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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하는 사람들


도서관 사서들과 대화해본 적이 있나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도서관 안팎을 바라보는 사서의 시선은 어떨까요?

지금 우리 사회의 질문을 맞닥뜨린 
사서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도서관은 정숙해야 하는 곳인가?   
           

저는 느티나무도서관 뜰아래에서 근무합니다.  아이들과 보호자가 많이 이용해요. 지금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법, 보호자(주로 부모님)와 소통하는 법이 어렵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사서로서 말을 거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도서관은 매일 먹고 자는 집도 아니고, 매일 같은 친구들을 만나는 유치원도 아니에요.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곳이에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존중을 알아가는 공간인 거죠.

“여긴 도서관이야, 조용히 해, 쉿, 뛰어다니지 마”가 아니라 함께 하는 곳이니까 존중해야 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문제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가면 경직된 자세로 '이제 혼나나 보다'하더라고요. 눈을 피하면서 부러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요. 그런 상황이 펼쳐지면 보호자들도 경계 서린 눈으로 저를 쳐다봐요. 제가 아이에게 다가가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먼저 방어하세요. 그런  방어적인 태도가 다 이해가 돼요. 아이들의 사소한 태도로, 그 나이 또래라면 아직 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행동들로 다른 공간에서 제재받은 적이 있기에 나오는 태도들 같아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계속 생기고 있는 노 키즈존과, 맘충이라는 아주 폭력적인 단어만 봐도 그렇고요.

도서관이 아이들을 반기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니까 울 수도 있죠, 놀다보면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죠. 그럴 때 보호자가 할 일은 사서의 눈치를 보며 아이들을 마냥 조용히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법에 대해서 아이들과 말해보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이해하고 배워야 해요.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거나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죠. 그렇기에 도서관에서 모두 한 명 한 명의 시민으로서, 함께 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1년차 사서    



전에 일했던 곳에서 아동열람실을 담당한 적이 있어요. 저녁부터는 이용자들이 싹 빠져서 그날도 한 가족(아이 두 명, 보호자 한 명)만 남아 있었어요. 탁자에는 성인 이용자 두 분이 개인 공부를 하고 있었고요. 아이는 할 줄 아는 말이 옹알이밖에 없는 나이로 보였고요. 아이가 꺄아악! 할 때마다 보호자가 쉿, 쉿. 하시고 아이를 얼른 찾아 따라붙었어요. 

그런데 개인 공부 중이던 분 한 분이 "저기요. 너무하는 것 아니에요?"하고 말을 거시더라고요. 제게 거는 것이 아니라 그 보호자에게 요. 그 짧은 순간 동안 아이를 방치했다고요. 여기 도서관이라면서,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보호자 분은 속상함에 약간 눈물 그렁해지셔서, 제게 "여기 독서실이에요?"하고 물어보셨어요. 독서실도 아닌데, 아동열람실인데 하고… 나가실 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마음에 계속 남으셨는지, 며칠 후 도서관 앞에서 서성이는 걸 보고 다른 직원이 다독여서 함께 들어오시기도 했어요.


이런 일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요. 아이를 바로 진정시키지 않았다고 보호자를 다그치는 직원을 볼 때에나, 큰 소리로 혼내고 야단치듯 주의를 주지 않으면 대놓고 면박을 받는 직원이나. 도서관은 어떤 곳인지, 어떤 곳이어야 하고 어떻게 꾸려가는 것이 맞는지. 관마다 취하고 있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느낄 때도 많아요.

-4년 차 사서  

#서비스직으로서의 사서


종종, 사서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점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온종일 있다 가지만, 결국 그 책을 주고받는 건 사람이잖아요. 이용자와 가장 자주 만나는 데스크 사서의 경우 대부분 단기계약직이에요. 응대를 위해 알고 있어야 할 크고 작은 정보들은 늘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고, 매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화난 이용자들을 만나요. 제대로 된 응대를 하더라도 응대한 사람의 연령과 성별-주로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연령의 여성-이 데스크에 있을 때 응대의 절차나 민원 정도가 갈리는 부분도 큰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내가 데스크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고, 소모될 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죠. 

폭언을 듣거나 스토킹을 당하게 되어도, 이용자 비고란에 구구절절 적어놓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내용은 데스크 안에서만 공유되고, 비고란에 "이런 사람은 제발 우수회원으로 지정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혀 있지만 다음 분기에도 어김없이 우수회원 등급은 유지되고요. 도서관을 그만두거나, 그분이 더 이상 도서관에 오지 않거나.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모멸감과 무력감에 내몰려 결국 도서관을 떠나는 동기들을 참 많이 봤어요.


-4년 차 사서

#슬럼프, 그럼에도 사서를 계속 할 이유


사서는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이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에게 집중해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궁금해하는 거예요. 어떤 책을 '왜'집어 들고 내려놓았는지 물어보고 이야길 듣고요. 그러려면 사서와 이용자 간의 대화를 여과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쉴 새 없이 많은 사람들을 응대해야 할 때, 예를 들면 방학에 사람이 몰리는 때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말을 걸기가 힘들어요. 그러다 보면 평소에는 즐거웠던 이용자 응대가 부담스러워져요. 또 온종일 바빴던 일과를 끝내고 도서관을 마감할 때, 서가 사이에 늘어져 있는 과자봉지들을 발견할 때는 한숨부터 나와요. 그런 날이 계속되면 사람들이 궁금해지지 않아요. 서비스직이 겪는 일종의 슬럼프의 일종이죠.

하지만 결국 이 슬럼프를 끝내주는 것도 이용자예요. 도서관이 유독 소란스러운 날이 있었어요. 저녁에 서가 사이를 치우러 갔는데, 어떤 이용자가 쓰레기를 치우고 서가를 정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본인이 어지른 것도 아닌데, 투덜대면서도 엄청 꼼꼼하게 정리하시더라고요. 감사하다는 인사에 "이거 정리 안 하면 사서들이 힘들잖아요."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가셨어요. 그 날 속상했던 마음이 녹았어요. 
아이들이 모여서 "누가 제자리에 책을 더 많이 꽂나 내기하자"하고 떠들면서 책 꽂기를 도와주기도 하고요.

"우리가 더 도울 것 없어요?" "도서관에 필요한 것 없어요?"라고 물어주는 이용자의 한 마디가 모여 힘을 줘요. 그럼 슬럼프가 눈 녹듯 사라져요. 도서관을 채우는 사람들의 한 마디가 사서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큰 거죠. 이런 순간이 쌓여서 사서를 계속할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을 계속할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제가 말하는 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아니고, 도서관을 이루는 수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부딪치고 고민해볼 예정이에요.


-3년 차 사서   

#사서가 되고 싶은 이유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일 년 동안 인턴으로 일하면서 처음에는 '내가 도서관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 수서 회의를 하는데 너무 어려운 거예요. 어느 날 작가님(임수희 사서)에게 회의가 두렵다고 털어놓았어요. 저는 몰랐는데, 다들 입사 후에 세 달 동안 수서 회의를 무서워했다는 거예요. 그때 참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그날 집에 가면서 '아 나는 지금 서툴고 몰라도 괜찮구나' 했어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일 년 동안 인턴으로 일 하며 도서관이 단지 '책이 쌓인 네모난 상자'가 아니라는 것, 책을 고르고 배가 하는 방식에 따라 이용자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의 양과 질이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어요. 도서관은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도요. 

이런 경험이 제겐 어떤 벅참이었어요. 5년 후, 10년 후 저의 모습을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조금 더 파고들고 싶은 '세계'는 도서관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



- 문헌정보학과 신입생 



이 뉴스레터는 7월 27일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열린
<사서, 고생합니다> 저자초청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사서, 고생합니다』는 저자가 공공도서관에서 2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근무하며 겪었던 일들을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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