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오늘 SDF다이어리는 뜬금없는 질문으로 시작해봤습니다. 

중·고등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 그리고 정년을 앞둔 이들까지 모두를 관통하는 질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앞으로 나는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일 겁니다. 

그리고 '뭐 해 먹고 살지'라는 이 오래되고 어려운 질문 속에서 2017년, 미래 사회의 계급을 새롭게 예측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미래사회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던 그 책은 신선하지만 두려운,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보고서에는 2090년 우리 사회계급이 4개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챗GPT를 비롯한 초거대 AI기술이 우리의 삶을 파고들고 있는 지금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점점 짙어지고 있는데요. 무려 7년 전 화제가 되었던 이 보고서의 내용이 얼마 전 다시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불확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미래 사회 보고서'를 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유기윤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미래사회보고서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4가지의 '미래 계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그린 피라미드는 궁극적으로 약 2090년 정도가 되면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건데요. 말씀하신대로 4가지 계급이 나옵니다. 그리고 '플랫폼'이라는 것을 가지고 주로 설명을 했는데요. 플랫폼 소유주가 제일 위에 나오고, 플랫폼 스타, 인공지능, 프레카리아트[1] 라는 일반 사람들까지 해서 4가지의 계급으로 미래 사회를 묘사했습니다.
[1] 프레카리아트 (precariat)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 (Guy Standing)이 처음으로 주창한 새로운 사회계급.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된 미래 사회에서 임시 계약직, 프리랜서 형태의 단순 노동에 종사하면서 저임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계층을 말한다.
여기에서 플랫폼 소유주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려면 '플랫폼'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것은 일종의 진화 중인 정보시스템이라고 정의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정보 시스템을 소유한 사람들, 그러니까 투자자 혹은 개발자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플랫폼 스타는 뭐냐, 그 플랫폼 속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입니다. 스타죠. 그 다음이 사회 전반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AI, 인공지능이고요. 그리고 프레카리아트입니다. '프레카리아트'는 플랫폼의 소유권도 없고 스타도 아닌 일반 사람들입니다. (미래 사회 계급에서) 전문직이냐 아니냐 이런 것은 전혀 관계가 없어요. 플랫폼을 소유했느냐, 또는 거기에서 자기가 스타 플레이어로 뛰느냐에 따라서 구분이 되는 것이죠.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레카리아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Q. 미래 사회 보고서를 쓰실 때 생각했던 사회 변화 속도와 비슷하게 사회가 변하고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제가 보기에는요. 범용 인공 지능, 그러니까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이 나와서 노동시장에서 아주 극렬한 분쟁을 일으키는 시기를 제가 2045년 정도로 예측을 했는데, 얼추 맞을 것 같아요. 그런데 2045년에 모든 것이 확 뒤집히느냐? 그건 아니죠.
그렇게 될 때까지 밑의 층에서부터 갈등이 일어나서 뒤집히겠죠. 그러다가 2045년이 되면이제 더 이상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버틸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기괴한 경제'가 될 거라는 것이죠.
Q. '기괴한 경제'요?
자본주의라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노동을 해서 얻은 수익을 가지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그걸 통해서 더 나은 투자를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시스템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일이 없게 되고, 그 사람들이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살게 된다면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오고 의존해왔던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하겠죠. 

왜냐하면,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질 거고요. 그게 제가 연구를 통해 봤을 때는 약 2045년 정도 되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도달할 거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그때쯤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할 일이 없고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그 상황이 20년밖에 남지 않은 건데요. 그렇게 빨리 올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느껴지는 징후가 있나요? 지금 나오고 있는 기술 혁신, 그에 따른 사회변화가 너무 과대 해석됐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잖아요.
징후는 사실상, 지금은 이건 물에 잠기는 상황과 비슷해서 찰랑찰랑 밑에서부터 올라오기 때문에 어느 시점을 딱 잘라서 징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워요. 어렵지만 기술이라는 게 선형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라 계단형으로 발전합니다. 부드러운 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약간 툭 튀었다가 또 잠시 침체기를 겪다가 툭 튀는, 이런 식으로 불규칙하게 올라가요.

인간의 진화나 생물체의 진화도 이런 식인데 그걸 우리가 '단속 평형설'[2] 이라고 불러요. 공학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챗GPT 같은 게 바로 그런, 퀀텀 점핑[3]하는 공학 기술이죠. 챗을 기반으로 하는 그런 서비스 산업들이 굉장한 타격을 입죠. 예를 들면 전화로 응대하는 서비스업이요. 거기는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사실상 지금 챗GPT가 바로 할 수 있어요. 간단하게요.

[2] 단속 평형설 
진화론의 하나로 생물 종은 오랜 기간 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다가 특정한 시기에 비약적으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학설이다. 1960년대 미국의 고생물학자 엘드리지(Niles Erdredge, 1943∼)가 처음으로 주창한 학설이었는데, 1980년대 들어서 하버드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 교수에 의해 정리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3] 퀀텀 점프
물리학 용어로, 양자세계에서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계단의 차이만큼 뛰어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즉 어떤 일이 연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차용하여 기업이 사업구조나 사업방식 등의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경우 퀀텀점프(Quantum Jump)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Q.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프레카리아트'에 속한다는 말씀인데요. 대응하거나 대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보세요?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는 예를 들면 9대 1 정도였다면, 공학기술로 인한 양극화는 99.99대 0.01이 되겠죠. 그만큼 더 파괴적이라는 건데요.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이런 관점으로 보셔야 돼요. 

앞으로 인류 전체적으로 부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전체적인 부는요. 지금을 신석기 시대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거기에는 돌밖에 없잖아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똑같은 자원이지만 모든 것들이 어디서 나왔지? 라고 할 만큼 놀라운 문명을 일으켰잖아요.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질 거예요. 인류 전체로 봤을 때는. 그렇지만 이게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편향, 편중된다는 거거든요. 그걸 어떻게 사회 전체적으로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거기에 생존의 유일한 해답이 있어요. 

덧붙이면 기술의 트렌드에 저항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잠시 늦추는 것일 뿐이죠. 혁신을 계속 해야 돼요. 우리나라만 고립되어있는 사회가 아니란 말이에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 사회기 때문에 어느 한 사회가 고립해서 어떤 트렌드에 반대로 가는 것은 절대로 지속가능 하지가 않아요. 전체가 다 같이 죽는 길이죠. 

우리 사회에서 전문성이 있다고 보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교수 같은 집단들이 있잖아요? 그게 유망하냐, 라고 학생들이 저한테 물어볼 때 저는 "어느 특정 직종이 유망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 그거보다 그 직종 내에서 내가 상위 1% 안에 들어갈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직종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평생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그걸 생각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Q. 기술 혁신의 끝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맞아요. 거스를 수 없겠죠. 그런데 우리가 플랫폼이라고 하면 거대 기업이 만드는 엄청난 플랫폼만 생각을 하는데, 나 개인도 플랫폼을 할 수 있어요. 이 플랫폼 스타라는 게 바로 그런 건데요. 예를 들어 내가 유튜브에서 내 채널을 하나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내가 가진 재능으로 방송을 한다, 그래서 팔로워가 한 10만 명 된다면 그 사람은 플랫폼 스타잖아요. 그 사람이 1인 플랫포머예요. 유튜브라는 플랫폼 속에서 나만의 개인 플랫폼을 구축한 거죠. 중소 플랫폼이라도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 속에서 자기 자신을 플랫폼화 시켜야죠

앞으로는 정규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질 거예요. 정규직이라는 게 사실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이상한 개념이에요. ‘언제까지 보장해 주겠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빌 게이츠가 얘기했듯이 누가 누구를 보장해 줍니까? 언제 망할지 모르는데요. 이제는 누구를 보장해 준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한 직장에서 주야장천 정년까지? 그 개념을 이제 폐기해야 하는 거죠. 
AI가 창작의 영역까지 들어온 시대, AI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 소비하는 방식 등 기존 삶의 공식을 바꿀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 이상 'AI가 인간을 대체 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멈춰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복합위기의 한복판에 선 지금 우리는 무엇을 지켜내고, 버리고, 만들어 가야 할까요? 시작되고 있는 인류의 새로운 여정에서 그 올바른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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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DIARY 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 : 5년 뒤, 10년 뒤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습니다. 2004년에 입사해서 정치와 사건사고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급성 백혈병을 앓아서 휴직을 했다가 최근에 미래팀으로 복직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민정 기자 : 알아주는 SF 덕후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의 하나로 살아가고 있으며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내면, 그리고 사회 제도에 끼치는 영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미래팀에서 구독자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2014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사건, 법조, 교육, 탐사보도부, 정당, 통일·외교 분야의 건조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최예진 작가 시사뉴스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최유진 작가 :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작가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SBS D 포럼을 만들며 배워나가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유익한 콘텐츠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다양성, 꿈, 데이터, 민주주의, 존엄성을 화두로 깨어있는 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SBS D포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BS D포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걸음씩 잘 진화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하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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