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티의 첫 책은 노시내의 『작가 피정』입니다. 방금 디자이너가 인쇄소에 표지 감리를 보러 떠났습니다. 2주쯤 뒤에는 실물을 만나실 수 있어요.
올해 마티가 출간하기로 마음먹은 책은 총 15권입니다. 약간 과한 것 같지만, 꿈이란 원대해야 제 맛이죠. 몇 권은 다시 2024년 리스트에 오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출간이 기다려지는 책이 있다면 피드백으로 응원해주세요.❤️‍🔥

작가 피정: 경계와 소란 속에 머물다

🧼 퐁퐁


‘노시내 옮김’이 아닌 ‘노시내 지음’을 새긴 글을 마감했습니다. 온(on) 시리즈 3권 『작가 피정』입니다.
지난봄, 번역가 노시내 선생님은 뜻하지 않은 몸의 말썽으로 사십 일간 취리히로 피정(避靜)을 떠납니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뜻의 피정. 그러나 머릿속은 소란합니다. 열 개 도시에서 보낸 지난 26년의 생활이, 기억이, 감각이 날아들며 내밀한 시공간을 뒤흔들었거든요.
노시내 선생님은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러시아 등 여섯 개 나라, 열 개 도시를 거치며 26년 넘게 타국 생활 중입니다. 태어나고 자란 서울에서 보낸 시간 만큼을 낯선 땅에서 보내며 할 말이 제법 쌓였기에 여러 도시에서의 내밀한 경험들을 밀도 높게 엮어냈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가며 사는 일이 얼핏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언어, 기후, 음식, 문화, 정치·경제적 상황 등 모든 것이 다른 도시로 옮겨 다니며 산다는 것은 얼핏 듣기에는 흥미진진할 것 같아도 실은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삶이다. 지속적인 사회연결망 구축이 어려워 자칫 고립될 수 있고, 애써 사람을 사귀어도 서로 ‘곧 떠날 사람’이라 여기니 인간관계가 좀처럼 깊어지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니 낯선 언어를 새로 배우기도 쉽지 않다. 때론 만사 귀찮고 허무해져서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처럼 지내고 싶은 유혹도 든다. 하지만 몇 주, 몇 달도 아니고 몇 년씩 거주하는 곳에서 그저 구경꾼으로 게으르게 살기는 싫었다. 내부자는 될 수 없더라도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그 도시의 내부로 발을 내디뎌야 했다. 사람을 사귀고, 말을 배우고, 현지 음식을 즐기고, 역사책을 읽고, 현지 신문도 자주 들춰봐야 한다. 때로는 체력이나 인내심이 바닥나 퇴각하듯 다시 외부나 경계에서 서성거리기도 하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삶이 풍성해졌다.”

낯설고 어색한 곳에서 노시내 선생님이 택한 방식은 내부로 발을 내딛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따뜻한 조언을 떠올리면서요. “들어가서 참여해. 모든 공동체가 그렇듯, 그게 살아가는 방법이야.”
어쩌면 이 책에는 선생님이 “들어가서 참여”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숱한 떠남과 머무름, 만남과 헤어짐,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기꺼이 소란 속으로 들어가 “호기심을 놓지 않고 주변을 관찰하고, 언어의 묘미에 취하고, 지리적, 물리적, 감정적인 경계선을 건너다니면서, 관찰하고 해석하고, 소화”한 것을 써내려갔죠. 이것을 선생님은 '번역'이라고 말합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길 때, 고유의 의미와 역사와 맥락을 알아야 하듯, 선생님도 그 안에 담긴 정치, 경제, 역사, 문화의  장면들을 함께 봅니다. 파키스탄에서 밀크티를 마시다가 파키스탄 성인 당뇨병 통계(!)를 찾아보고, 취리히 골목을 거닐다가 광고판 문구 ‘파스콰 인 치타’(Pasqua in Città)를 보고 부활절 빵 ‘콜롬바 파스콸레’를 떠올리며 유럽 언어들부터 히브리어까지 어원을 추적고, 19세기 말에 지어진 거대하고 화려한 저택 ‘빌라 파툼바’를 거닐면서 식민주의의 역사를 거슬러 올가가기도 하죠.
『작가 피정』은 속하지 않은 채로 귀 기울이고 질문하고 배우며, 다름을 이해하고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책입니다. 아마 그것은 늘상 몰아치고 부산스럽고 예측하기 어렵고 무언가를 포기하고 강요당하는 일상에서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아끼고 돌보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주한 것들을 깊이 읽어내는 노시내 선생님의 고유한 시선을 따라가며 소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보시길요. 

덧.
『작가 피정』 원고를 처음 읽은 날, 책의 꼴을 떠올리며 막연히 사진을 넣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 도시의 풍경을 담아낸 글이 아니라, 머물고 떠나온 여러 도시에서의 경험을, 내밀한 사유를 써내려간 글이기에 특정 사물이나 풍경을 포착한 사진보다는 선생님의 글처럼 정연하고 맑은, 쓸쓸하면서 따뜻하고, 잔잔한 웃음을 주는 그런 사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인터넷을 휘젓고, 사진책이 있는 서점들에 가보고, 해외 잡지를 뒤적이며 한동안 사진을 찾아 헤맸어요. 그러다 사진작가 안초롱의 사진집 『Natural Gene』을 추천받았습니다. 여러 도시를 쏘다니며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칠 법한 장면들을 포착한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요. 이상하게 사진 한 장 한 장에 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안초롱 작가에게 연락했더니, 이미 마티의 독자라면서 노시내 선생님의 글과 어울리는 사진들을 골라 보내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오늘 소개한 사진으로 결정했죠. 

표지 사진 ⓒ 안초롱 (👉 클릭하면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가 안초롱은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한다. 한 장의 이미지로 기능하는 사진을 다루기보다 사진을 더미 단위로 모르고 분류하는 방식으로 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평소 우연에 기반한 사진 촬영을 즐기며 타 매체의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그는 일상에서 실천이 가능한 예술 활동을 목표로 삼고 다양한 형태로의 변환이 가능한 사진 매체의 유연함과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사진 콜렉티브 압축과 팽창(CO/EX)으로 활동하며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1), 《Honey and Tip》(아카이브봄, 서울, 2017)을 발표한 바 있으며 개인전으로 《FEM》(d/p, 서울, 2022), 《Natural Gene》(취미가 서울, 2020)을 열었으며 동명의 사진집을 출판하였다.

올해에 15권을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23년 출간 예정 리스트를 정리해봤습니다. 2021년에 『마이너 필링스』로 첫선을 보인 앳(at) 시리즈, 작년에 순조롭게 시작한 온(on) 시리즈에 이어 올해도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적어보니 꽤 많은데요, 편집자들이 올해에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타이틀이 무려 15권이네요.  


📍 박물관 소풍
작년에 미처 떠나지 못한 그 소풍을 올해는 떠날 수 있게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김서울 작가님도 새해의 기운을 듬뿍 받아 1/4분기 출간을 꼭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하고 계세요. 국립경주박물관을 비롯 광주, 대구, 민속, 익산, 제주, 중앙, 진주, 춘천, 그리고 서울역사박물관을 둘러보는 이 책은 ‘유물 소개’에 치중하지 않습니다. 박물관의 정원, 전시실 구성부터 유물의 보존 처리, 복원, 각 박물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시실이 무엇인지 등등 우리가 잘 읽어내지 못했던 박물관의 이모저모를 말해줍니다. 박물관으로 봄소풍 어떠신가요? 이 책 들고 가실 수 있게 부지런히 준비할게요!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생애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아파트단지 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이 엎치락뒤치락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산업화과 근대화 흐름 속에서 아파트와 중산층 만들기 프로젝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고, ‘동’ 단위 행정구역 하나를 통째로 썼던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는 엇비슷한 소득과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아가 있는 가구의 수가 늘어나고, 체육 전공 거주자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등 독특한 경향도 나타납니다. 왜일까요? 나중에 책에서 확인하세요!
저자가 둔촌주공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세밀한 묘사가 담긴 것은 이 책의 특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아파트에서 자란 연구자가 개별 단지의 탄생부터 죽음(혹은 재탄생)까지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고향과 다름없는 아파트단지에 대한 장소 애착이 직조된 이 책의 편집을 다음 주(두둥!)부터 시작합니다.

📍자기 이론: 미술, 비평, 글쓰기에서의 페미니스트 실천에 관하여
앳 시리즈 3권. 흔히 회고록, 자서전으로 불리는(한국식 분류로는 에세이) 글쓰기 가운데 이론, 철학과 통합된 작업들을 ‘자기 이론’이라고 거칠게 정의할 수 있어요. 오드리 로드, 벨 훅스가 떠오르고, 크리스 크라우스(『아이 러브 딕』, 절판), 한국에서 곧 소개되리라 기대되는 매기 넬슨도 자기 이론의 선구자이자 실천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나’를 쓰고자 하며 읽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자신이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줄 이론서입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이런 겁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쓰는 것과 “더 큰 쟁점”에 대해 쓰는 것 사이에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아요.
     (어쩌면 그렇기에 나는 에머슨적이거나 고작 페미니스트인 거죠.)
     - 매기 넬슨, 인터뷰 중에서
『불구의 삶, 사랑의 말』을 쓴 양효실 선생님께서 공부 모임을 주도하시며 번역하시는 중입니다. 2/4분기에 나올 수 있게 달려볼게요.

📍실패 없는 젠더 표현
신문기사 헤드라인과 뉴스 마무리 발언에서 반여성적이고 몰젠더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것을 자주 보고 듣습니다. 어째서 가해자 편에서 말할까? 어째서 영화감독, 선수, 정치인, 소설가 등등 앞에 ‘여성’이라는 성별 정보를 붙일까? 2차 가해를 말하며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젠더에 관한 왜곡된 표현들에 위기 의식을 느낀 일본의 기자 스무 명이 바뀌어야 할 표현 사례들을 모아 지적하고, 올바른 보도 방식을 제안합니다. 또하나의문화 출판사에서 오래 일하시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인 조지혜 번역가가 작업 중!

📍일인칭 가난
기초수급생활자로 살아온 20대 청년 안온이 쓴 에세이. 개인에게 가난의 책임이 쏠려 있는 이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안온은 가난의 장면들을 하나씩 재생합니다. 학원 강사 일을 하며 이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부풀었던 저자는 시간이 오래 지나 자신이 겪은 가난을 감상적으로 대하게 될까 봐 서둘러 글을 썼습니다. 이 책에 쓰인 저자의 일화와 생각 들은 일인칭이지만, 그 무게는 일인분짜리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와 동료 시민이 함께 알고 고민해야 할 것들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 한 사람을 관통하여 한 시대를, 재즈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오래전에 나왔던 이 책을 전면 개정하고, 마일스의 모든 음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하여 담아내려고 합니다. 자신의 트럼펫 연주처럼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휘몰아치는 그 입담을 고스란히 살려냈어요. 원고의 절반이 들어왔고, 나머지 절반은 성기완 선생님이 다듬고 있습니다. 초여름 바람이 불어올 때쯤 마일스를 읽고 듣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이것은 바람이자 다짐!) ‘거친 말’들은 순화하지 않을 예정. 편집자는 묘한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패션의 시대
언젠가부터 패션 브랜드 구찌에 ‘티셔츠’가 등장합니다. 스웨트셔츠나 후디 같은 옷도요. 하이엔드 패션에서 최고급 소재로 몸에 맞춤한 옷을 만드는 것도 오래전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언제나 패션 가까이에 있습니다. 00년대, 그러니까 이십여 년 전 패션을 트렌드로 만들기도 하죠. 점점 거대 자본으로, 다름 대신 유행으로 꽉 짜여 가고 있는 듯한 패션 산업이지만, 거기에도 빈틈이 생긴 것 같아요.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이 패션과 스트리트패션, 패션과 일상복 사이에서 그 틈새를 관찰하며 패션 산업의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살피며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큐레이팅 수첩

진품이 전시되는 것이 당연한 회화나 조각과 달리 건축은 그 자체가 전시될 수 없습니다. 대신 도면, 스케치, 사진, 모형 등 건축가가 생산한 다른 매체가 전시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때 큐레이터는 어떻게 이 매체를 다루어야 하고, 관람객은 여기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전문학예사 정다영이 건축 전시의 문법을 설명합니다.       


📍듣는 방법
길을 걷다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하게 툭툭 두드리면 갑자기 시공간이 뒤바뀌는 듯합니다. 귀에 흘러들어오는 음악에 따라 마포구 서교동 골목이 뉴욕의 재즈바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과거 어느 순간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것을 최상의 음질로 손쉽게 찾아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 록밴드 갤럭시500 멤버였으며 지금은 음악가이자 음악과 음악 산업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글을 쓰는 데이먼 크루코프스키는 디지털 문화가 음악을 만들고 듣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탐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리’에 대해 이야기해요. 동명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만든 책의 꼴도 아주 재미납니다. ‘소리’를 ‘책’으로 구현해놨달까요. 디자이너가 조판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머지않아 읽어볼 수 있을 거예요.

📍집짓기 바이블 개정증보판
초판 출간 이후로 10년이 지났고, 2014년 1차 증보, 2017년 2차 증보 개정판이 나온 지도 5년이 지났습니다. 이토록 많은 피드백을 받은 책도, 이토록 오래 개정판 문의를 받는 책도 드물 거예요. 2022년 내내 마티 사무실 한 켠에서 『집짓기 바이블』의 “새로운 이야기”가 구성되고 있었습니다. 건축가, 건축주, 시공자, 각 입장을 대변하는 삼자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계절의 변화와 대한민국 집값의 혼돈을 체감하며 대담을 나누었어요. “집을 짓거나 고치기 위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는 어쩌면 이 책의 작은 일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집이란, 거주란 무엇일까”라는 깊은 의문에서 출발해, 개인이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그 모든 과정,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그 이후 집과 마을, 동네, 도시로 이어지는 ‘거주와 삶, 관계’의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땅, 돈, 설계와 시공 얘기만도 끝이 없는데, 자본과 산업, 삶과 공동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문제까지 깊게 파고듭니다. ‘집’을 둘러싼 문제, 정보, 고민, 정책 등을 개별적으로 다룰 수가 없더라고요. 늦어도 3월에는 선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무지개떡 건축

심시티라는 게임 한 번쯤 해보셨겠죠? 이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원칙이 조닝(zoning)입니다. 주거, 상업, 공업, 휴식 등 서로 다른 기능을 가능한 한 나누어 놓아야 게임이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건축가 황두진은 단일 용도를 지닌 건축물이 모여서 유사한 기능을 하는 지역을 형성하는 식으로 도시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단언합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기능이 한데 뒤섞인 건물과 도시가 훨씬 더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2015년에 출간된 책을 전면 개정해, 더 명쾌하고 가볍고 선명하게 만들 계획입니다.


📍현대건축

개정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대건축에 관한 독보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케네스 프램튼의 『현대건축』입니다. 1930년생인 케네스 프램튼 선생님은 지치지 않는 열정과 체력으로 2020년 『현대건축』을 다섯 번째 판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 새로운 판에서 드디어 한국의 건축가들의 작업이 언급됩니다. 전 세계를 포괄하려는 목표 덕에 책은 훌쩍 더 두꺼워졌습니다. 번역은 이미 끝났으니, 2학기부터는 새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을까요.     


📍HURPI 구술집

목천김정식문화재단과 함께 펴내는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구술집 10번째 책입니다. HURPI라는 이름이 낯설 텐데요, 1965년 아시아재단의 후원으로 설립된 건설부 도시계획과 소속의 ‘주택, 도시 및 지역 계획연구실’입니다. 전국을 다 뒤집어엎었다고 해도 좋을 토건 국가 한국에서, 도시계획이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개발과 계획이 본격화되기 직전, 도시와 건축이 분화되지 않았고, 냉전체제 속에서 관련 지식과 인물이 유입되던 시절에 관한 놀라운 증언과 자료가 넘쳐 납니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사진도 풍부합니다.


"K-모던" 시리즈 시작

2023년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아직 시리즈 제목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K-모던”이 유력한 후보입니다. 20세기 한국만의 독특한, 그러면서도 비서구권 국가에서 시차를 두고 비슷한 양태로 나타나는, 현대와 현대성의 단면 들을 포착하려는 시도입니다. 문학이나 영화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기존 논의를 건축, 디자인, 회화, 산업 등으로 확대하려 합니다. 한 해에 두 권 정도 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건축 분야 두 권으로 시리즈 시작합니다.  


📍마포주공아파트

첫 책은 박철수 교수님의 『마포주공아파트』입니다. 『한국주택 유전자』 2권에서 다룬 ‘마포아파트’를 한 권의 단행본으로 확장 및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1961년 쿠데타세력이 밀어붙여 만들어진 마포아파트단지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아파트 체제의 시작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아파트의 원점을 추적합니다.


📍한국의 현대 건축가: 김중업

두 번째 책은 『한국의 현대 건축가: 김중업』입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김중업을 추적해온 건축가 류근수입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등 김중업을 둘러싼 통념을 벗겨내고, 식민지와 개발독재라는 한국의 역사 속에 김중업을 위치시키려 합니다. 일본에서 공부, 유럽 거장과의 만남, 독재 국가의 근대화, 낙후된 기술과 예술가의 감수성 등, 한국 현대사가 모순과 갈등을 일으키며 엉켜 있는, 김중업의 인생을 읽는 일은 한국 건축이 걸어온 모던의 길을 재검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
🦈 조스바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전시에 다녀왔어요. 기대를 잔뜩 하고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전시는 ‘이야기의 조건, 배회하는 자아, 자유낙하’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주제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매끄럽게 넘어가고, 또 한 주제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작품에 사용한 다양한 매체가 가장 눈에 띄었어요. 종이로 시작해 판화, 사진, 청동 소조, 유리, 책, 패브릭 등. 쓰는 재료에서부터 경계 없이 넘나드는 작가의 특징을 단번에 느꼈습니다. 당시 미술에서 경시되던 공예품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계와 경계를 계속해서 지워나가는 방식도 좋았고요.

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의 초상을 작품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후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는데요. 그 방식이 아주 다채롭고 독특합니다. 무제(머리카락)은 스미스의 자화상입니다. 미용실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모서리에서 작가의 옆얼굴을 볼 수 있어요. 머리카락으로 가득 채워진 자화상을 통해 작가의 신체에 대한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어요. 자화상과 함께 전시된 내부 장기와 근육 드로잉, 청동 작품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분관에서 무료로 진행하고 있으니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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