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4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여운을 주는 詩! 시는 ‘영혼의 비타민’이자 ‘마음을 울리는 악기’입니다. 영감의 원천, 아이디어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눈 밝은 CEO는 시에서 ‘생각의 창’을 발견합니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인 고두현 시인이 금요일 아침마다 ‘영혼의 비타민’을 배달합니다.
고두현 시인(한경 논설위원 / kdh@hankyung.com)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간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의 나른한 물결이
흘러가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사랑은 지나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이처럼 인생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 프랑스 시인.
두 사람이 미라보 다리에서 만난 까닭은

이번 편지는 파리에서 띄웁니다. 저는 지금 프랑스 최대 문학 행사인 ‘시인들의 봄(Printemps des Poètes, 3월 11~27일)’ 축제에 와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벌써 5일째군요. 한국시인협회와 프랑스시인협회의 상호협력 협약 체결, ‘시와 함께하는 한국-프랑스 우정의 밤’, 현대시 강연, 시낭송축제 등을 파리와 마르세유에서 7박 9일간 이어가는 중입니다. 이 축제엔 한국 시인 2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시인의 눈길이 머물렀던 바로 그 자리
어제는 짬을 내 미라보 다리를 찾았지요. 20년 전 파리에서 1년간 생활할 때 자주 걷던 곳입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센 강의 물무늬가 은어 떼처럼 싱그럽군요. 수면에 비친 하늘은 비취색. 그 유명한 이름  >>자세히 보기
 고두현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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