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London

A Letter from London
Letter#10
2020.8.2
잠시 맡아 주었던 예림언니의 고양이. 탈출을 원하는 자의 앞/뒷모습.
의자에 앉아 있다. 노트북을 향해 등과 목은 살짝 굽어있다. 팔은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자유로울 정도로만 책상에 의지한 상태이다. 그저 앉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하루 가장 격렬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과열된 뇌의 두통과 급하게 삼킨 과자가 긁고 지나간 목구멍과 위장의 쓰라림과 초조함에 동반되는 뒤틀림을 엉덩이부터 발가락 끝까지 굳어버린 하체가 지탱하며, 손가락만 겨우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육체노동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반응하는 육체의 감각을 글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감각이 모호하고 복잡할수록 몸은 격렬하게 체화하려 하고 반응이 불편할 정도의 떨림이나 증상으로 느껴질 글을 준비가 것이다. 그렇게 몸을 짜내어 감정의 덩어리를 글로 뱉어 후에야 비로소 (잠시나마) 불확실함에서 해방된다. 물론 글을 때의 고통도 씻은 듯이 사라진다. 오히려 기운을 생긴다. 앓던 이를 것처럼.

이런 식의 육체적 글쓰기는 학교 적응이 힘들었던 초딩 시절, 엄마와 비밀 일기를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같다. 학교만 가면 구슬 하나가 목구멍을 막아 버리던 초딩 시절, 그것이 주먹만큼 커져 목구멍이 막혔을 입을 열면 말이 나오는 대신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이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고 있었겠지만, 눈물을 읽을 있는 사람은 없다. 눈물을 글로 옮겨 적으면 엄마가 읽어주고 답을 써주었다.

번째로 깊은 우울증이 20 , 마음이 약해지면 공기의 무게가 피부를 뚫고 내장까지 파고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몸은 불면증, 거식증, 무기력증으로 과도하게 마음을 보호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요상하게도) 손을 멈추지 않는 글쓰기였다. 어깨, , 손가락 근육이 뻐근해질 때까지 수기로 쉬지 않고 글을 쓴다. 어느새 머리가 닿을 없는 어두운 심연 속을 손으로 더듬고 다른 손으로 내려 간다. 글쓰기 치유는 몸이 읽어내는 무의식을 글로 변환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학교에서 논문이나 에세이를 때도 육체의 글쓰기는 계속되었다. 새로운 지식은 눈과 귀로 인지하고 머리로 이해하지만, 그것이 내가 사는 시공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몸이 부지런히 주변 현상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형태를 찾는다. 내장의 gut feeling (직감) 뇌가 받아들인 정보가 융합되고 마찰하는 과정을 거칠 몸이 느낀 무엇인가를 포착하고 문자로 옮기면 나의생각을 담은 글이 나온다.

내가 얼마나 편지 쓰기에 의지했는지 달이 넘게 편지를 쓰지 못하는 동안 여러 느끼게 되었다. 목구멍이 막히고 화가나 가슴이 답답할 글을 써야만 숨을 있을 같았다. 그런 감각들을 모두 꾹꾹 눌러버리고 대신 눈앞의 일을 해내고 그것을 위해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선택을 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았던 느낌을 쓰다 보니 하나가 나왔다. 한숨이 쉬어진다속이 뚫리는 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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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편지를 9월까지 편지를 쉬기로 했습니다. 그때까지 선곡을 맡고있는 이나경과 책을 예정입니다. 가을이 되면 바뀌게 코로나 시대에 다시 시작합니다.
Nine Inch Nails 락다운 초반에 무료 배포한 고스트 앨범 V + VI입니다. 요즘 날이 더워 잠이 오지 않을 앨범 틀어놓고 누워있으면 방안의 열기가 식는 기분입니다. 눈은 감고 있는데 머리속에서는 망상이 가득하게 만들어주는 앨범.   

Dina Kelberman’s new work Smoke & Fire (2013)
이 인터넷 아트는 속이 타들어 갈 때 보고 있거나 친구에게 그런 상태를 공유하고 싶을 때 적절한 GIF를 다운받을 수 있는 작업입니다. 연기가 나고 불이나 폭발하는 것까지 수백 개의 GIF를 이어붙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MassHysteria - Wo/anderland (5 이후 시작)
여성으로 이루어진 무용단 MassHysteria 온라인 퍼포먼스입니다. 라이브 방송이었지만 일주일 정도 트위치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의 삶의 경계가 흐려지다 못해 가상 공간이 없는 현실은 상상하기 힘들게 요즘 공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태어난 어린 퍼포머들의 안무는 흐르듯 세계를 누비고 향유합니다.

노부히코 오바야지 - 하우스
Wo/anderland공연을 보고난 별세한 노부히코 오바야지의 하우스가 생각 났습니다. 상상한 이미지가 현실이 되는 것이 너무나 쉬워진 요즘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하우스>에서 실현된 기묘하고 말도 안되는 특수 효과와 그래픽은 얼마나 많은 집착, 집념, 고집, 고통, 다툼, 노동의 시간이 들어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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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곡 여덟 번째

꼭 가보고 싶은 콘서트가 있으신가요? 
저는 이소라 콘서트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저희 고모는 이소라 콘서트를 세번 다녀온 후로 힘들어서 안간다고 하는데요, 가수 이소라는 재즈로 시작했지만 항상 락을 하고싶어해서 락 분위기의 곡도 많아요. 

그런데 콘서트에서 관객들한텐 일어나! 뛰어요! 하면서 정작 가수 본인은 의자에 앉아서 모든 노랠 부른대요. 저희 고모는 ‘왜 나만 뛰어야하냐? 가수도 같이 뛰어야지!’ 하며 이소라 콘서트 힘들어서 더이상 안 간답니다.
 들을 때마다 웃긴 이야기에요. 
하지만 전 이노래를 꼭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어요. 


 From. DJ나경.. 
A Letter from London Archive 에서 지난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박선주
sunpark.spac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