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체기술과 도달된 미래
식스틴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도 사람들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사 방송부터, 토크쇼의 패널, 셀 수 없는 유튜브 채널들, 포털 기사 할 것 없이 한 마디씩 덧붙여진 사건. 이 사건은 이제 그 수명을 다한 듯 보입니다. 지금 제가 언급하는 사건은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전청조 씨와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이하 ‘씨' 생략)가 주인공인 사건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을 다룹니다.

© 채널A
1. 에디터 식스틴이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
2. 사건의 중요 키워드로 부각된 '고환 이식'
3. 이미 우리에게 도달된 미래 

📌 에디터 식스틴이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

이 사건에 대한 미디어의 흥미가 떨어진 시점에 저는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제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던 지점은 사건의 진행 과정과 범행 수법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글을 쓰거나 말을 보태지 않았던 것은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이 그들의 진실 공방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가십들로 채워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러했기도 합니다. 


실시간으로 새로운 소식들이 업데이트되고, 사람들의 말들이 덧붙여지던 시기 저는 여러 미디어에서 집착적으로 다루었던 이들의 젠더와 신체에 대한 공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스타뉴스

당시에 여러 미디어에서는 “남현희 vs 전청조 ‘성관계 미스터리’ 풀렸다” 따위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생식기'와 ‘성관계' 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며 진실 공방의 중심에서 다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대중 미디어에서 익숙하게 접하지 않았던 여러 용어를 맞닥뜨릴 수 있었습니다. ‘고환 이식', ‘관계 중 기구 사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특히 우리 주변의 사건, 사고를 다루는 사회면에서 이러한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이미 신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기술이 이 시대에 도래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다만, 여기서 ‘생식기'와 '성관계'는 사건의 진실 공방의 객관적 증거인 것처럼 등장할 뿐 젠더, 신체 논의에서는 빗겨나 있었죠. 애초 이 사건의 중심에 젠더와 신체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 미디어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이 시대에 다루어져 할 중요 담론이 생성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사건의 중요 키워드로 부각된 '고환 이식'

이 사건은 그 발달 과정에서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이들의 결혼 발표가 포함된 인터뷰가 <여성조선>을 통해 발행되면서부터입니다. 해당 기사는 ‘재벌 3세', ‘전 국가대표 선수 결혼' 등 대중들의 관심을 끌 만한 키워드가 존재했지만, 대중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건 이들의 사진과 사진을 통해 추측되는 전청조의 '성별'이었습니다. 전청조와 남현희의 결혼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을 본 대중들은 전청조의 성별을 추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의 과거가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전청조는 대한민국 주민등록상 뒷자리가 2번인 여성임이 밝혀졌죠. 


그 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진실 공방 등이 이어졌습니다. 그중 하나는 '남현희는 정청조가 여성임을 몰랐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생식기'는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남현희가 전청조와의 사이에 아이를 가졌다고 믿었다는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임신 테스트기 조작 등으로 인한 완전한 사기극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 둘 사이의 성관계 여부와 같은 신체적인 측면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애초 여러 정황과 사실들을 통해 전청조의 사기 행각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는 집요하게 이 사실을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전청조를 여성으로 알고 만나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남성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오기도 했죠.


이러한 미디어의 행태를 차치하고 저는 이 과정에서 등장한 ‘고환 이식'이라는 용어에 주목하였습니다. 당시 고환 이식은 여러 미디어에서 주요 헤드라인으로 다루어진 바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일종의 난센스라는 식이었습니다. MBC 《실화탐사대》는 비뇨기과 의사의 인터뷰를 통해 고환 이식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다루기도 했습니다.

© 헬스조선

🕖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미래

이러한 신체 기술은 마치 SF적 상상력처럼 보이지만 이미 현재,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있습니다. 2018년 뉴욕타임스는 고환 없이 태어난 남성이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 고환을 이식받아 수술에 성공한 사례를 기사화한 바 있습니다. 또한 고환을 제외한 성기 이식술은 이미 실제하고 있는 수술로, 윤리적 이슈 등으로 인해 전쟁 부상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기 이식술은 수술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법과 과정이 매우 어려울뿐더러 아직 세계 의료계 내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당사자 중 성 확정 술을 받는 이들이 시행하는 바텀 수술은 일반적으로도 알려진 수술로 남성 생식기를 제거하고 여성형 성기로 재건하는 수술입니다. 


해외 의학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신체 수술이 있습니다. 바로 논 바이너리 수술(Non-Binary Surgery)로, 캘리포니아 크레인 센터(Crane Center)에서는 논 바이너리는 "전적으로 남성도 여성도 아니지만 양쪽 성별 사이에 있거나 그 이상에 속할 수 있는 성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개인”이며 이에 대한 모든 사람의 여정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 Crane Center

이곳에서는 생식기를 포함한 다양한 성확정 수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Zero Depth Vaginoplasty라는 수술은 일반적인 질 성형술과는 달리 질 성행위를 원하지 않는 이들을 고려해 외음부는 재건하되 질을 성형하지는 않습니다. 이외에도 무성화 수술(Genital Nullification)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신체 수술이 이미 해외에서는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같이 생식기를 포함한 성확정 수술은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시대의 기술은 우리 앞에 도래해 있다는 것입니다.

© 꿈꾼문고 로지 브라이도티 <변신>

페미니스트 철학자 로지브라이도티는 저서 《변신 : 되기의 유물론을 향해》에서 이러한 말을 한 바 있습니다. “복잡함을 좋아하지 않는 한, 21세기에 편안함을 느낄 수 없다. 변형, 변신, 돌연변이, 변화의 과정은 사실상 대부분의 동시대 주체들의 삶에서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들을 통제하고 돌보리라 기대되는 과학, 사회, 정치 제도들에서도 변형, 변신, 돌연변이, 변화의 과정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그러면서 철학자는 “세 번째 밀레니엄의 새벽에 유일한 상수가 변화라면, 도전은 개념보다는 과정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덧붙입니다.

[SUB] 항준이는 복도 많지🤭 이런 멋진 사람들이 친구라니! 영화감독들이 제대로 말아주는 영화판 이야기ㅣ🐶🎬넌 감독이었어 EP.12-(1)ㅣ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장편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 영화 촬영을 끝내고 지난 두 달간 책상에 앉아 편집의 굴레 속에서 살고 있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해보기 전까지는 그 고통을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우리 세대에는 유튜브라는 것이 있어 선배 영화감독들의 조언과 위로 그리고 동료애를 느낄 수 있네요. 한국 독립영화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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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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