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종로구 통의동에 다녀왔습니다. 길거리 곳곳에 집회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습니다. 시국이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금 떠올리게 되더군요. 연인들이 함께 줄을 서던 대림미술관 앞은 조용하고, 놀러나온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했던 경복궁은 정말 한산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칠만 하면 계속 들려오는 감염병 확진자 소식에 외출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길거리와 골목에는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길거리를 걷는 연인들.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려고 애쓰는 아버지. 위생수칙을 문 앞에 붙인 채 손님들을 맞이하는 가게까지. 잠시 멈춰있던 일상의 하루 하루를 다시 이어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에만 있으면서 우울하던 요즘. 골목을 걸으니 위로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알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이 골목과 거리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죠. ‘언택트’의 시대가 된 2020년의 6월에도 사람의 외로움을 치유하는 건 여전히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봄, 저희가 취재를 통해 만난 많은 기획자들은 대부분 동네에서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는데 동네에 갈 필요가 있을까?’ 인터뷰를 막 시작할 무렵에는 솔직히 이런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동네를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골목과 걷기 좋은 거리. 그리고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이야말로 다가올 시대에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개성 있는 콘텐츠들로 동네를 가득 채운 이들을 만나 들은 공간에 얽힌 사연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박종우 에디터 드림

작은 빵집과 카페, 서점, 문구 편집숍…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눈에 띄는 요즘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참신한 기획으로 무장한 개성 있는 콘텐츠를 가졌다는 점,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동네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점이죠. 동네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발굴, 편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역시 활발합니다. 그 중심에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기획 회사 어반플레이가 있습니다. 어반플레이는 동네를 경험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왔습니다. 로컬 페스티벌과 동네의 숨은 매력을 찾는 출판 콘텐츠도 기획했죠. 최근에는 연남동과 연희동 일대에 크리에이터를 위한 라운지이자 코워킹스페이스인 연남장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운 공간 여섯 곳을 기획해 '쉐어빌리지'라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요즘 TV 대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잖아요. 공간으로 비유하면 넷플릭스는 동네와 골목이에요. 동네는 다이나믹한 작은 콘텐츠의 연속이거든요. 밀레니얼 세대는 양질의 콘텐츠가 있는 곳을 찾고, 나아가 동네에서도 그걸 즐기고 싶어 해요. 좋은 콘텐츠가 담긴 공간을 통해 작은 동네에서부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슬기로운 동네생활을 위한 상점, 정음철물
"정음철물은 오디오 수리점인 정음사로 시작해 30여 년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온 정음전자를 리뉴얼해 재탄생시킨 공간이에요. 이곳은 공간 및 인테리어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를 위한 철물편집숍이자 동네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해요. 연희동에 낡은 단독주택이 많아 집수리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착안했죠." - 주식회사 정음 심영규 대표

도심 속 골목이 주목받는 요즘. 오래된 동네 속 숨은 보석 같은 가게를 찾아다니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주인장의 철학이 담긴 공간에서 소비 이상의 교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뻔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의 살아 숨쉬는 생활 공간을 탐방하기 원하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프랜차이즈 점포 스타일의 균질한 서비스 이상의 것이 요구되는 시대죠.
커뮤니티 바 {공집합}을 운영해오던 블랭크에서는 최근 빈집 정보 큐레이션을 통한 소도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유휴'를 출범했습니다. 남해군 임촌마을에는 멤버십 기반 공유주거 공간인 '유휴하우스' 1호점을 열기도 했는데요. 동네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역에서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하겠다는 것이죠. 동네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블랭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블랭크가 '유휴'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주거에 관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보려 해요. 규모의 경제가 구축된다면, 월세와 전세로 짜여 있는 우리나라 주거 환경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전망해요. 월세 대신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고 내가 살고 싶은 동네와 지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어요."


문승규 블랭크 공동대표
"공집합은 유휴와 더불어 블랭크의 중요한 구심점이에요. 각각 동네와 지역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블랭크가 공집합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은 유휴와 동일해요. 그 동네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커뮤니티와 협업하여 일상의 거점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동네에 꼭 필요한 생활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공유와 취향을 전제로 한 새로운 공간의 홍수 속,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낯선 감각을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있습니다. 전시와 워크숍, 쇼케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때로 누군가의 작업실과 미팅룸이 되는 이곳은 복합문화공간도, 코워킹스페이스도 아닙니다.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브랜드이자 콘텐츠로서 그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는 곳, 코사이어티입니다. 이민수, 위태양 공동대표를 만나 코사이어티의 기획 배경과 운영, 성수동의 오랜 금속 가공소를 개조해 만든 공간 설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코사이어티, 어떻게 지어졌나요?
"성수동의 폐건물 네 채가 있는 토지를 장기임대해 개축했습니다. 금속 용접 공장이었던 A동과 B동은 개인 업무 공간 및 대화와 작업을 할 수 있는 라운지로, 거북이 사육장이었던 C동은 옛 건물의 목재 트러스 구조를 살려 문화 행사 등이 이루어지는 다목적룸으로, 정체불명 판잣집이었던 D동은 외부 공간처럼 활용할 수 있는 파빌리온으로 재탄생시켰죠."


이민수, 위태양 언맷피플 공동대표
“커뮤니티로서 본질은 소통이에요. 창작자들이 모여 대화하는 것으로부터 커뮤니티가 시작되고 공유와 연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스스로 찾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 역할 하고자 해요. 그게 코사이어티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가치입니다.”

6월 한 달간 최인아책방과 함께 '출판사 테이블'을 운영합니다. 이 코너는 최인아책방이 좋은 책을 꾸준히 만드는 출판사를 응원하고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으로, 최인아책방 1호점(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21)에서 열립니다.
지난 3년간 브리크가 발행한 11종의 책을 모두 선보입니다. 핸드북 판형의 <브리크 디자인북> '온당'과 '나비집', 타블로이드 판형의 <매거진브리크>No.1~5, 리뉴얼한 현재 모습의 <브리크brique>0호부터 3호까지 전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도시와 건축에 관한 독자 포럼도 준비 중이오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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