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에 고정 코너가 생기려나 봅니다. 본문 이미지와 함께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는 '코멘터리'와 책과 다른 무엇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네트워크'인데요, 두 파일럿 포맷이 정식 코너가 될 수 있게 열화와 같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 
식민지 건축 미리보기  
🌱죽순

🌱죽순의 편집 코멘터리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건축 생산 역사』에 이어 두 번째이니 정식 코너로 승격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 중입니다. 
오늘은, 일본에서 식민지 건축에 관한 한 대가로 손꼽히는 니시자와 야스히코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일본 식민지 건축론』을 간추리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해 엮은 책, 『식민지 건축』을 소개합니다. 자료 화면, 함께 보시죠.  

일제 강점기 건축 하면, 군산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신흥동 적산가옥, 일본식 사찰 동국사, 조선은행 군산지점이었던 근대건축관 등등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일제의 흔적이죠. 근데 그거 아세요? 대만총독부 청사를 일본어로 검색하면대만에서 가볼 만한 으로 소개하는 블로그나 여행 플랫폼을 종종  있어요. 일본 사람들은 대만에 가면 자연스럽게 구 총독부 건물을 보러 간다는 거죠.

『식민지 건축』을 편집하면서 일본 제국의 영토가 대만, 중국 동북 지방( 만주)까지를 포함했다는 새삼스럽게 인지했어요. 붉은 벽돌에 흰색 모서리 돌을 특징적인 외관의 건물이 조선-대만-만주에 골고루 퍼져 있었던 걸 확인하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건물들을 연결하면 당시 일본 외지’의 경계를 그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 무릎을 쳤던 대목입니다. 일본은 식민지와 조계(차)지, 철도 부속지에 행정 총괄 청사를 먼저 짓지 않았습니다. 병원, 경찰서, 감옥을 먼저 지었다고 해요. 겉으로야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해서라지만 식민지로 이주한 일본인의 위생과 치안을 위해서였겠죠. 연출이 가미된 거대함, 지배 지역에서는 처음 보는 양식의 외관 등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던 총독부 청사들은 오히려 뒷전이었습니다. 돈도 없고 재료 조달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조선총독부 청사가 일제의얼굴이었다면, 경성역, 경성우편국, 조선은행 등은손발이었겠죠. 『식민지 건축』은 일제의 손과 발까지 탐색합니다.

한국어판에는 원서에 없는 컬러 화보( 16)를 실었어요. 사진을 찾고 고르다 보면 늪에 빠진 기분이 들어요.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자, 중국어 번체자로 번갈아가며 대만, 만주 자료를 찾았습니다. 만주는위만주’(伪满洲), 가짜 만주라고 검색해야 많은 자료를 찾을 있어요. 한국에서 일본의천황일왕으로 표기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일본이 억지로 수립한 만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에서위만주라고 씁니다. 중국 랴오닝성에 위치한 다롄시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식민지 건축이 남아 있더라고요. 식민 지배가 끝난 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음을 감각하게 한 풍경이에요.

만철이라는 약칭이 더 익숙한 남만주철도주식회사와 드디어 정식으로 인사했어요.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 『만철, 일본 제국의 싱크 탱크』,『만주 모던』 등의 책이 사무실에 있어도 데면데면했는데 『식민지 건축』을 계기로 한 번씩은 들춰보게 됐어요. 

최근 1930년대 일본이 괴뢰국인 만주국을 건립하고 경제개발계획이나 국민동원체제 같은 통치 방식이 1960년대 한국 군사정권의 모델이었다는 연구가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만주국의 주요 도시 건설 방식, 여러 청사와 철도역사 건물의 특징 들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식민지 건축』이 제도와 법률 등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연구들과 완벽한 짝을 이룹니다.

건축 재료의 이동을 좇은 책의 3장은 독보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요. 벽돌, 시멘트, 20세기의 재료로 지어진 식민지 건축은 자체로 시대를 상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어지러운 화살표를 확인하며 작은 글씨 하나 누락되지 않도록 눈을 치떠야 했던 페이지.

표지에 "최신만몽대지도"(1931)는 하버드 옌칭 도서관에서 찾았어요. 동아시아 연구를 지원하는 이곳에는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베트남어, 만주어, 몽골어, 티베트어로 희귀자료와 기록, 사진, 지도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옌칭(燕京) 춘추전국시대 당시 연나라의 수도 이름인데, 지명을 도서관 이름에 넣은 이유는 모르겠어요(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디지털 지도 아카이브가 따로 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방문해보세요. Havard-Yenching Library Digital Map 바로가기

『도서관은 살아 있다』 네트워크

역시 2회차를 맞는 네트워크 코너. 『스페이스 (논)픽션 네트워크(각주 52호)에 이어 『도서관은 살아 있다』가 연결해준 것들을 나눕니다. 
책만 좋아하고 다른 건 특별히 안 하는 도서관 언니 이야기
🦻팔랑

『도서관은 살아 있다』는 온(on) 시리즈 1권 『스페이스 (논)픽션』에 버금가는 개미지옥입니다.
한 꼭지 읽고 서점 장바구니 열고, 한 꼭지 읽고 넷플릭스 들어가보고, 한 꼭지 읽고 어느 사이트를 입력해 즐겨찾기에 넣게 돼요. 더러는 책장에서 낯익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는데, 특히 동거하는 꼬마가 좋아하는 책이라 눈에 딱 띄더라고요.
『도서관』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입니다.
"한 권 더, 한 권 더" 하다가 침대가 무너지는 장면은, 여름휴가 때 트롤리 반쪽을 책으로 채워버리는 우리 모습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지요. 
아이의 책장 면적에서 그림책 칸이 서서히 줄어드고 있는데 이 책을 여태 동네 동생한테 물려주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책만 좋아하고 다른 건 특별히 안 하는 언니 얘기"라서 그렇답니다. 아하, 그렇습니다. 독서는 대개 과정이지 과정이자 결과인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쓸모"는 의심없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유가 되지요. 책읽기의 쓸모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 그림책은, 아이의 책장에 아마도 꽤 오래 더 머물 듯합니다. 이 책을 동생, 조카, 자녀, 아는 동네 꼬마에게 선물하실 분들은 이 퀴즈를 함께 내주세요.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는 몇 명일까요? 저는 이 책을 열다섯 번쯤 읽었는데, 오늘에서야 이 친구들이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만든 뒤로 생긴 버릇이에요. 어딜 가도 고냥님들이 보이네요.🙂
도서관은 어디에나 있고, 왕좌의 게임에도 있다
🧼퐁퐁

“『왕좌의 게임』을 집필한 조지 R. R. 마틴은 다양한 양질의 책을 제공하는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며, 공공 도서관이 자신의 신간을 20권 구매해 19권을 폐기하기보다 한 권만 구매해 소장하고 다른 작가들의 책 19권을 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도서관은 살아 있다』 53쪽
 
도서관 장서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조지 R. R. 마틴을 생각하며 저는 불현듯 가상의 중세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묘사된 도서관이 떠올랐습니다.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말라는 말이 있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정을 준 두 인물이 있으니, 그중 한 명은 책 덕후 샘웰 탈리입니다. 유명한 무인들을 배출한 탈리 가문의 장손 샘은 책 말고 다른 데는 별 관심이 없어서 집에서 쫓겨나는데요, (이 사이 방대한 이야기는 생략) 우여곡절 끝에 학문을 수련하는 마에스터의 도시 시타델에 입성합니다. 그가 처음으로 도서관에 들어가 말 그대로 책으로 둘러싸인,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 압도되어버린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 그렇습니다, 그는 성덕이 된 것입니다!
책 덕후라면 모름지기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환상을 품는 법이지만... 중세 도서관을 모티프로 만든 가상의 도서관에 과몰입했던 21세기 사람은 곧 정신을 차립니다. 책먼지는 누가 치우나?(샘이 치움) 저렇게나 크고 무거운 책을 들고 사다리를 오르내린다고? 어두컴컴한 도서관에서 초 하나에 의지해 책을 읽는다고? 까무룩 졸다가 저 초가 쓰러지면? 대체 책은 왜 사슬에 묶어 놓는 거야?
  ↳  도서관여행자 님은 중세에 만들어진 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사서들의 안전을 걱정해요. 천장까지 높이 쌓아 올린 벽면서가가 너무 아찔해 보였고, 실제로 사다리에서 추락해서 사망한 사서도 있었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 86쪽 「20세기 최고 도서관 덕후의 꿈」) 그리고 책으로 가득한 공간은 환상일 뿐, 중세 유럽에서 대규모 도서관의 장서 보유량은 1000권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3세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소르본대학 도서관에는 열람용 도서 338권과 소장용 도서 1728권이 있었다고. (👉도서관여행자 님의 추천도서 『세계의 도서관』을 읽어보세요!) 
유일무이한 지식의 보고 도서관에서 사슬은 책도둑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종이가 대량생산되고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책은 그 자체로 희귀본이자 특권 계층만 접근할 수 있는 귀중한 것이었으니까요.
사실 샘은 시타델에 혼자 가지 않았어요. 그가 도서관에 들어갈 때 그의 아내와 아들은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여자와 아이들에겐 금지된 장소였거든요. 그러나 그랬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도서관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모두, 낯선 사람, 게으름 뱅이, 내향인, 시설 보호 아동, 스포츠 팬, 우리, 당신, 영 웅, 유대인, 가족, 비혼인, 외국인, 타인, 학교 집단 따돌림 피해자, 무슬림, 여성, 남성, 사람들, 좋은 사람들, 난민, 노인, 유아, 북클럽, 성인, 학생, 노숙인, 작가, 엉뚱한 사람들, 예술가, 이민자, 엔지니어, 어머니, 아버지, 군인, 할머니, 할아버지, 수집가, 애견인, 관광객, 올빼미족, 페미니스트, 기독교인, 비평가, 빈곤층, 어린이, 자원봉사자, 성소수자, 차별 희생자, 미취업자, LGBTQ 청소년, 자연 애호가, 아마추어, 아웃사이더, 무(無) 서류자, 슈퍼 히어로, 시각장애인, 농부, 소외계층, 진보주의자, 힌두교인, 장애인, 전쟁 희생자, 공상가… 이 모든 이가 자유 롭게 드나들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환대의 공간.”
- 『도서관은 살아 있다』 92쪽
  ↳ 중세 수도원 도서관(사진: 영국 헤리퍼드 성당 도서관)이나 옥스퍼드 보들리안 도서관(aka 호그와트 도서관)에 가면 ‘체인 북’(chained book)을 볼 수 있다고 해요. 물론 지금은 전시용일 뿐이고요.
2023년 희망도서 목록을 작성해둘 것
🌱죽순

하아...😮‍💨 『도서관은 살아 있다』를 신청하려고 도서관 홈페이지 들어갔다가 뒤돌아 나왔다는 독자들의 아쉬운 후기를 종종 봤어요. 도서 구입 예산이 떨어지는 11-12월은 희망도서 신청은 받지 않더라고요. 사실 신청하다고 해서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정 제외 기준이 있어요. 서울도서관에서는 아래와 같은 도서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어도 수서하지 않아요.


  • 문제집, 수험서, 중고등 참고서
  • 판타지, 로맨스소설, 무협지
  • 웹툰, 라이트노벨 등 각종 만화류
  • 연감, 백서, 보고서 등 참고 도서류
  • 영리 목적·정치 목적 자료
  • 미풍양속이나 정서 등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 자료, 19세 이상 선정적인 도서
  • 정기간행물과 전자 자료(전자책,DVD 등 비도서) 
  • 외국 도서, 특정 분야 전문 도서
  • 출판된 지 5년 이상된 자료(컴퓨터 과학 신학문 분야는 2년)
  • 고가 도서(5만 원 이상), 외국 도서, 3권을 초과하는 시리즈 또는 전집 도서, 기타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도서
  • 스프링 제본 또는 낱장 자료(리플릿), 입체 도서, 악보, 색칠 공부, 필사 등 책 크기가 너무 작거나 소리가 나는 도서 등 이용과 관리가 어려운 형태 자료
  • 소장 자료나 구입 중 또는 정리 중 도서, 신청 또는 주문 중복 도서
  • 서지 불명 도서나 미간행 도서, 비매품, 품절이나 절판 도서
  • 유사 도서가 많이 소장되어 있는 경우
  • 신판이 발간되었음에도 구판을 신청한 경우
  • 개인 출판사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료로 판단되는 경우

다섯 번째 항목, '정치 목적'의 '정치'가 무슨 뜻일까요? 음, 궁금하네요. 사서의 의무 가운데 '중립'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 말이 '다양성의 존중'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를 작업하면서 저는 도서관에 정말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편집자가 된 후 처음으로 서점보다 도서관에 더 자주 갔고요. 서가를 거닐다 10년 전쯤 읽은 책을 만나면 상념에 젖기도 하고, 중고 시장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긴 절판 도서를 냉큼 빌려 읽기도 했어요. 제 생각보다 중장년 이용자가 많아서 내심 놀랐고, 어린이 이용자들과 경쟁하며(?) 그림책도 꽤 읽었더랬죠. 『도서관은 살아 있다』는 그야말로 저를 도서관과 다시 연결해준 책이에요.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되찾은 기분이에요.  
기쁜 소식  
한국주택 유전자』가 제10회 우수편집도서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우수편집도서상은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출판물의 내용뿐만 아니라 편집과 교정, 교열이 뛰어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출판의 본령인 편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상이에요.
『한국주택 유전자』는 "매끈한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두툼한 신국판형 두 권의 전체 구성이 일목요연하다. 넉넉한 들여쓰기, 여유 있는 자간과 행간, 시원한 쪽수 표기와 위치, 리드미컬한 각 장 미주 배치와 서체, 특히 도판의 질과 균제감 있는 배치가 돋보인다"라는 심사평을 받았습니다.
롯데출판문화대상, 우수학술도서, 한국출판문화상, 저자의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에 이어 우수편집도서상까지, 정말 상복이 터진 책입니다. 모두 박철 수 선생님과 독자들의 관심 덕입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달, 책발전소북클럽 11월의 책으로 『젊고 아픈 여자들』이 선정되었어요. 작년엔 『마이너 필링스』, 올해는 『젊고 아픈 여자들』. 앳(at) 시리즈 두 권 모두 책발전소에디션이 나왔어요. 두 권 모두 강렬하고 압도적인 디자인이죠?
에디션 표지 역시 김동신 디자이너의 작업입니다. 19세기 네덜란드에서 발간한 식물도감에 실린 콜레우스라는 식물의 리소그래피 이미지를 사용했어요. 검은 잎을 보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병든 식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아래로 다채로운 색이 드러납니다. 젊고 아픈, 젊고 아프고 여성이며 퀴어인 사람은 자신의 건강 문제를 드러내기 어려워해요. "젊은데 어쩌다..." 같은 편견이 말들이 돌아오니까요. 그렇지만 건강 문제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에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편과 압박을 겪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것을 헤쳐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그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기존 표지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발전소 에디션은 당인리/광교 책발전소와 온라인숍 브론테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아쉬워요🤔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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