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개발할 때 여러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드웨어 측면으로는 군더더기 없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완벽한 실린더 형태의 도시락을 디자인했는데 금형 제작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했었구요. 심지어 소재도 옥수수 PLA라서 다루기도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도 끝에 전문 업체를 잘 만나서 원하는 만큼 구현을 하게 되었죠.

소프트웨어 측면으로는 기존의 '친환경' 이미지를 깨는 것이었습니다. 무해한 느낌의 대표적 톤 앤 매너인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그린의 프레임을 뒤집어 보고 싶었어요. 비비드 컬러와 기하학적인 화려한 그래픽이지만 일상 속에 활기를 불어넣어 실제적인 친환경적 실천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자였죠.

아직 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위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브랜드 메시지를 이해하시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현재는 매우 만족합니다.

Q. 레토릭의 중심에는 역시 디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에 디자인만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디자인에 대한 여러 관점이 있지만 저는 단호하게 '일상 속 심미성의 구현'을 꼽고 싶어요. 기능성은 너무나 디폴트구요. 그래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것이라면 이왕이면 기본에 충실한 아름다운 제품으로 루틴을 채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야 자주 손이 가고 매일 쓰고 싶고 그러다 보면 다른 물건을 사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제로웨이스트의 궁극은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사더라도 아름답고 튼튼한 것을 사서 오래 오래 사용하는 것이죠. 안 그래도 정신없는 세상,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들은 우리의 일상과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레토릭을 보다보니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어요. 레토릭에선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할 때, 어떤 가치를 어떻게 고려하시나요?

기본에 충실하되 다채로운 시의성을 담고자 노력합니다. 기본적인 프레임에 시대의 흐름을 담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저희 제품의 구조는 원형이나 정사각같은 기본적인 도형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단단한 기본적 프레임이 필요한 이유는 시시각각 변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락 같은 경우 프레임은 원형이고 그 안에는 음식으로 표현되는 각각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담을 수 있습니다. 보자기는 정사각형이지만 유연한 물성으로 담아지는 오브제에 따라서 전체 형태가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픽 역시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도시에 사는 MZ세대의 다층적인 정서, 자연과 도시의 경계 그리고 한국적 표상의 변주 같은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담아냅니다. 

Q. 강렬한 단색 컬러를 가진 제품을 볼 때 프랑스 국기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기분 탓일까요? 레토릭만의 디자인 고유성은 어디서부터 출발한 건지 궁금해요.

프랑스 국기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초기에 브랜딩을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 피플'과 협업하면서 그들이 표현하는 강렬한 패턴 전개 방식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 패턴이 너무나 강해서 이 부분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레드밖에 없겠다 해서 첫 컬러는 레드였습니다. 그러다가 보색인 블루를 만들고 여기에 기본 색상이 필요하겠다 해서 화이트를 넣은 것이죠.

결국 이렇게 세 컬러가 세트가 되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프랑스 국기를 많이 연상해서 놀랍기도 했습니다. 색 조합을 다르게 바꾸면 러시아이기도 합니다. 컬러에 대한 국가적 인식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면이 재밌었습니다. 어쩌면 프랑스에서의 제 경험이 배어든 것일 수도 있겠죠.

저희의 고유성은 같은 장르 안에서 시도되지 않은 것을 과감하게 시도한다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형태, 컬러, 패턴, 노출 방식과 전달 방식를 다채롭게 구현하고자 합니다. 도시락이라는 일상적 오브제를 우리의 사회의 이슈와 더불어 개인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요.

Q. 온/오프라인을 통해 꾸준히 다양한 고객들과 만나셨던 것 같아요. 올해는 어디서 레토릭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작년 레토릭 론칭 후 정말 너무 많은 온/오프라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인데 너무나 큰 관심이 감사하기도 했지만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니 천천히 뒤 돌아볼 시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2022년이 브랜드의 볼륨을 키우는 시기라면 올해 2023년 세세하게 다듬어 가는 시기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올해도 신세계 까사와 함께하는 굳닷컴 기획전과 하반기 프랑스 메종 오브제 박람회 참여해서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등 큰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또한 '뉴서울'이라는 테마로 도시 에너지를 담은 새로운 보자기 컬렉션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디지털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Q. 올해 레토릭의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는 레토릭의 방향성에 대해 견고하게 다지는 시기로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희 아버지가 올해 5월에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한참 사업을 전개하던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 시대의 어르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 역시 오랜 음주를 하셨고 식생활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없으셨습니다. 결국 식도암 4기 판정을 받으시고 오래지 않아서 하늘로 가셨습니다. 우리가 그냥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에는 쌓이고 쌓여 삶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저는 우리 일상 속에서의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더욱 느꼈고, 레토릭 안에서 건강한 삶을 이루겠단 목표를 꼭 이루어 내고자 다시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너울숲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레토릭은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며 스스로 삶을 주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급할수록 되돌아가라는 말처럼,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항상 깨어있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