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3🧡 Vol 22 . 2023.12.22 ~ 2023.12.28

2023년 연말결산 with 플랫
올해의 젠더이슈와 여성은?

2023년 연말결산 with 플랫

2023년도는 입주자분들에게 어떤 한 해였나요? 떠나보내기 아쉬울 정도로 벅찬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이미 내년도 달력을 구매해 계획을 세울 정도로 올해가 유독 힘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뭐가 됐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엔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 같아요. 고통스러웠던 일들마저 '그래, 그래도 이렇게 지내온 거면 됐어!' 하면서 마음을 달래게 된달까요.(ㅎㅎ)

연말을 마무리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올 한 해 젠더 이슈를 돌아보는 차가운 머리로 2023년 마지막 뉴스레터를 씁니다.📨

입주자분들과 레터로 소통하면서 또 주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올 한 해를 표현하는 주요 단어는 '역행'과 '백래시'로 정리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정부의 예산 삭감부터 반복되는 여성 폭행과 살인, 디지털 마녀사냥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요. 서로의 '안녕'을 재차 묻게 되는 한 해였던 것도 같습니다.

■2023년 올해의 젠더 이슈

①'여가부' 흔들고 예산 삭감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여가부 흔들기는 계속됐습니다.🤬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후보자로 임명되고선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며 폐지 찬성 뜻을 밝혔었죠.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을 해명하지 못해 끝내 자진사퇴하면서, 김현숙 장관이 계속 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가부 장관이나 후보자 할 것 없이 '여가부 폐지'를 바라보고 있다니 정말 당혹스럽습니다.😶‍🌫️

이런 정부에서 삭감된 주요 예산을 살펴볼까요.

👉여가부는 2024년도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120여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삭감된 예산은 성매매 피해자 구조지원과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가정폭력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의료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 피해자 지원 상담소 운영예산 등입니다.

👉여가부는 초·중·고교 학생의 성 인권 교육 예산 5억5600만원도 전액 삭감했습니다. 2013년에 시작한 성 인권 교육 사업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진행됐는데, 여가부는 내년에 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직장 성차별·성희롱 상담을 24년간 이어온 고용평등상담실 운영예산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2억1500만원이던 예산을 내년에 5억5100만원으로 삭감했습니다.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주거와 안전을 상담·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아예 사라질 위기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9곳의 내년도 예산 71억8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②안전과 노동 분야 모두 위협받는 여성들😥

언제쯤 하루걸러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특히 올해는 페미니즘 백래시로 일터에서조차 여성들이 안전을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사회가 보호하지 못해 여성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들부터 살펴볼까요.

▶ 5월25일, 경기 안산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여자친구 목 졸라 살해

▶ 5월26일, 서울 금천구에서 30대 남성이 교제폭력을 신고한 여성 보복살인

▶ 5월28일, 경기 안산에서 30대 남성이 함께 살던 여성 살해

▶ 7월17일,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 스토킹 살해

👉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살해 사건은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의미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피해를 막고자 교제폭력 방지 법안은 두 개가 발의돼 있는데,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 불특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사건도 살펴볼게요.

▶ 8월1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생태공원 등산로에서 최윤종(30)이 출근하던 여성 구타하고 성폭행. 피해 여성 이틀 만에 숨지는 사건 발생

▶ 11월4일,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여성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문제 삼으며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생 폭행하는 사건 발생

👉 여성혐오 사건이 반복되는 데에 정부, 정치권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으로 당선된 최인호 관악구의원은 당선 전에도 여성혐오 발언을 했는데요. "관악구에서 불법촬영 감시 및 점검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 6412만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어요. 실제 여성안심마을 조성 예산이 1년 사이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인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페미니즘 백래시도 살펴봐야겠습니다.

▶ 7월25일, 일부 남성 유저들이 여성 일러스트 작가의 페미니즘 SNS 글 문제 삼으며 경기 수원시 영통구 프로젝트 문 게임회사에 항의 방문

▶ 7월26일 0시, 프로젝트문은 정규직이었던 여성 작가와 계약 종료하겠다는 공지문 게재, 이후 작가는 일을 그만두게 됨

▶ 11월25일,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넥슨의 홍보영상 '집게손가락'이 페미니즘 성향 드러낸 여성 애니매이터가 구현한 것이라는 거짓 정보 확산

▶ 11월26일 0시, 넥슨은 동영상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

▶ 11월26일 오후7시,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가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강경대응 예고

👉 커뮤니티에서 낙인찍기 → 여성 노동자 SNS 털이, 이후 일부 남성 유저들의 공격 → 게임회사 수용 및 사과, 정부 뒷짐. 전형적인 '백래시' 패턴입니다.

2016년 넥슨, 2018년 IMC게임즈와 X.D 글로벌 등 게임업계에서 벌어진 페미니즘 백래시를 생각해보면 이번 일들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 유저들이 회사에 직접 항의 방문을 하고, 비슷한 사건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 자체가 "후퇴한 사회"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③금녀의 구역은 없다, 맞서 싸우는 여성들🙂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는 늘 고난의 연속이잖아요. 그러니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수밖에요.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덕분에 모든 게 역행한 1년은 아니었습니다. 꿋꿋하게 나아간 여성들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올해는 10년 만에 현대자동차 생산직(기술직) 공개채용에서 6명의 여성 합격자가 나왔습니다. 기술직 공채에 합격한 인원 200명 중 6명이 여성입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기술직 신입 공채에서 단 한 명의 여성도 채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역사는 이렇게 균열을 만들며 앞으로 진보합니다.💞

📌숨지 않는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제야 재판부와 검찰이 움직였고, 공소장이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됐습니다. 시인 박진성씨(45)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 이후 재판을 진행하게 된 98년생 김현진씨(25)는 항상 재판정에 출석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직접 알렸습니다. 용기를 낸 여성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젠더 범위를 넓히려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 김규진씨 부부는 지난 6월 직접 임신소식을 알렸는데요. 두 달 뒤인 지난 8월 건강하게 딸을 출산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23년 올해의 여성

두구두구. ✨플랫팀은 페미니즘 백래시 현상이 강해진 2023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켜온 '98년생 김현진씨(25)'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평범한 개인이 피해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재판 승소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높게 봤습니다. 너무 어린 10대부터 피해에 노출됐지만,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김씨가 보여준 단단함은 유사한 피해와 2차 가해를 겪는 여성들에게 위로가 됐다는 점 역시 김씨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김씨가 시인 박진성씨(45)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7년, 그중 4년 동안 재판을 이어나가면서 어떤 2차 가해를 겪었는지는 레터에서 한차례 다뤘었는데요. 가장 큰 분노의 지점은 박씨와 그의 동조자들이 피해자 김씨를 '허위 미투 가해자'로 몰아세웠다는 점입니다. 박씨는 김씨의 주민등록증을 온라인에 유포하기도 했죠.🤬

김씨는 법원에서 직접 목소리를 냈습니다. 민사소송 1심이 진행된 2021년 4월9일, 김씨는 처음으로 재판정에 출석해 울음을 삼켜가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이후부터 늘 재판정에 참석해 발언했습니다. 법원은 지난달 8일 박씨에게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 그를 법정구속했습니다.

📌플랫팀에서 올해의 여성으로 김씨를 선정하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김씨는 연신 "감사하다"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싸우고 있거나 일상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계획을 묻는 말에 대답을 이어간 김씨의 말이 참 인상적이어서 일부를 공유합니다.

"내년 봄쯤 학교에 가보려고요. 고등학교 때 학교에 다니면서 시를 배웠는데 그때를 떠올리는 게 더이상 무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인이 된 제가 과거의 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요. 동시에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제가 낸 용기에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대로 인사를 하고 과거의 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껏 잘해오면서도 다칠 수밖에 없었던 김씨의 상처가 이제야 제대로 아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입주자분들께서 많은 여성들을 언급해주셨는데요.😘 김현진씨 이외에도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사이렌’에서 거침없는 여성의 능력을 보여준 김현아 소방장, 젠더 영역을 넓힌 레즈비언 커플 김규진씨 부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의 경기를 보여준 안세영 선수 등도 언급됐습니다.🥰 배우 엄정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소정 KBS 기자, 그리고 해외 인물로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 교수가 거론됐습니다. 소중한 의견 공유 감사드리며, 후보로 거론된 여성들을 포함해 모든 여성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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