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붓일까 화가일까? : AI와 창조성

AI는 붓일까 화가일까? : AI와 창조성

Can Artificial Intelligence Be Creative?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61), 2022.10.5,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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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AI, 예술, 창조성, 의외성, 학습

1.머리말
2.“AI는 창조적일 수 있을까?” : 기계의 딸꾹질
3.“사람은 창조적인가?” : AI와 인간의 협력
4.현실 속 ‘진짜 AI 예술’?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연구자님도 ‘미드저니’라는 단어가 귀에 익으실 텐데요.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한 미술대회에서 AI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이 디지털 아트 부문 대상을 탔습니다.(링크) 그리고 이 소식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죠.

한편 곰곰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게까지 유별난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왜냐면 AI는 이미 많은 굉장한 일들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AI는 영화, 뮤지컬을 만들고 있으며(링크) 램브란트 스타일로 그림도 멋지게 그렸으며(링크), 심지어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시키기도(링크) 했거든요. 죽은 유명인의 목소리는 AI를 통해 재현되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기도 합니다.(링크)

<fig.1> 미드저니를 통해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이미지(왼쪽) 지난해 10월 9일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AI가 완성한 뒤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있는 모습. AI가 완성한 음악은 여기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영상) 출처 미드저니 ,도이치텔레콤

아마 ‘미드저니 사건이 사람들을 유독 깜짝 놀라게 한 이유는 AI가 예술 분야에서 ‘계급장 떼고’ 인간과 겨뤄 이긴 상징적인 사례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간 AI가 ‘예술’을 하곤 했어도, 애초부터 AI의 작품이란 사실을 알고서 감상을 했었으니까요. 한편 이번 미드저니의 수상은 ‘정면 승부’를 해서 인간들을 이겼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것이겠죠. 즉, ‘창조력’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도 아니고 AI에 비해 썩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점이 사람들을 큰 실의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들게 합니다. “AI는 창조적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서는 당연히 이런 질문들도 줄을 잇습니다. “창조력이란 무엇인가?” “AI가 창조력으로 인간을 이길까?” “그런 세상이 온다면 인간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질까?” “AI가 창조적인 게 대부분의 인간과 무슨 상관일까?”...

이런 궁금증들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좋은 영감을 던져주는 책들(<창조력 코드> <AI 예술> <인공지능과 인간> 등)을 지팡이 삼아 AI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AI는 창조적일 수 있을까?” : 기계의 딸꾹질】

“AI가 조만간 나의 밥그릇을 빼앗아가지 않을까?”

AI와 관련한 많은 사람들의 걱정입니다. 20XX년까지 살아남을 직업 베스트 10, 가장 많이 대체될 직업 10위 등의 기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데요. 비단 ‘단순 노동’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심지어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 마커스 드 사토이 역시 “아무래도 AI가 나의 밥그릇을 빼앗아 갈 것 같다...”라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는 책 <창조력 코드>에서 “AI가 창조적일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저명한 수학자인 그가 ‘밥그릇 불안감’을 느낀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알파고-이세돌 대국이었습니다.

사실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긴 것은 벌써 20~30년이나 된 얘기지만, 저자는 ‘바둑만큼은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왜냐면 바둑은 수학 증명 과정과 가장 유사한 고도의 지적 활동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당시 사토이 외에도 많은 수학자들은 이렇게 떠올리며 비탄에 빠졌었다고 합니다.

‘만약 기계가 천재 기사를 상대로 바둑을 이길 정도라면 AI는 다른 창조적인 활동에서도 인간에게 이길 수 있겠지. 이건 정말 큰일이군’

<fig.2> 19세기 영국의 수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1815~1852)의 초상화. 해석기관의 가능성에 주목해 현대 컴퓨터의 발명을 예견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이런 해석기관은 결코 창조적일 수 없다고 전망했죠. 마커스 드 사토이는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따 '러브레이스 테스트'를 만듭니다. (왼쪽) 사토이가 뉴사이언티스트 유튜브에서 'AI는 창조적일 수 있는가Can an AI be creative?'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링크) 위키피디아, 뉴사이언티스트 유튜브 화면 갈무리

“AI가 창조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일단, “창조성이란 무엇인가?”의 기준이 필요할텐데요.

마커스는 창조력의 기준으로 ‘러브레이스 테스트’라는 걸 내놓습니다. 핵심은 ‘의외성’과 ‘놀라움’이죠. 누군가가 창조적이라고 하기 위해선 그가 내놓는 결과물이 재현가능하되 예상치 못한 것이어야 하고(깜짝!), 그것이 우리에게 놀라움(“아하!”)을 주어야한다는 겁니다.

이 중 ‘의외성’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실은 AI가 지금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은 불과 10년 남짓 된 일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AI 겨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백기가 길었는데요. 얼음을 깬 결정적인 사건은 알고리즘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뀐 것이었죠.

조금 알쏭달쏭하지만, 요는 예전엔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할 수 있었던 컴퓨터는 이제 스스로 ‘배울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의외성’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지난 몇년동안 코드를 대하는 새로운 사고방식 또한 등장했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하향식 접근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게 하려는 상향식 시도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알고보니 지능을 해석하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우리는 알고리즘이 스스로 디지털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린아이처럼 학습하게 할 수 있다[...](이 시대의 프로그래머들은) 우리가 프로그램으로 입력한 것 이상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마커스 드 사토이, <창조력 코드>(이하 동일)

<창조력 코드>에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만든 의외성’의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의 사례가 있죠.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프라이즈Netflix prize’라는 것을 주최했었는데요. 당시 이용자 개인정보와 영화 제목, 장르 등은 모두 1,2,3...같은 기호로만 표시되었음에도, 알고리즘을 통해 훨씬 더 개인에게 적합한 영화를 추천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아주 많은 정보(빅데이터)가 쌓여서 ‘의외의 발견’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밖에도 알파고-이세돌 대국 당시 바둑기사들은 알파고의 굉장한(‘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만한’) 수에 흠뻑 매료되었죠.

<fig.3> 창의적이고 정확도 높은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한 팀을 선발한 2009년 '넷플릭스 프라이즈'에서 우승팀Bellkor's Pragmatic Chaos이 수상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 2016년 알파고-이세돌의 5판 승부 중 알파고의 '2국 37수'는 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았을 엉뚱한 수로 많은 사람들을 충격과 경이에 빠트렸었습니다. 게티이미지, KBS 1TV 다큐멘터리 <2020 신년기획-보일링 포인트 2부>(예고편) 화면 갈무리

의외성에 이어 ‘놀라움’은 어떨까요?

위의 사례들을 보면 AI는 우리에게 ‘의외’인 것을 내밀면서도, 동시에 ‘아하!’의 놀라움 또한 주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저자는 AI가 창조적일 가능성에 대해 시종일관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예술, 바둑, 글쓰기 등의 분야에서 활용된 AI 사례를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저자는 AI가 내놓은 ‘수학 논증’에서 어리둥절해집니다.

AI가 내놓은 결과가 의외이긴 한데, 의미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의외성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옥스퍼드로 돌아온 후 미자르 라이브러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정리의 증명 중 몇 개를 읽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 실은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 같은 전문 수학자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인간도 증명 과정을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의외성은 분명 중요합니다. 뻔한 데서는 재밌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없을테니까요. 다만 동시에 그 의외성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어야하죠.

만약 의외인 식사를 먹고 싶어서 식당에 갔는데, 접시 위에 구두가 놓여있으면 ‘이게 무엇인가...’ 싶을 것입니다. 조용한 방에 앉아있었는데 옆사람이 갑자기 딸꾹질을 하면 깜짝 놀라긴 할테지만, 거기서 ‘지적 놀라움’을 얻을리도 없고요. 즉 기계는 이런 ‘딸꾹질’은 할 수 있지만, 거기엔 대체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저자는 수학 증명에 있어 단지 무작위적인 새로움은 창조성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푸앙카레의 말을 인용합니다.

“창조는 바로 쓸모없는 조합을 만들지 않는 데 있다. 창조력은 곧 분별력이요 선택력이다(…)무익한 조합은 애초에 창조자의 마음속에 떠오르지도 않는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예전에 <바벨의 도서관Library of Babel> 웹사이트에 들어가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 <바벨의 도서관>(링크) 속 컨셉처럼 실제 랜덤으로 ‘세상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책’ 가운데 한권을 골라 뽑아주는 코너가 있는데요. 두근대면서 버튼을 눌러 봤더니, 아무 의미 없는 글자들의 나열이라 김이 빠졌습니다.1)

<fig.4> <바벨의 도서관> 웹사이트(링크)에서 랜덤으로 생성한,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책 중 한 페이지’를 갈무리한 화면. '이론상으로는' 저렇게 무한대로 만들다보면 그중 볼만한 책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책 중 골라야 한다면, 어쩌면 '선별' 그 자체가 창조의 핵심은 아닐까 싶었습니다.(왼쪽) 마쓰오 유타카 교수가 NHK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리즈에 나와 알고리즘의 학습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Library of Babel> 웹사이트 갈무리 / NHK

나아가 AI 전문가 마쓰오 유타카는 <인공지능과 인간>에서 “AI는 창조적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단호하게 “NO”를 외치는데요.

핵심 이유는 창조력이란 곧 선별능력(‘이 중 무엇이 더 나을까?’)이고, 선별능력은 ‘학습’이 아닌 오랜 생명체 ‘진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AI에겐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이와 관련해 '무한 원숭이 정리(Infinite Monkey Theore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숭이가 무한대로 뭔가 끄적이다 보면, 언젠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 언젠가는 '특이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인데(레이 커즈와일), 저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3.“사람은 창조적인가?” : AI와 인간의 협력】

AI는 의외의 ‘딸꾹질’을 할 수는 있지만, 자기가 만들어낸 방대한 자료 중 스스로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지 평가, 선별하는 작업을 하지는 못합니다.

실제 많은 ‘AI 아트’들은 인간이 알고리즘을 짜서 돌리고, 그 결과를 선별해서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AI는 화가가 아닌 붓에 불과하다”라는 주장도 있죠. 최근 화제가 된 미드저니의 대상 수상 작품 역시 대회에 출품한 3개 작품을 ‘그리는’ 데에 약 80시간이 걸렸다(링크)고 하고요. 그림을 위한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짜고, 설정하고, 결과물 중 그럴듯한 것을 선택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다만 저자는 “AI가 창조적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라고 고개를 저으며 끝내지 않습니다.

그가 처음 제시했던 질문은 어느새 방향을 바꿉니다. “AI는 창조적일 수 있을까?”에서 “애초에 ‘창조성’이란 무엇인가?”로요. 창조성은 인간의 특징이자 전유물일까요? 모든 인간은 굉장히 창조적일까요?

우리는 통상 인간의 ‘창조력’을 굉장히 신격화하곤 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일상, 창조 행동 역시 기본은 알고리즘적이고 반복적입니다.

확실히 매번 굉장히 ‘창조적’인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고 밥을 먹는다면 굉장히 피곤하겠죠. ‘창조’적인 일을 할 때도 기본적으로 ‘투입(훌륭한 작품 참고, 학습)⇒모방⇒색다른(의외의) 결과 산출’이라는 과정은 AI와 인간의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fig.5> AI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의 밈. 인터넷에는 AI와 창조력과 관련해 이와 비슷한 형태의 밈이 굉장히 많습니다. 보통은 인간이 AI에게 '너는 ○○을 할 수 있니?'라고 물으면 AI가 '너는?'이라는 대꾸를 하고 사람은 할말이 없어집니다. 원래 영상 이미지의 출처는 영화 <아이 로봇>(왼쪽) 작곡 AI 소프트웨어 EMI(Experiments in Musical Intelligence)를 개발한 작곡가, 과학자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짤방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AI에게 “로봇이 교향곡을 쓸 수 있니? 로봇이 캔버스를 아름다운 걸작으로 변신시킬 수 있니?”라고 묻자, “그러는 너는?”이라고 묻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곡가 가운데서 알고리즘을 적극 활용한 사례를 들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바흐, 모차르트 등이 있습니다.

과거 EMI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바흐 스타일의 곡으로 직접 청중을 대상으로 연주 실험(진짜 바흐의 곡, 사람이 모사한 바흐스타일의 곡, AI가 모사한 바흐스타일의 곡)을 했던 과학자이자 작곡가인 데이비드 코프(링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는 의미심장한 음악 중 작곡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알고리즘이 쓰이지 않은 곡은 하나도 없습니다’…’인간이 자기 영혼이나 신 같은 존재와 신비로운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재조합이나 형식 체계에 따른 결과가 아닌) 완전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념은 제가 보기엔 터무니없는 생각 같습니다.’”

사토이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AI의 ‘도움(자극)’을 받아서, 인간은 더욱 창조적이 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는 “어쩌면 기계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새로운 제안을 하고, 우리가 매일 똑같은 알고리즘을 되풀이하는 것을 막아 줄지도 모른다”며 “결국 기계가 우리 인간이 보다 덜 기계처럼 행동하도록 도와줄지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바둑 기사들에게 알파고는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데이터 반복을 통해 쌓인 ‘의외성’은 때로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을 눈치채게 해줍니다.

커제의 동료 구리(바둑 기사)도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힘을 합쳐 곧 바둑의 신비를 더 많이 밝혀낼 겁니다.”[...]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허블 우주 망원경에 비유한다[…]새 인공지능은 전보다 더 깊이, 더 멀리, 더 폭넓게 탐험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들의 목적은 인간의 창조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증대하는 것이다.

AI와의 ‘협력’은 사실 이미 수많은 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넷플릭스는 창작 과정에서부터 일찍이 AI를 활용하고 있고요.
저자는 “AI가 우리를 미래에 대체할 것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AI와 미래에 어떤 새로운 창조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분명히 ‘AI가 창조적일 수 있는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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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은 기계적이지 않은 것의 진수다. 하지만 어찌보면 창조행위는 모두 기계적이기도 하다. 딸꾹질과 마찬가지로 다 제 나름대로 까닭이 있는 것이다.-더글러스 호프스태터”

【4.현실 속 ‘진짜 AI 예술’?】

<창조력 코드> 책을 덮고 나면 얼마간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로켓의 창문 너머로(?) 달을 바라보며, 이제 곧 착륙하면 어떤 포즈로 깃발을 꽂을까 궁리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사토이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몹시 설레고 있습니다. AI가 스스로 완전히 ‘창조적’이긴 힘들어도, 인간과 AI가 힘을 합하면 상상도 못한 창조력을 쏟아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건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레터의 시작 부분에서 잠깐 언급했던 우리의 불안감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오늘은 오페라를 작곡하고 내일은 불후의 명작 소설을 집필하는 등 현기증나는 효율성 속에 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히 ‘안 창조적이고’ ‘안 최첨단’의 일을 하면서 먹고삽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AI로 인한 효율성이 극도로 오르고, 사회에서 기대하는 창의력의 기준이 높아질수록 대다수의 ‘밥그릇’은 작아질 수도 있는 것이죠. 만약 효율성만이 최대의 가치라면 이런 대부분의 ‘안 창조적인’ 사람들은 ‘도태’되면 그만인 걸까요? 그것은 자연의 섭리일까요?

이 밖에도 AI로 인한 알고리즘의 편견 문제, 플랫폼 대기업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링크), 거대 플랫폼들이 공유부(Common Wealth)를 바탕으로 돈을 벌지만 수익은 독점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fig.6>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알고리즘의 편견>. 기존 얼굴 인식 AI가 흑인 여성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했는데요. 그가 하얀색 가면을 쓰자 안면인식이 되었다고 합니다(왼쪽) '텍스트 기반의 이미지 제작 AI' 프로그램들이 인기입니다. 특정 키워드, 명령어들을 사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문 직종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도 생겼다고 하네요(링크). 다큐멘터리, Shubham Saboo medium

우리는 통상 AI하면 터미네이터나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즉 AI는 뭔가 좀 불안하거나(디스토피아), 뭔가 좀 멋져보이는 것(유토피아)입니다. 공통점은 우리의 일상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환상’에 가깝다는 거죠.

이런 우리의 ‘편견’에 맞서, 예술가이자 비평가인 조아나 질린스카는 책 <AI 예술>에서 “AI는 지금, 여기 - 현실의 문제다!”라고 외칩니다. 이미 AI는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있고, 우리가 ‘지금, 여기’의 AI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AI 예술’이라는 거죠.

질린스카는 최근의 AI 예술이 대중들 사이 받아들여지는 추세에 대해 ‘고상해보이는 캔디 크러시같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꽤 신기하긴 하지만 딱히 우리의 삶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AI 예술'은 엄밀하게 말해 '플랫폼 예술'이다. 그것은 알고리즘적이고 시각적인 이런저런 변이형들을 만들어내는 닫힌enclosed 시스템으로, 대중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장난 같은 것이다[...]긍정적으로 보자면, 많은 '생성형 AI 예술genarative AI art'은 컴퓨터 비전의 기술적 새로움을 기념한다. 연결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 빠른 시스템으로 만든 반짝이는 색채와 대조들의 풍경은 막대한 데이터 더미만큼이나 우리를 즐겁게 한다. 한편 부정적으로 보자면, 그것은 유혹적으로 우리의 몸과 뇌를 항복, 묵인 속에 불구로 만드는, 일종의 고상해보이는 캔디 크러시다[...]이것은 실리콘밸리 '선지자'들과 발명가들의 기술진보적인 서사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Joanna Zylinska, <AI Art>

저자는 ‘AI 예술’이 ‘창조성’ ‘미술’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계기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어디서부터가 ‘붓’이고 어디까지가 ‘화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AI 예술’은 AI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과 AI의 협업에 가깝습니다. 이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층 더 가속화된 추세이죠.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눈을 특별히 사로잡은 대목은 ‘AI로 그려진 예술’보다도 ‘AI에 대한 예술’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AI와 프라이버시의 문제, AI와 인간 노동의 문제 등을 고찰한 예술 작품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중 인상 깊었던 두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겠습니다.

1.로렌 매카시는 ‘인간 알렉사’가 되어서 24시간 (참여자의 동의 하에) 이용자들을 살펴보고 ‘비서’ 업무를 대신한 예술가입니다. 그는 사람과 AI 비서의 관계를 살피고, ‘스위치를 켜고 끄는’ 정도의 간단한 일을 위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현대인의 상황을 풍자했습니다.(링크)

2.아마존의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일하는 ‘고스트워커2)’들이 적은 돈을 받고 ‘시 쓰기’를 한 프로젝트(Mturker Poem)입니다. 이들은 1달러도 안되는 돈을 받고 시를 썼는데요. 대부분의 시는 적은 돈을 받고 힘든 일을 해야 하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단지 플랫폼에서는 ‘수행 실적’ 숫자로만 표시되는 이들이 실제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링크)

<fig.7> '인간 알렉사(아마존의 비서 AI)'가 되어 사람들을 '감시'하는 행위 예술을 선보인 예술가 로렌 매카시(왼쪽). Amazon Mechanical Turk(Mturk) 플랫폼에서 컴퓨터를 통해 간단한 허드렛일들을 '외주'받아 일하는 프리랜서 Mturker들에게 적은 돈을 주고 '허드렛일' 대신 '시쓰기'를 의뢰한 프로젝트 Mturk poem. 대부분의 시들은 이들의 근무 환경과 적은 보수에 대한 한탄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 계정 갈무리

이 책을 덮으면서는 어쩌면 렘브란트풍의 AI 그림이나 오페라를 작곡하는 AI보다도 이런 작품들이 더 ‘AI의 예술’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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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보이는 것을 다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파울 클레(김재인 외,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에서 재인용)”

2)'Ghost Work'는 메리 그레이, 시다스 수리가 쓴 책 제목에서 나온 단어로, 긱 이코노미의 시대에 자유로워보이지만 실상 아주 적은 돈을 받고 불안정한 격무에 시달리는 이들을 표현한 단어입니다.(링크) Amazon 'Mechanical turk'라는 단어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습니다.(링크)

【5.맺음말】

예전에 <내 제트팩 어디 갔어?Where's my Jetpack?>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공상과학소설 속 우리를 설레게 했던 최첨단 우주 도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제트팩(jetpack·등에 배낭처럼 매고 분사장치를 통해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구) 등이 왜 실현이 되지 않았느냐며 한 권 분량으로 투덜거리는 책인데요. 마지막에 이런 대목을 읽으면서는 웃음이 비어져나왔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어설픈 옛날 기술 전망에 깊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 우주에서 휴가를 보내는 건 가능해요. 당신이 백만장자라면요. 치명적인 광선총도 쏠 수 있죠. 물론 집채만한 대포 사이즈로요[...]심지어 텔레포테이션도 실제로 가능합니다. 한 번에 광자 한 개씩요.”

이 책의 (장난스러운) 결론은 결국 제트팩을 ‘쟁취’해내기 위해 과학자들의 멱살을 잡으라는 건데, 저는 한편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기술들이 우리 삶에 정착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꽃에 물을 주는 로봇은 굳이 173cm의 인간 모양일 필요가 없고(링크), 설령 최첨단 기술이 탄생해도 여전히 로봇 농기구의 한편엔 수천년 전에 발명된 쟁기를 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쩌면 더 주목해야 하는 건 그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fig.8> 국립대구과학관이 주최한 과학 사생대회 수상작(왼쪽) 미국 미네소타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이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습니다. 국립대구과학관, Time

과학기술사 연구자들은 주장합니다. 기술은 최첨단의 반짝거리는 실험실에서만 탄생하지는 않고 그 기술이 실제 사람들(때로 불완전한 존재들)의 요구와 자원, 정치에 따라 탄생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과학식보다는 생명체에 가깝다는 것이죠.

정치, 사회의 문제는 제쳐두고 단지 최신 기술에만 주목한다면, 한 공간에서 최첨단의 AI 물류 시스템과 사람을 죽게 만드는 에어컨도 없는 찜통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것입니다.(링크)

오늘날 우리가 미드저니 AI에서 보는 건 어쩌면 제가 본 <내 제트팩 어디갔어!>라는 책 속 프로젝트 쪽에 가까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박해서 대단히 우리의 눈을 끌지만, 사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AI가 최첨단의 새로운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과 어떻게 어우러지게 할 것인지 그 사회의 정의를 고민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구글 딥드림으로 그린 '마네 스타일'의 시바견 그림입니다(오른쪽).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마커스 드 사토이, 박유진 옮김, 『창조력 코드』, 북라이프, 2020.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저자가 '창조력'에 대해 설득력있게 파고들어간 책입니다. 얼핏 제목만 보면 '창조력'에 대한 자기계발서같은 느낌이지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AI가 과연 '창조적'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창조력과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다만 이 책을 읽다보면 '수학논문'에서 가장 개인적인 분노(!)가 넘실거리는 게 느껴지는데, 이는 AI 소설에 소설가가, 양산형 장독대에 장독대 장인이 각별히 화가 나는 이유와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결론에서 결국 '인간'과 'AI'의 '소통(스토리텔링)'을 강조한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마쓰오 유타카, 송주명 옮김, 『인공지능과 인간』, 진인진, 2019.

-NHK 강좌 시리즈를 엮은 책으로, 굉장히 얇은 책이지만 AI와 관련해 흥미가 있을만한 소재들을 두루 다루고 있는 컴팩트한 책입니다. 다루는 내용이 결코 만만치 않지만, 필요한 정보들을 꼭꼭 눌러 담고 있으므로 다른 책들을 읽다가 맥락을 세우기 위해 다시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AI와 관련된 책들의 경우 워낙 필자별로 주장하는 바, 시선이 많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일단 별도로 해두고 보았습니다.

Joanna Zylinska, 『AI Art』, open humanities press, 2020.

-예술가, 예술비평가인 조아나 질린스카가 이 시대의 'AI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본 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AI는 창조적인가?"라는 질문 대신, "인간은 (어떻게) 창조적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AI와 관련된 의미있는 전시, 예술, 평론을 두루 살필 수 있어 좋은 입문서이자 비평서입니다.

[다큐] 샬리니 칸타야, <알고리즘의 편견Coded bias>, 86min, 2020.

-흑인 여성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에 대항한 MIT미디어랩 연구원 조이 부올람위니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멘터리의 핵심 이미지(하얀 가면을 쓴 흑인 여성)는 워낙 유명할텐데요. 막상 다큐멘터리를 보니, 그의 사례 외에도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내용, 채용과 AI 문제 등이 풍부하게 다루어져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이소영,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모요사, 2018.

-이 책의 부제는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인데요. 통상 AI art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2016년 칸 광고제 혁신그랑프리를 받은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가 자주 인용되곤 하는데(링크), 이 책에서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재료로 계란이나 밀가루가 발견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의 집안은 제분업 관련 사업을 했고, 그는 손에 닿는 재료 중 적당한 것을 미술도구로 썼던 것이죠. 밀가루는 그의 작품에 독특한 색채를 더해주었습니다. AI가 '도구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미술사에서 '도구'가 갖는 영향력을 새삼 살펴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계기였습니다.

사실 <AI Art>와 이 책 둘중 어떤 책을 <창조력 코드>와 엮을까 고민을 했었는데요. AI아트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낯선 통찰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AI Art>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책도 다른 맥락에서 흥미로운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는 대중서이기 때문에 미술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498년 '북구의 다빈치'라고도 칭송받은 동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정작 당대엔 자신의 직업을 화가가 아닌 '인쇄업자'라고 적었다는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뒤러는 흔히 ‘북구의 다빈치’라고 불리지만 그 별칭은 일면만을 담고 있다. 뒤러는 1498년에 출간된 자신의 첫 인쇄물인 <계시록>의 마지막 장에 자신을 화가가 아닌 인쇄업자라고 기록했다[…]북구의 다빈치보다는 ‘기술 복제 시대의 선구자’라는 칭호가 더 어울린다[…]그는 활자에서 시작된 구텐베르크의 혁명을 이미지의 세계로 넓힌 이미지 인쇄의 대가였다.(p.89)"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과 AI

독서시간: 약 13분 / 글자수: 약 4400자

🖍글 속 한 문장

“<듄>의 우주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human)’, 그리고 사고 능력을 상실한 ‘사람의 무리(people)’. 인류가 그렇게 둘로 나뉘게 된 계기는 사람의 사고를 대신 해줄 수 있는 AI의 출현이었다고 한다. 귀찮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힘든 생각 따위는 AI에게 맡겨버리는 편리한 길을 택한 ‘무리’들은 굴레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조종하는 사람들에게 조종당하는 하층민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소설 <듄>과 엮어 AI와 인간다움에 대해 궁리해본 박주용 카이스트 교수의 칼럼입니다. 이미 영화업계는 AI를 제작과정에서 활용해온지 오랜데요. 과연 '인간다움'을 제거한 영화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편리한 AI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게 긍정적일지 등에 대하여 궁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알파고 충격 이후, 바둑계의 변화

독서시간: 약 4분 / 글자수: 약 1200자

🖍글 속 한 문장

“프로기사들이 AI로 훈련하면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사람보다 월등히 실력이 강한 상대를 스파링 파트너 삼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기준선이 올라간 것. 특히 AI의 장점인 포석과 대세를 보는 감각 등을 닮아가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김채영 5단은 “AI로 공부한 이후 내 실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전체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알파고의 승리 이후 프로바둑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그려낸 기사입니다. 선수들이 '상향평준화'되었고, 이제 바둑에서 AI는 뉴노멀이 됐다는 것이죠.

한편 알파고-이세돌전을 계기로 충격을 받고 바둑계를 떠난 이하진 전 프로기사의 글은 이런 분위기에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링크) 대부분의 기사들이 AI를 '코치'로서 활용하면서 강습소들이 문을 닫고, 바둑 선생님들이 일자리를 잃게되었다는 겁니다.

AI 시대, ‘AI의 의미’를 묻는 예술

독서시간: 약 11분 / 글자수: 약 3800자

🖍글 속 한 문장

그(히토 슈타이얼)는 <면세 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2017)에서 “오늘날 우리 삶의 표현들은 데이터의 흔적에 반영되어 있고 정보·생명·정치는 이를 관리하고 경작하고 채굴한다”고 했다[...]’태양의 공장’(2015)은 대표작 중 하나다. “현실 세계의 육체노동이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되는 데이터 사회의 세계상”을 담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워낙 인기가 높았던 전시라 연구자님들 가운데서도 다녀오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지난달 15일까지 진행되었던 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 전시 관련 기사입니다. 오늘 다루었던 <AI 예술> 책에서도 히토 슈타이얼이 수차례 등장하는데요. AI 예술이 단지 AI스러운 예술이 아니라, AI를 정면으로 궁리하는 예술이라고 할 때 히토 슈타이얼의 작업들은 특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전시를 아깝게 놓치셨다면,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친절하게 전시를 설명한 이 투어 영상을 참고해보셔도 좋습니다.(영상)

독서시간: 약 13분 / 글자수: 약 4200자

🖍글 속 한 문장

“앨런이 미드저니에 특정 텍스트를 입력하여 전체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 후 포토샵으로 약간의 손질을 한 것은 기계의 작업인 것일까 아니면 앨런의 창작물일까? 누구든지 텍스트-이미지 변환 알고리즘에 동일한 텍스트를 입력하여 같은 산출물을 얻는다면 그것은 저작권 없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텍스트-이미지 전환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자신의 고유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용자에게는 뜻밖일 것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MIT 테크놀로지리뷰 최은창 편집장이 쓴 AI 예술과 저작권의 문제입니다. 실제 점차 AI를 활용하는 '예술(일러스트,음악 등)'이 늘면서 저작권 문제는 뜨거운 감자라고 하는데요. 음원 플랫폼들은 한때 ‘비용’을 낮추기 위해 유령 음악가들의 음악을 대거 올렸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정식 저작권이 있는 '진짜 음악가'의 작품은 저작권료를 내야하지만, 'AI 음악가'가 알고리즘으로 만든 작품은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9월의김스피]’)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회차에 첨부했던 반응 노션 링크가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아래 '피드백' 버튼 페이지 내부에 버튼을 추가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및 피드백

👤다음주(10.12.수) 휴재 안내 = 10월 첫째주, 둘째주의 대체휴일 휴무를 위해 다음주 한주 레터를 쉬어갑니다. 한층 유익한 레터로 그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1.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편지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오늘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을 보내주세요. 간단한 한줄 감상도 좋고, 연구자님이 떠올리신 독특한 해찰거리도 좋습니다 :) 레터를 통해서 보내주시는 작은 격려와 의견들이 레터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흥미로운 해찰은 레터를 통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피아에서 차후 다뤄볼만한 주제나 좋은 콘텐츠 등의 추천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링크)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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