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도 하겠다”라는 찰나의 생각을 소중히 여기기
어떻게 보면 저는 ‘남을 무시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선택한 셈입니다. 남이 하는 게 별거 아니어 보였고, 저도 충분히 그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니까요. 이 느낌을 누군가는 오만함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제게는 앞길을 밝혀주는 소중한 감각이기도 했습니다.
요즘 정보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유동화로 인해 개인에게 선택지가 워낙 많이 열려 있다 보니, 무슨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이건 나도 하겠다'는 찰나의 생각을 아주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은 더러 바뀝니다. 하지만 타고난 능력은 정말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어떤 현상을 보고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건, 순간적으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 그 일의 비전이 드러나 보이는 겁니다.
능력이 없으면 비전도 생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브이로거들의 깔끔한 영상을 보면, 나도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도저히 안 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저는 다른 곳에서 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잘 이해하는 편이어서, 노래를 들으면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실제로 작곡을 많이 해봤고, 녹음도 해봤습니다. 비록 직업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 능력의 범위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자신 고유의 능력 안에서 밝게 드러나는 순간의 비전을 존중해야 합니다. 물론 때로 비전은 환영일 때도 있습니다. 자기 객관화가 안 돼서, 혹은 사회의 현실에 대해 잘 몰라서 어떤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처럼 잘못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환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일의 현실을 먼저 조사해 보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일단, 실행해보는 것의 중요성!
하지만 결국에는 비전 중 몇 가지를 실행에 옮겨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툴러도 상관없습니다. 누가 나를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내 능력을 시험해 보는 것일 뿐입니다. 직접 해보면 정말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비전을 실행에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회의 전형적인 목소리에 반기를 들 줄 알아야 합니다. 뭔가를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남들도 잘 안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에 기가 꺾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남을 무시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죄책감을 안 갖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나도 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남을 어느 정도 무시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 우월감을 때로는 끝까지 밀고 가야 합니다. 남들이 틀리고 내가 옳은 것일 수 있습니다. 순간 번뜩인 내 비전을 존중하고, 실행을 통한 검증 과정을 밀어붙여야 합니다. 좌절해도 내가 좌절합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내 재능은 영영 현실에서 꽃펴보지 않은 물음표로 남아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겐 용기의 씨앗을 발견하는 데에 철학 공부가 도움이 됐습니다. 철학은 역사적으로 각 환경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구합니다. 철학사를 보면, 현재 사람들의 생각은 지금까지의 사회적 조건에 매우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의 평균적 견해는 현대 글로벌사회의 조건과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머지않아 다른 패러다임에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주변의 견해를 낡은 것으로, 금방 사라질 것으로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다소 ‘오만한’ 생각은 주변의 눈치를 극복하고 비전을 실행까지 옮겨보는 용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