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에게는 시간과 체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돈이다. 


잠깐만 쉬어도 돈이 바로 끊기고 아프면 당장 다음 달 돈을 걱정해야 한다. 내일이 불안해서 이번 달에 일을 많이 받으면 다음 달에는 아파서 일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체력과 시간을 둘 다 적절하게 분배해서 좋은 상태를 유지하여 당장 돈 걱정을 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40%에서 60%만을 일하는데 쓰는 것이다. 물론 프로의 40%는 보통 사람의 100%에 맞먹는 결과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40%만 써도 100%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평균을 만들기 위해서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사용했지만 그 정도 해야 늘 일을 받고 시간 관리를 하는데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요즘 더 많이 느낀다.


간혹 정말 욕심나는 큰 프로젝트는 100%에 가까운 에너지를 써서 일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근사한 포트폴리오를 얻지만 몇 달간 몸이 아파 고생하게 된다.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다른 유명 계정들을 보며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 적이 있다. 자신만의 방식을 간결하고 효과 있게 구성한 유튜버들이 오랫동안 영상을 올리면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호기롭게 시작할수록 뒤로 가면서 힘들어서 놓게 된다. 영상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현생이 바빠서 1년 넘게 영상 업로드를 미루고 있다. 거의 관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수월하는 방식을 찾았다고 해도 역시나 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상미보다 내가 실행했을 때 그다지 힘들지 않은 스타일이 오랫동안 계정을 운영하는데 더 수월하다. 


글을 쓰다 보니 두 가지의 책이 생각나는데 하나는 김하나 작가님의 <힘 빼기의 기술>이고 나머지 하나는  최근에 읽은 황선우 작가님의<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이다. 힘을 빼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만 하고 싶은 일을 오래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어보면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시작이라는 것 자체가 완벽할 수 없음을 내포하고 있고 일단 시작해야 나아질 수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시작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프리랜서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돈과 직결된다. 그중 으뜸은 시간과 건강이고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춰야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의 40%~60%를 유지하려면 슬프게도 100%까지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돈을 벌려면 한두 번쯤은 100%,120%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그게 그나마 체력적 타격이 적은 젊을 때일수록 좋다. 물론 경제적 타격은 어느 정도 감수하긴 해야 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품질의 작업을 하는 것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중간치의 에너지의 접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늘 100%-120%의 상태로 나를 갈아서 일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나를 갈아서 하는 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프리랜서는 출퇴근 연차, 휴가가 따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과 일이 엉켜서 밤을 새는 일이 늘어나고 일 자체가 일상의 중심이 되어서 몸이 서서히 망가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큰 병을 얻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시간의 분배에 이어 체력의 분배가 너무나 중요하다. 프리랜서에게 일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법이 없으니 몰려오는 일을 응대하고 처리하고 해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이 절차에 과정을 만들어 체력을 많이 아껴야 한다. 내 경우 이전 레터에서 말한 듯이 <의뢰서폼>을 이용하여 일을 정리해서 받고 있으며, 진행되지 않을 일들에 응대하고 처리하느라 시간을 헛되게 쓰는 일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서 체력적, 시간적으로 나를 많이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하니 한 번 더 말해본다.


나를 아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