇴 후 어떤 활동을 실천해보고 싶으신지 질문했는데요.    


퇴직 후 꼭 실천해보고 싶은 것! 설문 결과를 지금 살펴보겠습니다!

 🎉 퇴직 후 꼭 실천해보고 싶은 것? ✨


🥇 새로운 취미 배우기 (44.6%)

🥈 지역사회 참여 (20.0%)

🥉 창업 (13.8%)


1위는 바로 '새로운 취미 배우기' 였습니다.

직장생활 동안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하지 못했던 다양한 취미생활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2위는 '지역사회 참여' 였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적지 않네요. 


3위는 '창업' 입니다. 

은퇴 후 창업 성공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새로운 도전으로서, 또한 경제활동의 연속성을 위해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네요. 

  

그 외에 기타 답변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밀린 독서와 차분한 독서를 하고, 책도 집필하고 싶다.'

'내 멋대로 살아가기(내가 좋아 하는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바빠서 미뤄 놓았던 관심 분야에 관한 공부'

투표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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