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째 편지 : 지속가능한, 코끼리, 스무디보울

저는 전에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채식 파트를 맡아 자연스럽게 비건,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서울환경영화제가 진행 중인데요, 영화제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도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다양한 환경 이슈가 궁금한 분이라면 한번 살펴보세요!)

영화제를 빌미로 이번 편지에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완전한 비건은 아니지만 선택이 가능할 때는 최대한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고기의 맛을 너무도 잘 아는 저는 가끔 의지박약으로 고기를 먹게 되더라고요. 전 지금 이태원에 살고 있어 채식 옵션이 있는 식당들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에서 채식 식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시작하는 분들께 추천할만한 방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실천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과 같은 유명한 캠페인도 있지만 요일을 지키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저는 친구들을 만나는 모임에서는 마음대로 먹고 혼자 집에 있을 때만은 채식을 하는 편입니다. 만약 이것도 어렵다면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받는 동물을 먹지 않고 동물복지 인증 식품들을 먹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다음으로 제가 추천하는 건 마르쉐 농부시장입니다. 농부님들이 직접 나와서 식재료들을 판매하시는데, 어떻게 키웠는지, 어떻게 요리해 먹으면 맛있는지도 이야기해주시기 때문에 마트나 인터넷에서 구입할 때랑은 다르게 직접 생산자를 만나 식재료를 사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난생처음 보는 희귀한 재철 식재료들도 많아서 요리와 식사가 더 다채로워지더라고요.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다들 초록 초록한 자연을 좋아하실 거라고 믿고 이번에는 "Plantasia"라는 앨범을 추천하려고 해요.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신비로운 자연이 연상되는 앰비언트 음악들입니다. 마더 어스라는 식물 부티크에서 제작한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앨범!이라고 하는데 그 효과는 집에 식물들이 있다면 식물들에게 들려줘보면 알겠죠? 
🎧 Mort Garson - Mother Earth's Plantasia 

구독자님, 저는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는 “아가리어터”입니다. 올해 여름이 오기 전에 여리여리한 몸매를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저는 생각했어요 : 어쩌면 드디어, 채식 지향적인 삶을 살아볼 수 있겠군! 이튿날, 저는 후무스를 배달해먹었는데… 약 2인분 정도 되는 양을, 혼자서 깨끗이 비웠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채식에는 성공했지만, 다이어트는 처참히 실패해 버렸죠.

나나의 편지를 읽으니, 채식의 중요성을 (머리로만) 깨달았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대학생 시절 글쓰기 수업에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고기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학우분을 만났어요. 호기심에 저도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갈려 죽는다는 수평아리에 대한 내용을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차츰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채식이 왜 필요한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저는 고기나 달걀을 먹지 않음으로 포기해야 하는 맛의 기쁨,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중 발생하는 불편한 상황을 견뎌낼 의지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햄버거를 먹을 때 고기 패티 대신 새우버거를 먹는다거나 맥주 안주로 핫바 대신 게맛살을 먹는 방식으로 양심의 가책을 조금씩 덜어보려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식탁에 해산물을 오르게 하는 상업 어업도, 결국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고요.

지구에게 해로운 먹짱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섭취하는 육류, 해산물 등 동물에게서 나오는 식재료의 절대적인 소비량을 줄여가며 의식적으로 살아가야겠다고… 이번 편지를 쓰며 뜻깊은 다짐을 하게 되네요.

대신 마음도 가볍고 칼로리도 가벼운 비건 음식만큼은, 코끼리처럼 원 없이 먹겠어요!

구독자님은 외식을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식당을 고르시나요? 분위기, 서비스, 맛, 접근성 등,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외식 장소를 고르시겠지만, 시간이 갈 수록 앞서 나나와 동구리가 언급한 채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의도치 않게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은 식당 하나와, 이미 채식주의자들의 성지가 된 식당 하나를 소개해드리려 해요.

알로할로 망원, '아사이 보울'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앞으로 채식주의자 분들의 사랑을 굉장히 많이 받을 것 같은 식당은, 바로 정식 오픈한지 채 일주일도 안 된 알로할로 망원입니다. 음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쁜 스무디보울스프를 파는 가게에요! 전 그래놀라와 코코넛, 각종 과일을 블렌드하고 토핑을 올린 스무디보울 4종류를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 상큼한 아사이와 블루베리가 들어간 아사이 보울과, 딸기, 파인애플이 들어간 트로피컬 보울이 너무 취향저격인 거 있죠?

알로할로 망원, '트로피컬 보울'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너무 맛나게 먹어서 바로 다음 날 따로 연락을 드려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알렉스소셜클럽5차 장소로 섭외를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이번 주말에 또 먹으러 갈 예정입니다. 사장님께서 스프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셔서 이번엔 꼭 스프도 먹어보려는데, 구독자님도 혹시 시간되시면 함께 드시러 가요! (혹시 관심있으시다면, 여기를 눌러 알렉스소셜클럽 참가를 신청해주세요!)

이태원 플랜트, '플랜트 치즈버거'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다음으로 알려드릴 이미 채식주의자 분들의 성지가 된 식당은, 바로 이태원 플랜트입니다. 망고플레이트, 구글맵 평점 둘 다 5점 만 점에 4.6점을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에요. 사실 이번 편지가 시즌2의 마지막 편지인만큼 냠냠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던 식당을 마지막에 하나 꼭 넣고 싶었는데, 주제와도 너무나 찰떡이라 다행인 거 있죠!

이태원 플랜트, '세서미 피넛 소바 볼'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저희가 작년에 방문했을 때 먹었던 메뉴들은 플랜트 치즈버거렌틸 베지 볼, 세서미 피넛 소바 볼이었는데요. 초딩입맛인 저에겐 너무나도 버거스럽지 않은 버거라 굉장히 크게 실망했었지만, 기대도 하지 않았던 볼이 생각보다 꽤 괜찮았어서 그 유명세에 어느 정도 납득했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제 입맛에 가장 맛있었던 건 감자튀김이었긴 하지만요...

알로할로 망원, 스무디보울 / 출처: AlexTheFood Instagram
구독자님께서 요새 눈여겨보고 있는 식당들은 어떤 곳들이 있으신가요? 냠냠편지 답장하기를 통해 공유해주시면,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기 전에 냠냠 친구들과 함께 다녀와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쉬고 조만간 더 먹음직스러운 냠냠편지로 돌아올게요! 그동안 냠냠편지 시즌2를 맛보고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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