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에 학교 수업과 새로 시작한 일을 병행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새롭게 시작한 일이 쉽지 않아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따라 가기 위해 어려운 책을 붙잡고 읽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하면서 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럴 때 있잖아요, 이것도 쉽지 않고, 저것도 쉽지 않고, '나는 어떡하지!'에 빠져 있었던 거죠. 그 와중에 본 조희수 작가의 전시는 하나의 감정적 전환점으로서 힘을 주었는데요. 아쉽게도 이미 끝난 전시지만 짧은 리뷰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4월에도 흥미로운 전시가 무척 많은 것 같아요. N/A에서 하고 있는 《그래비티 샤워》에도 다녀왔는데 무척 좋았어서 추천합니다! 김도연 작가의 개인전도 궁금하고, 권현빈·한선우 작가의 전시도 표시를 해뒀답니다. 그나저나 광주비엔날레가 한창인데...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과연 저는 다녀올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결과는 다음호에서...🤞

조희수 개인전 《The Divers》는 한 편의 짧은 영상으로 구성된 단출한 전시(혹은 스크리닝)였지만, 그 짧은 영상이 전달하는 정서는 결코 작지 않은 전시였습니다. 영상에서는 두 퍼포머가 왕복 8차선의 강남 도로에 석회가루로 트랙을 그리고, 그 트랙을 따라 이어달리기를 합니다. 그 복잡하고 번잡한 강남 거리를 전력 질주 하니 당연히 부딪히고 넘어지고,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옆으로 피합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일상적 풍경과 대조되는 여성 퍼포머의 달리기는 마치 같은 시대를, 같은 사회를 살고 있어도 서로 다른 속도로,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모습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늘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늘 한 발 더 앞서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을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두 여성 퍼포머는 사람들 사이를 정말 빠르게 달리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람들은 두 여자를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옆으로 비켜서면서 무의식 중에 그들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렇게, 보란듯이 앞으로 나아가며 질주하는 여성들은 행인들의 일상적 시간을 교란하고 그 세계에 균열을 냅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달리기를 보는 것은 마치 액션 영화의 추격 씬을 보는 것처럼 스릴과 쾌감이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두 여자가 강남역에서 달린다는 점에서 그 쾌감이 배가 되었고요. 고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힘차게, 강하게 내달리는 모습은 보고 있는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어서 힘이 나는 전시였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근거 없는 자괴감'이 몰려 오는 순간을 잊고 다시 달리기를 상상했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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