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쏜 살 같은 3월의 세번째 목요일입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레터를 꼼꼼히 읽어주시고 피드백 주시는 구독자님들이 계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려요! 지난주 [JellyCat] 레터를 보내고나서 중국 Z세대들의 압박감이 실감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요. 웃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은 어떻게든 각자의 위로를 찾아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도파민 중독처럼 짧고 쉽게 얻는 보상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의 축에 있는 또 하나의 현상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은 정반합의 논리로 나아가는 법! 숏폼에 길들여진것 같던 요즘 패스트 세대들에게도 레트로와 아날로그의 슬로우 감성이 또 한 축으로 있는 것을 보면 또 한번 세상은 어떻게는 자리를 잡아가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지요.
요즘 일하는 시간에 주로 유튜브 플리를 노동요로 틀어놓는데요, 얼마전 자주듣는 채널에서, 요즘 한참 이슈되고 있는 [좋은기분]과 콜라보한 플리를 듣게됐어요. [좋은기분]은 아이스크림 브랜드인데, 최근 나온 책도 꿀맛으로 읽고 브랜딩과 일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기도 했었는데요. 플리를 듣고 있자니 아직 가보지도 않은 [좋은기분]의 바이브가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정말로 좋은 기분이 되더라구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침투하는 방법은 이렇게 정말 다양한 길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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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체가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에 침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됩니다. 특히 요즘 같은 멀티 매체의 시대, 또 물건 자체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시대에는 한 가지 채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비자가 서라운딩으로 통합적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한다면, 브랜드도 보고, 듣고, 맡고, 만지는 전방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야죠. 

그 중 한 채널로 떠오르는 것이 Podcast 입니다. 비주얼 시대라고 하면서 요즘 누가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듣나? 하는 생각을 가지셨다면 큰 오산이에요. 이미 [Dior talks], [Chanel Connects], [Louis Vuitton - EXTENDED] 같은 명품브랜드에서부터 스트릿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리 다양한 브랜드들이 팟캐스트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팟캐스트는 다시 부활하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의 긴긴 봉쇄 기간동안 사람들은 감정의 출구가 필요했어요. 팟캐스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사람들이 침착하게 하루를 버틸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리서치기관 eMarketer에 따르면 2021년 중국 팟캐스트의 청취자수는 이미 8600만명, 2022년에는 1억명을 넘어섰고, 2024년에는 연평균 15.8% 성장률을 유지해 성장률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고자 촉을 세우고 있는 감각있는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브랜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레터에서 소개해드렸던 운동 브랜드 [AnKouRu 安高若]는 팟캐스트를 통해 운동에 대해 더 속깊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운동을 사랑하는 각계 인물들을 초청하고, 일반인들이 체험한 리얼 스토리를 수집하여 들려주기도 하지요. 팟캐스트를 듣는 청취자들 주변에 어떤 운동 라이프가 펼쳐지고 있는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브랜드 채널인 만큼 [AnKouRu 安高若] 브랜드가 지향하는 운동에 대한 생각, 브랜드의 철학이 당연히 팟캐스트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생활 속의 커피 라이프를 모토로하는 캡슐커피 브랜드 [三顿半] 역시 지난 21년 일찌감치 팟캐스트를 열었습니다. 앞서가는 브랜드답게 리더의 자리에서 브랜딩을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지요. [飞行电台]라는 이름으로 커피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팟캐스트를 진행합니다. 주변의 커피 애호가들의 이야기는 곧 [三顿半]의 실시간 브랜드 스토리가 되어 브랜드의 컨셉을 전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三顿半]에 이어 [永璞咖啡]도 뒤따라 팟캐스트를 열었는데요. 브랜드의 이야기 뿐 아니라 일러스트작가, 사진, 철학, 음악,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를 초청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커피가 커피애호가들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라이프를 제안하지요. 
아직 소개한바는 없지만 중국 젊은 세대들의 힙한 악세서리 브랜드 [YIN隐]도 팟캐스트로 소통합니다. [有点上瘾]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인데요. 해석하면 '약간 중독된다'는 의미에요. 브랜드 이름인 '隐[yǐn]'과 중독된다는 의미의 '瘾[yǐn]'이 같은 발음인 것에서 착안한 재미있는 이름이죠. 중국인들은 이런 언어유희를 참 좋아합니다.😆  [有点上瘾]에서는 매 방송마다 술 한병을 골라 마시면서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 사랑, 깊은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브랜드 이야기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청취자들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대화를 통해 알게되죠. 사람도 겪어보고 대화해봐야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밀도있는 교류는 브랜드가 침투할 수 있는 굉장한 강도의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많이 알고 계시는 IP 플레이 브랜드 [POPMART 泡泡玛特]도 팟캐스트를 진행해요. [PTR(Pop Toy Radio)] 이라는 팟캐스트인데요. 팟캐스트를 통해 [POPMART]가 가진 여러 IP들의 스토리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캐릭터가 제작되기 까지의 뒷이야기도 들을수 있습니다. 캐릭터 피규어 수집가라면 피규어 유니버스에 완전한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겠죠. 또 업계 관계자들과 피규어 업계이야기를 하기도하고, 디자이너, 예술가, 큐레이터, 게이머들이 모여서 피규어 라이프를 이야기하고 생활의 개성을 보여줍니다. 피규어는 특히나 니치 충성고객들로 이루어진 끈끈한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이런 채널을 통한 소통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떼놓을 수 없는 접착제가 되겠죠. 
요즘 같은 빠름의 시대에 이렇게 느긋하게 라디오나 하고 있는 것이 사치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조금만 길게 생각해본다면 이런 장기전이 결국 브랜딩이 가진 효율성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마치 한방의 강력한 펀치같은 광고 슬로건이나, 순간의 이목을 끄는 도잉의 영상, 몇장으로 함축된 샤오홍슈의 이미지들 사이에서 '팟캐스트'라는 길고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생활로 침투할 수 있는 체력전이 함께 하는거죠. 결국 사람은 인간적인 것에 끌리기 마련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AI가 모든 정보를 찾아주고, 그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정말이지 눈감으면 코를 베어갈것 같은 세상에, 내 옆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브랜드. 어쩌면 AI가 복제 할 수 없는 '감정'의 부분을 가장 잘 연결하는 채널일지도 모르죠. 
결국 '관계맺기'가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에서, '감정의 연결'이야말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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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말씀 드린것처럼 쏜 살 같은 숏폼의 시대에, 젤리캣으로 쉬운 위안을 찾으려는 시대에, 그래도 인간적인 감정으로 회귀하려는 한 축의 힘이 느껴지셨나요? 😊 저는 옛날 사람이라 이런 감성이 참 좋아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  남은 한주도 매우 인간적인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저는 다음주에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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