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중요하다. 이따금 돈과 관련 없는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인간 세상은 촘촘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특히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온다. 고로 나도 타인에게 필요한 노동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창작은 노동으로 잘 치부되지 않는다. 창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머리와 몸이 둘 다 힘든 중노동에 속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사회에 분명한 의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존재가 쉽게 지워지는 시장 분위기에서 창작으로 돈을 버는 것은 더 쉽지 않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꾸미는 것을 멈추고, 문화 예술에 사용하던 돈을 줄이거나 없앤다. 기업은 디자인 부서를 제일 먼저 감축하고 문화, 예술에 지원하던 것을 멈춘다. 예술이 먹고사는 일 다음인 사람들에게는 가장 먼저 쳐낼 목록일지 몰라도, 예술이 먹고사는 일의 최전선인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예술업 종사자야 말로 운이 좋아 관심을 받게 되면 더 부지런히 활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원과 관심이 언제 어떻게 끊길지 모른다.


가정내에서 돈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던 스무 살 초반의 나는 대학교 학기를 멈추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더럽고 치사해서 돈을 벌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집안에서 돈을 받는 것보다 밖에서 일을 하며 받는 돈이 더 더럽고 치사하다는 것을 알고 돈은 원래 더럽고 치사한 것인가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몇 번의 아르바이트와 짧은 입사와 몇 년의 스타트업 경험을 겪은 후  내가 잘 할 수 있는 돈벌이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성격이 불같고 불의와 불합리를 눈 감지 못하는 나는 늘 비열함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대표이든 상사이든 상관없이 들이받아 분란을 일으켰고 일이 하기 싫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사회 부적응자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의 에너지과다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존경심이 들지 않는 사람을 내 위에 두기 싫었던 것도 이유였다. 스무 살 초반부터 외주를 받아왔기에 내 성격에 그나마 외주로 돈을 버는게 제일 나은 방법인 것을 알았어도 한 줌의 소중한 외주비용이 나의 전체 생활비가 될 수 없다고 느꼈기에 외주를 제외한 모든 일을 알아보다 결국 다수의 아르바이트와 두번의 회사를 거쳐 다시 프리랜서가 되었다.


돈은 늘 중요한 이슈였다. 돈벌이가 적으면 쓰는 것을 줄였고 쓰는 게 늘어나면 돈을 더 벌 궁리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술재료와 그 재료를 담을 가방 따위에만 관심이 많았던 나는 명품과 브랜드 옷, 성형에는 관심이 없어 큰돈을 쓸 일은 없었다. 작고 소중한 돈이 들어오면 주거래통장에 넣고 다시 쪼개서 주택청약통장과 적금, 정기예금 등에 넣을 돈을 모았다. 이 습관은 프리랜서로 지내는 동안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한번 저금한 돈은 건드리지 않는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고삐가 풀려 소비가 늘어나는 때가 있었지만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통장을 여러 개를 만들어 청약통장 등의 최후의 돈을 건드리지 않도록 했다. 돈을 모으는 건 의외로 쉽다. 만원 열 번 쓰면 십만 원이 되듯 만원 열 번 모으면 십만 원이 되고 십만 원 열 번 모으면 백만 원, 다시 열 번이면 천만 원이 되면 여러 개의 정기예금을 넣어 흔히 말하는 풍차 돌리기로 잊어버릴 때 즈음 이자를 받아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나도 한때 주식 열풍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지만 손해도 이득도 없는 결과에 그냥 넣어두고 잊어버린 어떤 것이 되었고 그 시간에 내가 잘하는 일에 더 투자해서 근본적인 돈벌이를 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에 일확천금하여 졸부처럼 돈으로 사람 부리며 사는 것이 꿈이 아니기도 하고 하루 하루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했던지라 번 돈을 모으는 것이 나에게는 더 좋은 방법이었다.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수입이 적으면 소비를 줄이고 수입이 늘어나면 저금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사업자를 내면서 곧 무너지기 시작했다. 돈을 벌 다른 궁리를 해야했다. 나의 재능이 돈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레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