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입니다.
September 19, 2023
아피스토의 풀-레터 vol.27
이심전심
어느 날, 테라리움 안을 들여다보니 푸밀라의 녹색 잎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푸밀라(Ficus pumila)는 엄지손톱만 한 잎을 가진 덩굴식물입니다. 푸밀라의 잎이 붉어진 이유는 아마 얼마전 새로 구입한 식물등을 달아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푸밀라는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는 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식물등을 햇빛으로 착각하고는 붉은색 파장에 반응을 한 것 같습니다. 푸밀라는 말이 없는 대신, 빛과 물과 흙을 양분 삼아 자신의 상태를 잎의 색깔로 발화하고 있었습니다. 

 “집사야, 나 지금 처음 보는 빛에 해바라기 중인데 잎이 그냥 활활 타오르고 있지 뭐야. 멋지지 않어?”

그날은 다행히 식물의 말을 놓치지 않고 푸밀라의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오, 멋진데?”

식물은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식물집사는 식물이 말하는 대로 들을 준비만 하면 됩니다. 푸밀라의 새 잎에 갑자기 붉은색이 돌 때, 식물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일 정도면 충분하지요.   

하지만 저는 이날 운 좋게 푸밀라의 말을 알아들었을 뿐입니다. 베고니아가 꽃을 피웠을 때도 모르고 지나친 적이 많습니다. 그럴 때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더 큰 것을 놓치고 있구나.’

식물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일이란 결국 현재에 집중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푸밀라가 깨우쳐준 날입니다.


아피스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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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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