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걸어 다녔던 역사책? <길위에 김대중>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95 길위에 김대중

1월 31일 오늘의 큐 💡

Q. 🚶 걸어 다녔던 역사책?

님은 역사 공부 좋아하셨나요? 📚 저는 역사 시험을 앞두고선 벌벌 떨었는데요. 학교에서 재미난 얘기들로 수업을 받아도 어찌나 외울 연도와 인물들이 많던지! 시험지 앞에서는 정답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A 사건과 B 사건이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정답은 1번인데 애먼 2번을 골랐던 제 자신.... 돌아보면 교과서 속 모든 내용을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역사를 멀리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 인물의 삶을 통해 근현대사를 톺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민환기 감독의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은 대한민국 역사를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관통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담고 있습니다. 수많은 푸티지와 인터뷰,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며 대한민국에 어떤 일들이 어떤 이들의 손에 의해 벌어졌었는지 소개하지요.

올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최근 100년간의 굵직한 일들은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들어요. 〈길위에 김대중〉을 보고 솔직한 생각을 펼친 인디즈의 글과 함께, 오늘은 민환기 감독의 전작 〈청춘 선거〉도 함께 소개해 드려요. 🗳️

오늘 만나 볼 이야기

1. 🚶 길 위의 사람, 길 위의 기억 - 〈길위에 김대중〉 리뷰

2. 📚 시대의 한 페이지 - 〈아버지의 이메일〉과 함께

3. 🗳️ 선거 예습하기 - 〈청춘 선거〉

길 위의 사람, 길 위의 기억

〈길위에 김대중〉

작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독립 영화를 좋아한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끼며 변화해 가는 인물들. 모두가 봐야 하는 영화보다는 아픔을 아는 소수의 사람이 진하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정치인, 그것도 전 대통령의 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얼핏 큰 이야기만을 다룰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위에 김대중〉은 한 사람의 큰 이야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간 시민들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가능성을 품고 있다. (중략)

'김대중 석방'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이 광주의 길 위에서 죽었다. 그 길 위에 다시 서서, 쏟아지는 환호만큼의 책임감을 그는 느꼈을 것이다. 정치인은 시대로, 발언으로, 정책으로, 지역으로, 구호로, 사건으로, 정당으로, 이미지로 기억된다. 각자의 서 있는 곳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본 사람들이 있다. 이 3부작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디즈 김진하

리뷰 전문 보러가기

〈길위에 김대중〉

감독 민환기｜출연 김대중

126분｜다큐멘터리｜12세이상관람가

목포의 청년 사업가, 국민과 함께 파란곡절 역사에 서다! 목포의 제일 가는 청년사업가 김대중.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념의 정치에 희생되던 무고한 국민들이었다. 국민의 정치,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김대중은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보장된 미래를 뒤로 하고 파란곡절의 길 위에 첫 발걸음을 내딛은 그 선택의 대가는 납치, 살해 위협, 투옥과 사형선고가 되어 그를 뒤흔들지만 죽음을 선고 받은 마지막 순간에서도 김대중은 조금의 흔들림 없이 외쳤다. "민주주의는 회복될 것입니다. 나는 그걸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사형수, 네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세 번의 대선 낙선을 거친 '낙선전문가'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이 대한민국 현대사 위로 아로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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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한 페이지

〈길위에 김대중〉과 〈아버지의 이메일〉

역사의 표지에 김대중이 있었다면, 그 속 한 페이지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25 전쟁을 거쳐 군사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지나쳐 오며 갈라선 이념을 화해시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올곧게 싸워왔다. 그 시절 수많은 정치가와 다르게 그의 신념은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었다. 행동하는 양심이었던 그는 한 순간도 그의 말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언제나 가능한 최선의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가 올곧은 만큼 쉬운 방법과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이 국민에게 가닿는 것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시대를 살아간 한 가장과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들에게 이념은 넘어서 화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장애물이었고, 눈 앞의 적이었다. 집안에 민주주의가 자리할 곳은 없었으며 격동의 시대를 간신히 살아내는 데 급급했다. ‘빨갱이’가 지겨워 갈라진 분단선을 목숨 걸고 건너 온 아버지는 끊임없이 ‘빨갱이’를 내거는 사회에서 억압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술을 사고 마시는 것과, 취해서 가족들을 괴롭히는 것 뿐이었다. 북한의 공산주의가 싫어 도망을 왔건만, 북한과 공산당을 악마화 하는 남한의 정책 역시도 그에게는 공산주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말년에서야 가족들에게 참회록을 적었다. 미운 정만 남기고 외면해버린 가족들에게 차마 다 보이지도 못하고, 그나마 어릴 적 자신을 따르던 둘째 딸에게야 간신히 보낸 참회록이다. 아버지가 죽은 뒤 뒤늦게야 열어보는 그의 참회록에는 시대가 들어있다. 다른 시대였다면 그 역시 꿈 속의 아버지처럼 환하게 잘 웃는 농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는 시대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그 시절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의 참회록은 사무치고, 어쩔 수 없다.

인디즈 임다연

〈아버지의 이메일〉

감독 홍재희｜출연 홍재희, 홍준용, 홍주희

90분｜다큐멘터리｜2014

‘컴맹’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일 년간 둘째 딸인 ‘나’에게 마흔세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뒤, 다시 열어본 메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가족 모두에게 건넨 자신의 이야기였다. 6.25 전쟁, 월남전, 88올림픽 그리고 아파트 재개발 광풍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질곡마다 아버지의 발자국은 작지만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당신의 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 가족의 삶도 함께 흔들렸다. 당신의 삶은 나의 가족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그에게 한번도 묻지 않았던 것일까? 이제야 나는 아버지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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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예습하기

올해는 '슈퍼 선거의 해'라고들 하지요, 2024년에만 무려 세계 76개 나라에서 선거를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선거 열기도 만만치 않은 것, 님도 익히 느끼고 계실 거에요. 아직 총선까지는 시일이 좀 남았지만, 우리 지역구에는 과연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들뜬 마음으로 기대하게 되는데요. 민환기 감독의 2021년 작 〈청춘 선거〉에는 도민을 위한 진심 하나로 똘똘 무장한 후보가 등장합니다. 치열한 선거 경쟁을 마주할 생각에 벌써부터 지치지만 한편 반가운 생각도 든다면, 〈청춘 선거〉로 미리 예습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