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이에게.   태준이형과는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 형도 나처럼 굉장히 내형적인 성향의 소유자라서 어떤 프로젝트
 
008_리프는 곧 진심
오막 to 한아임
2022년 11월
 


아임이에게.

 


태준이 형과는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 형도 나처럼 굉장히 내향적인 성향의 소유자라서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음악을 하는 모두는, 혹은 예술을 하는 모두는 관심을 바라는 유형의 인간들이기에 분명히 속으로는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뉘앙스를 나에게 내비치기도 했고. 내가 듣기로는 태준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앨범에 지금 딱 한 곡만 더 만들어서 채우면 완성이라고 하는데, 그 작업이 끝나면 앨범이 실제로 발매가 되든 아니든 한번 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태준의 허락하에 우리가 먼저 그 앨범을 청취해 보는 호사로운 기회도 누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얘기하면서 음악 외에도 ‘소리’ 혹은 ‘들리는 것들’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했었지.

그럼에도 편지를 읽고 난 뒤에 어떤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고 할 때면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먼저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너가 말한 ‘반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기타 리프와 베이스 리프 였다. 리프라고 한다면 특정 멜로디나 리듬으로 반복되는 구간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지금에야 락킹한 일렉기타 사운드가 반복되는 기타 리프가 메인테마를 이루는 곡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락이 음악계를 지배하고 있던 시절엔 기타 리프라는 것은 곡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큰 요소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The Most famous guitar riffs’라고 대강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아마 탑10, 혹은 탑100의 기타 시연 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락이나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내가 언제 어디선가 들어본 기타의 사운드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

AC/DC - Back In Black

Survivor - Eye Of The Tiger  
Michael Jackson - Beat It  

꼭 락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팝이나 R&B 장르 등등으로 넓혀봐도 기타리프라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했던 것이다. 강렬한 기타리프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고, 곡이 진행되다가 그 리프가 중간에 한 번 더 나올 때면 관객들은 미쳐 날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이 베이스 리프인데, ‘좋은 음악은 훌륭한 베이스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훌륭한 베이스라인은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뭔가 그런 게 있다… 모든 전설적인 밴드는 전설적인 베이시스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

Queen - Another One Bites The Dust  
Gorilaz - Feel Good Inc.  
Los Lobos - La Bamba  
Beatles - Come Together  
Muse - Hysteria  
특히나 Red Hot Chili Peppers 는 베이스가 중심인 밴드의 정점을 찍고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Dark Necessities
베이스라는 건 락이 유행하던 시기에도 중요했지만 현재 시대 음악에서 정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요소다. 그래서 오히려 요즘 음악에 베이스가 굉장히 튀고(?) 곡의 중심으로 나오고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지. 힙합과 알앤비, 그리고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디스코를 비롯한 레트로틱(?)한 음악들에는 베이스가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 같다.
Dua Lipa - Pretty Please  
Justin Timberlake - Can't Stop The Feeling  
The Weeknd - Save Your Tears  
The Notorious B.I.G. - Hypnotize  
Thundercat - Drangonball Durag  

리프들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니 혼자 흥분해서 음악 추천만 엄청나게 한 것 같다. 그만큼 리프가 좋은 ‘훌륭한 음악’들은 수도 없이 많기에, 그리고 항상 그런 음악들은 좋을 수밖에 없기에 추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양해 바람…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Mac Miller의 음악 중 거의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Blue World>라는 음악이 있다.

Mac Miller - Blue World  
이처럼 샘플링을 통해서 리프를 생성할 수도 있겠지. 그게 베이스가 됐든, 기타가 됐든, 샘플링을 통한 사람 목소리가 됐든, 실제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가 됐든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를 잘 만들기만 한다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리프라는 것은 평생토록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반복 재생되겠지. 어떻게 보면 음악인에게 있어서 이만큼 영예로운 일은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음악을 만든다라!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왔던 껌 광고 음악처럼 누군가의 기억 저장소에 평생토록 저장되는 것이다. 가족이나 여자친구 생일도 까먹을 수 있는 마당에 평생토록 멜로디가 리듬이 저장된다는 것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일인 것이다.  

극단으로 가면 예술이 된다는 말에 정말 동의한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동의한다.

아무리 하찮다고 생각했던 일도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전 세계 방송을 통해 유명 인사가 되는 사람들을, 최근에는 많이 접할 수 있다. 예전부터 한국에 존재했던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은 그런 사람들만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얼마 전 유퀴즈에서는 <밸런싱 아티스트>라는 아저씨분이 나오셨는데, 말 그대로 모든 물체의 균형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모든 물체를 연달아서 세울 수가 있다. 돌 위에 돌을 쌓고, 의자를 쌓고, 심지어 사람도 쌓는다. 그 사람의 능력을 봤던 제3자의 누군가는 ‘저게 그래서 뭐?’라며 지나쳤을 수도 있고 ‘오 신기하네’ 정도로 약간의 놀라움을 표하며 나중엔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 아저씨분은 극단으로 달려갔고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들이 ‘능력’ 자체만으로 예술의 경지에 다다를 순 있지만, 이를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은 단순히 그 능력치가 극단에 다다라서라기보다는 그 작업에 대한 그 사람의 진심이 닿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말 진심은 언젠가 통하는 법이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느낀다.

최근엔 래퍼 정상수를 보고도 느꼈다. 초창기에 정말 사람들이 많이 비꼬았고, 그 사람도 개그 캐릭터로 더 유명해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의 음악이 비꼴 만한 음악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랩이랑 힙합을 사랑하는 진심이 가면 갈수록 느껴지는 것이지. 그러면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진심 앞에서 그는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망가져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난 진짜로 정상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진심이라는 것은 결국 반복에서 나온다. 너무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반복인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것. 우리가 한때 기리보이의 엄청난 작업량에 관해 이야기했던적이 있었지. 그 엄청난 작업량이 적절한 예시라고 본다. 반복은 능력을 예술로 만들고 진심이 전 지구에 통하도록 만든다. 


난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반복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감과 포기, 절제가 따르는지 날마다 체감하고 있다. 최근엔 기타가 너무 좋아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기본적인 크로매틱 연습마저 매일 하지 않고 있지. 갑자기 그런 내가 위에 글들을 써 내려갔다는 게 갑자기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떤 답장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편지에는 내가 최근에 빠져 있는 기타 ‘소리’들과 그런 음악들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음악 외에도 더 이 세상의 사운드에 관해 얘기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기타를 배우니 기타를 연습하고 싶다는 욕구보다 그저 더 좋은 기타를 사고 싶다는 욕구가 훨씬 많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좋은 기타가 사고 싶다


- 진심이 되고 싶은 음악추천인

오막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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