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김미진): ‘새별일기’를 보면 작가님의 진솔한 생각과 감정들이 잘 표현돼서 정말 재밌었어요. 저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기억나는데, 그중에서도 작가님에게 가장 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기억나는 분이 혹시 있으실까요?🤔
이사랑 작가님: 사실 제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오름을 올라가면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세요. 저는 쓰레기를 줍고 있는 상황이니 그 분들의 쓰레기를 버려줄 수 있겠지만, 그런 분들에게 저는 “아니요. 본인 쓰레기는 본인이 책임지셔야죠.” 하고 말씀드리곤 해요. 매정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제가 쓰레기를 줍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최소한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겠지’ 생각했었거든요. 한 4년 정도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도, 여전히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포스트잇(오상미): 이 책에서 보면 오름 관리인처럼 보이면 또 사람들이 오해를 하니까 예쁜 옷차림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가신다고 하더라고요.
이사랑 작가님: 등산 차림의 옷으로 오름에 가면 누가 봐도 오름 관리인처럼 보이는 거에요. 저는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관리인이라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 아니고 그저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서 ‘평범한 사람들도 이런 활동들을 한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서 평범하게 입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포스트잇(박성민): 또 이 책에 보면 새별오름에 오르내리면서 내면에 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웃음) 요즘도 화가 많이 나시는지 궁금해요.
이사랑 작가님: 여전히 화가 많이 나요. 어제도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오름에 다녀왔었는데요. 누군가 대변 봉투를 길에다 버리고 가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먹다 남은 음식들 같은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늘 화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또, 이 책을 쓸 당시에 새별오름은 억새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금 가보면 사람들이 억새들을 발로 많이 밟은 탓에 더 이상 억새들이 자라지를 못해서 오름 곳곳에 구멍 또는 길이 생긴 듯한 풍경을 볼 수가 있어요. 원래는 길이 아닌 곳인데도 말이죠. 그런 걸 보면 제가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많이 속상하죠.
포스트잇(오상미): 듣는 저도 정말 속상하고 안타깝네요. 이번에는 반대로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차고 기뻤던 순간이 있으시다면 한 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사랑 작가님: 쓰레기를 주우면서 가장 좋았던 거는 오름에서 마주치는 분들이 제게 건네주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 하는 이런 류의 말보다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저도 이렇게 해봐야겠어요.” 하시면서 건네주시는 말씀들이 정말 좋았었는데, 이 세상은 ‘나’, ‘너’, ‘우리’와 같이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쓰레기를 주우면서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 좋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런 말씀을 들으면 조금이라도 내가 저 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라고 생각이 들고 저도 그렇게 말씀해주신 분을 통해서 또 선한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때가 늘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