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가면 예술이 된다는 말에 정말 동의한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동의한다.
아무리 하찮다고 생각했던 일도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전 세계 방송을 통해 유명 인사가 되는 사람들을, 최근에는 많이 접할 수 있다. 예전부터 한국에 존재했던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은 그런 사람들만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얼마 전 유퀴즈에서는 <밸런싱 아티스트>라는 아저씨분이 나오셨는데, 말 그대로 모든 물체의 균형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모든 물체를 연달아서 세울 수가 있다. 돌 위에 돌을 쌓고, 의자를 쌓고, 심지어 사람도 쌓는다. 그 사람의 능력을 봤던 제3자의 누군가는 ‘저게 그래서 뭐?’라며 지나쳤을 수도 있고 ‘오 신기하네’ 정도로 약간의 놀라움을 표하며 나중엔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 아저씨분은 극단으로 달려갔고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들이 ‘능력’ 자체만으로 예술의 경지에 다다를 순 있지만, 이를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은 단순히 그 능력치가 극단에 다다라서라기보다는 그 작업에 대한 그 사람의 진심이 닿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말 진심은 언젠가 통하는 법이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느낀다.
최근엔 래퍼 정상수를 보고도 느꼈다. 초창기에 정말 사람들이 많이 비꼬았고, 그 사람도 개그 캐릭터로 더 유명해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의 음악이 비꼴 만한 음악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랩이랑 힙합을 사랑하는 진심이 가면 갈수록 느껴지는 것이지. 그러면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진심 앞에서 그는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망가져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난 진짜로 정상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진심이라는 것은 결국 반복에서 나온다. 너무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반복인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것. 우리가 한때 기리보이의 엄청난 작업량에 관해 이야기했던적이 있었지. 그 엄청난 작업량이 적절한 예시라고 본다. 반복은 능력을 예술로 만들고 진심이 전 지구에 통하도록 만든다.
난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반복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감과 포기, 절제가 따르는지 날마다 체감하고 있다. 최근엔 기타가 너무 좋아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기본적인 크로매틱 연습마저 매일 하지 않고 있지. 갑자기 그런 내가 위에 글들을 써 내려갔다는 게 갑자기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떤 답장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편지에는 내가 최근에 빠져 있는 기타 ‘소리’들과 그런 음악들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음악 외에도 더 이 세상의 사운드에 관해 얘기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기타를 배우니 기타를 연습하고 싶다는 욕구보다 그저 더 좋은 기타를 사고 싶다는 욕구가 훨씬 많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더 좋은 기타가 사고 싶다…
- 진심이 되고 싶은 음악추천인
오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