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우리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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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지은 농사가 망했다
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10.26. 목요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낯선 생각으로 데려다주는 뉴스를 좋아하는 오경민 기자입니다.

올여름 개봉한 영화 <밀수> 보셨나요? 배우 김혜수씨염정아씨가 가상의 어촌마을 군천의 해녀, 춘자와 진숙을 연기해요. 영화는 두 해녀의 우정을 아주 진하고 멋있게 그립니다.

평생 고기 잡고 전복 캐던 춘자와 진숙은 어느 날 밀수업에 뛰어들게 돼요. 마을에 화학공장이 들어선 이후 해산물이 집단 폐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살길이 막막해진 해녀들은 바다에서 밀수품을 건져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넘어갑니다.

세관의 단속에 매일 가슴을 졸이면서도 해녀들이 밀수품을 향해 바다로 뛰어든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는 군천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 기사를 보고, 텅 빈 전복 껍데기를 허망하게 바라보는 영화 속 해녀들의 표정이 떠올랐어요.

지난 9월, 국내 전복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완도에서 전복이 갑자기 떼로 죽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사회부 전지현 기자와 박채연 수습기자, 사진부 한수빈 기자가 사흘 동안 완도에 머물며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7분 분량의 기사입니다.
☑️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전복값은 폭락했다.

☑️ 제값을 받지 못해 여름이 지나도록 양식장에 남아있던 전복들은 이어진 폭염으로 높은 수온 속에서 지난 9월 집단 폐사했다.

☑️ 전남 완도군에서 전복을 기르는 어민들은 오염수, 고수온 등 거듭된 위협 속에서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복이, 꿈이, 마을이 무너지는 완도
2023.10.22. 전지현·박채연 기자
지난 10월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 전복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폐사한 전복을 치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남 완도군 금일읍 도장항에서 1㎞쯤 떨어진 한 전복 양식장. 한명근씨(43)가 지난 16일 오후, 어선의 크레인을 움직여 가두리 양식장을 들어 올렸다. 양식장 한 칸에는 미역과 다시마를 먹여 2년 반을 꼬박 키운 600미의 전복이 살았었다. 늘 설렘과 반가움으로 길어 올리던 전복을, 요즘 한씨는 괴로움과 미안함으로 끌어올린다. 한씨가 직사각형 칸이 나뉜 양식장을 배 위에 올리고 직각으로 들어 올리자 후드득, 전복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살아 있는 전복은 빨판으로 단단히 그물에 붙어,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반은 죽었네. 반은 죽었어."

읊조리며 뱉은 한숨이 대수롭지 않은 듯 동료 어민들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에이, 반절 아니다. 30%다. 이 정도면 양호하네." 골라서 뜯어 낸 '산 전복' 십여미를 한씨가 무심한 표정으로 썰어 냈다. "남의 전복이 제일 맛있더라." 웃자고 건넨 농담인 줄 알기에 마주 웃었지만, 한씨 입가에 걸린 씁쓸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아는 동료 어민들의 농담 사이사이에서 한숨이 비죽비죽 새어나왔다.

올해 들어 완도의 전복 어가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생산지 전복값은 폭락했다. 28도 이상 고수온에 취약한 전복은 여름이 오기 전인 7월 말쯤 다 팔려야 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고 양식장에 남았다.
전복들이 죽어 껍데기만 남아있다. 한수빈 기자
결국 지난달 완도의 전복 양식장 곳곳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7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폭염이 계속되면서 연안 수온이 평년(최근 30년)보다 1~3도 높게 유지됐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전복 도맷값은 완도 전복 줄폐사 이후 최근 반등했다. "다 죽어버리니까 가격이 오르데요." 어민들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16~18일 찾은 완도 금일도에서는 적게는 30%, 많게는 90%까지 전복이 폐사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6·25 전쟁 때도 전란을 피해 평화로운 섬이라는 별칭 ‘평일도’로 불려온 금일도에는 위기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전복 폐사는 특히 터를 잡기 시작한 청장년 양식업자들을 더 세게 할퀴었다. 금일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코로나19를 가까스로 넘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터졌고, 이젠 전복들이 다 죽어버렸다"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폐사 원인 합동조사단조차 꾸려지지 않고 있다. 막막하다"고 했다.


풍운의 꿈 안고 터 잡은 청년들

금일도 도장어촌계에는 40여명의 30~50대 청장년 전복 양식업자가 살고 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전에 귀어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실은 완도 금일읍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다. '섬 밖으로 나가 살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광주 등 섬 밖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서울과 천안 등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귀향한 이들도 있었다.

9년 전 귀어한 한병훈씨(41)는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양식업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전복 양식을 시작할 때는 정부자금 지원도 잘 돼 있었고, 전복 가격 자체가 좋았다"며 섬으로 돌아오던 때를 회상했다.
이날 건져올린 가두리 양식 칸에서는 30%가량의 전복이 폐사했다. 한수빈 기자
작은 배 한 척에 2억원, 큰 배는 15억원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양식업에 이들이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젊은 수산인력 양성 사업' 덕택이었다. 만 50세 이하의 후계어업인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수산업 경영인’ 정책 등에 힘입어 이들은 희망을 안고 섬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게 이제 다 빚이네요." 11월에 치패(새끼 전복)를 사들여 몇 해 농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올해 입은 경제적 타격으로 치패 살 돈 없는 이들이 마을에 수두룩하다고 했다. 특히 정책자금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다들 대출 5억~10억원은 기본이에요. 이자만 월 300만~500만원인데 원금 상환하려면 1년에 생활비 빼고 1억원을 갚아야 해요." 한씨가 말했다. 정책자금을 받은 이들은 수산업 이외에 4대보험에 가입되는 직종에 종사할 수 없어, 다른 출구도 없다.

완도금일수협이 자체적으로 보험 가입 대상자들의 양식장을 조사한 결과 감목, 구동, 도장, 동백, 생일, 신평, 척치 어촌계의 양식장 4031칸 전복 중 3만6986미(약 55%)가 고수온으로 폐사 피해를 입었다. 피해 추정금액은 29억여원에 이른다. 아직 사고조사가 진행 중인 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어민이 상당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완도금일수협 측 설명이다.


청년이 무너지면 마을이 무너진다
어민들이 양식장에서 뭍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부모의 양식장을 물려받아 4년 전 귀어한 한선호씨(50)는 마을 청년 중 맏형님뻘이다. 그는 마음이 더 무겁다고 했다. 한씨는 "어린 동생들을 보면 '접고 마을 떠나라'고 자꾸 말하게 되더라"고 했다. 부모님을 모시려 돌아온 데다 처자식이 있는 자신은 앞으로 20년, 30년이고 눌러앉아야 할 팔자지만 '홀몸인 청년들은 아직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청년들이 떠난 '마을의 미래'에 대해 한씨는 "다른 도서 지역이 그렇듯 금일도에서도 젊은이는 사라지겠지"라고 했다. 금일읍에 거주하는 청소년(현재 금일초 70명, 금일중 51명, 금일고 32명) 대부분이 전복 양식으로 먹고사는 집의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나마 귀어·귀촌한 청년들이 있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다 떠 버리면 문제가 되겠죠." 한씨는 '섬을 떠나 살라'던 어르신들의 말씀에 요즘 공감한다고 했다. "우리가 시작할 때는 전망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내 자식들에게 '어업하라'는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한씨로부터 '마을을 떠나라'는 잔소리를 자주 듣는 임국빈씨(31)도 지친 마음을 꺼내보였다. 5년 전 귀어한 임씨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모아 전복을 길러놓으니 코로나19에 오염수가 터졌다"며 "죽은 껍질만 보면 화가 나서 바다에 나가기도 싫다"고 했다. 그는 올해 양식장에 종자를 넣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어민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임씨 주변에는 양식업을 접은 이도, 개인 파산신청을 고민하는 이도 있다. "저희끼리는 앞으로 어떻게 사냐, 모이면 매일 이런 얘기 뿐이에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섬 안에서 메아리만 치는 기분입니다." 임씨가 말했다.

완도 금일도의 어민들이 무너지는 모습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어민들이 파산 신청을 하면 90%를 농림수산업자신원보증기금(농신보)이, 10%를 수협이 책임지는 구조다. 완도금일수협이 어민 개인회생파산으로 떠안은 '연도별 대손판정 대위변제 현황'을 보면 10월15일 기준 243건, 141억여원이다. 지난해 한 해를 통틀어 떠안은 241건, 143억원과 비슷한 수치다. 이진영 완도금일수협 상무는 "아직 올해가 두 달 남았는데 지난해 수치에 도달하는 등 부실 수치가 오르고 있다"며 "청년 어민 한 사람이 포기하게 되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걷잡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수온 이어져도, 관청은 "기준 미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우리 정부는 다방면으로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민들이 느끼는 효과는 미미하다. 완도읍에서 전복 유통업을 하는 황인중 경영수산 전무이사는 "정부 노력을 느끼긴 하지만, 결국 그건 나 같은 유통업자 배 불려주는 것이지 어민들에게 돌아가는 건 사실상 없다"고 했다. 그는 "겨우 '(2.5t 트럭) 한 차 ○○수산에 팔았다' '다행이다' 정도로 생각하지 정부 역할이 체감되는 건 없다”고 했다.

금일도 청년 어민들은 폐사의 원인을 찾는 '행정합동조사'가 시급하다고 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된 어민은 폐사가 '고수온 피해로 인한 것'임을 증빙하는 공문서가 있어야 보험금을 탈 수 있다. 폐사율를 측정하려면 양식장 안에 죽은 전복을 남겨둬야 한다. 새끼 전복을 넣어야 하는 11월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행정합동조사는 요원한 상황이다.
전남 완도군 금일읍의 전복 양식장에 햇빛이 내리쬐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해양수산부가 정한 전복 한계 수온 기준은 28도인데, 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해야 고수온 경보가 발령되고 피해 보상 조사도 이뤄진다. 완도군청 관계자는 "(지난 여름에) 신고 들어온 몇 곳을 동향 파악차 점검했지만 28도 평균수온을 넘은 해역이 없었고, 가두리마다 폐사율이 달랐다. 한 칸을 조사하는 데 6명씩 30분이 걸리는데, 기준치 도달이 안 되니 저희로서는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어민들은 '28도 고수온'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본다. 황 이사는 "평소 전복이 안 죽던 동네도 올해 많이 죽었다"며 "28도는 고수온, 27도는 고수온이 아니란 말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서광재 금일수협 조합장은 "수온이 28도로 올랐다가도 해류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데, 3일 연속 28도 이상은 누구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기준"이라고 했다.

완도군청 관계자도 "28도 기준은 2015년 정한 것으로 근 10년 가까이 된 기준이다. 바다 환경이 달라졌고, 이를 연구해달라고 수산과학원에 건의할 생각"이라면서도 "당장은 방법이 없다"고 했다.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어민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10년차 양식업자 조재근씨(41)는 "출하를 제대로 못 하고 고수온 피해 보상도 못 받아 생계가 위급해 죽겠는데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알아서 버티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수협 관계자들은 대출금리 인하와 납부기한 유예 등 어민 숨통을 틔울 직접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완도군청 측은 "재정 지원은 지금 당장 힘들지만 늦어도 올해 안까지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자 지원이나 감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아직 오지 않았다 해도

위기에 직면한 어민들은 전복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도 막막함의 원인 중 하나다. 임형찬씨는 "정부는 과학이니 안전하다고 믿으라는데, 혹 전복이든 해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면 어민들은 진짜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 9월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감행한 일본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전복 먹어도 괜찮아요?" 완도에서 전복으로 먹고 산다는 이유로 오염수 방류 이후 이들은 친구·친지 또는 손님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되풀이해서 받는다. 한명근씨는 "우리 같은 청년 어민들이 사라지면 다음 세대는 없다고 본다"며 "아직은 어떻게든 이 섬에서 버텨보려 하지만 지금 (포기하고픈 마음이) 목끝까지 차오른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황인중 이사의 유통업체는 지난 7월부터 자체적으로 방사능분석센터에 매달 방사능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그는 "제가 설득을 한다고 몇 명이나 설득될지 모르겠지만 의문 갖는 사람들에게 우리 전복이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만에 하나 방사능이 검출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묻자 그가 답했다. "사업 접어야지. 그땐 접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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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는 지난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완도의 전복 양식업자 김태한씨의 이야기로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전화를 통해 들은 완도는 그야말로 '전복의 섬'이었습니다. 치패(어린 전복)를 키우는 업자, 치패를 받아 가두리에서 기르는 양식업자, 기른 전복을 파는 유통업자, 전복을 키우는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자재상들이 살고 있고요. "전복이 무너지면 섬 전체가 무너진다"는 말을 기억하던 전 기자는 9월 전복 집단 폐사 소식을 듣고 현장 취재를 결심했다고 해요.
한명근 도장리 어촌계장 집에 모인 어민들. 한수빈 기자
"저희끼리는 앞으로 어떻게 사냐, 모이면 매일 이런 얘기뿐이에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섬 안에서 메아리만 치는 기분입니다."

전 기자는 어민 임국빈씨의 이 말이 이번 취재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전 기자는 사흘 정도 완도에 머물며 어민들을 차례로 만날 계획이었는데, 기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첫 취재 현장부터 어민들이 와글와글 모여들었다고 해요. 배를 타고 양식장에 다녀오니 또 다른 어민들이 마중 나와있었고, 한명근 어촌계장의 집에서 늦게까지 대화가 이어졌고요.

"다들 상황을 토로하고 싶어서 현장으로 오셨어요. 사실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우리(동네)가 다 무너질 것 같고 조금이나마 이 상황을 바깥에 알려야겠다 싶어서 말씀해 주신 거겠죠. 어민들끼리는 만날 때마다 힘든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끼리의 메아리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얘기를 꼭 기사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답답함, 막막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전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완도 어민들이 전복 유통 작업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11월쯤 종자를 넣어 미역·다시마 등을 먹여가며 정성껏 한 해를 기르면 작은 전복이, 두 해를 기르면 큰 전복이 된다고 합니다. 여름이 오기 전 수확할 때까지 짧으면 1년 반에서 2년 반을 투자하는 농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복이 떼로 죽어버리니 어민들의 마음이 오죽할까요.

어민들은 집단 폐사 원인을 밝히는 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폐사 원인이 밝혀져야 당장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가장 바라는 건 하던 일을 계속하는 거예요. "앞으로 한두 해 할 게 아니라 10년, 20년 해야 하는데 전복이 왜 죽는지 알아야 대비를 할 게 아니냐." 어민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염수, 해수 온도 상승이 앞으로 지속할 문제인 만큼 전복 떼죽음은 올해만의 일이 아닐 것으로 보여요.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일터가 사라지면 여력이 있는 청년들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완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표정이 어두운 건 완도만이 아닙니다. 문재원 기자가 지난 8월 말 울진 죽변항을 찾아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바다 덕에 자식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여태껏 먹고살았다는 어민들. 바다가 변하자 이들의 생활도 변하고 있습니다.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추가 투입된 지자체 예산이 157억에 달한다는 기사입니다. 동해·남해에 가까운 지자체는 안정성 검사 장비 구입, 수산업 촉진 행사에 예산을 쓰고 있어요. 지자체를 떠받치는 산업이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재정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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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4일 점선면Lite <👃보기 좋은 떡이 냄새가 안 난다?>를 읽고 많은 독자님이 말씀을 남겨주셨어요. 저 또한 독자님들 반응을 보고 항상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얼굴들과 셈하기 어려운 문화적 가치를 새삼 떠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익명의 독자님은 ‘잊히는 것만 추억하며 현재 선택받은 것을 무시하지 말라’는 의견을 남기셨어요. 옛것이 쇠퇴하면 새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폭력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차지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지난 레터는 새로운 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깔끔하게 포장된 레트로 콘셉트 뒤에 옛것을 밀어내는 참혹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썼습니다. 취지가 독자님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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