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이번편은 사진이 많을 예정이다. 각막사람이 될 것 같다. 너의 편지 속에 있는 음악들 링크를 하나
 
021_고막사람 특별부록! - 각막사람 도쿄사진편??
오막 to 한아임
2023년 5월
 

아임! 이번편은 사진이 많을 예정이다. 각막사람이 될 것 같다.

너의 편지 속에 있는 음악들 링크를 하나씩 클릭해서 들어보다가 Abase - <Laroye> 앨범을 듣고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좋아요'를 누르려고 했는데 이미 눌러져 있었다. 과거에 나도 우연히 듣고 좋다고 생각했었나 봐. 가끔 이런 경험을 할 때 좀 오묘하게 신기한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던 것을 잊을 순 있으나 다시 그것을 접했을 때 여전히 좋아함을 느낀다. 취향이란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변하지 않는 걸 수도 있겠다. 강도가 다이아몬드쯤 되려나?

편지를 읽고 나도 거진 첨으로 ‘명상’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30분도 하기가 쉽지 않더군…근데 2시간이나 한다고??? 정말 대단하다. 나는 원체 잠이 많아서 그런진 몰라도 명상을 하려고 눈을 감는 순간부터 졸음을 참는 게 쉽지 않다. 내가 ‘나의 방’이라는 너무 편안한 공간에서 해서 그런 걸까? 마룻바닥으로 가 햇살을 받으며 앉아있어야 잠을 쫓으며 더 긴 명상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명상을 행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처음 명상에 관심을 가졌을 때가 생각난다.
바야흐로 5년 전, 2018년. 대한민국에는 한창 힙합 열풍이 불고 있었고 <고등래퍼>라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2가 시작됐다. 난 힙합을 좋아하기도 해서 그 프로그램이 우연히 티비에서 나오고 있었을 때 채널을 돌리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근데 지금은 나름 유명해진 <김하온>이라는 고등학생 친구가 (고등래퍼는 고등학생들이 나와서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 순진하게 생긴 얼굴을 하고 쭈뼛쭈뼛 걸어 나와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힙합씬에서는 들어본 적 없던 가사로 랩을 했다. 랩 자체도 너무 훌륭했거니와 특히나 가사가 아주 특이했다.
무명의 친구가 그렇게 랩을 하니 오디션 참가자들도, 심사위원들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고등래퍼2 김하온편  
이 영상만도 조회수가 2000만에 가깝다. 처음 두 개의 무대가 충격적이었다. 가사에서도 언급하지만 실제로 김하온은 명상을 매일 한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저 시즌 내내 명상에 대한 좋은 점들을 전파하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었다.
저 때 나도 처음으로 명상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정말 명상이라는 것이, 눈을 감고 내 생각에 집중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그리고 그럼으로써 머리가 깨끗이 비워지고 정리되는 것이 삶에 그렇게 큰 영향이 있단 말인가?? 너무 신기하다.
난 저 때 이후로도 관심만 있었지 실천은 하지 않았다. 근데 더욱 가까운 측근인 너에게서 이런 명상의 경험담을 들으니 다시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꾸준히 할 수 있길 기도하며…김주환 교수님의 명상 영상을 참고해서 해보도록 하겠다.
나는 그사이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2박 3일은 정말 짧은 시간이더구나. 일본 가기 전에 답장을 미리 써놓으려 했으나 일본을 갔다 온 뒤의 내용을 첨가하면 좋을 것 같아서 잠시 홀드해두기로 했었다. 내 늦은 답장을 용서하시게.
아무래도 인스타에 있는 비율이 좋아 보이게 나온다는 나의 사진들은 다 나의 헛된 허영심이 본능적으로 반영된 사진 스킬인 듯하다. 왜냐하면 이번에 여행을 하며 나의 친형이 종종 나의 사진을 찍어 줬는데 정말 짧동한 아저씨가 따로 없더군..? 이것이…이것이 정녕 나의 진짜 모습이란 말인가..? 선명해진 팔자 주름과 초췌한 여행객의 얼굴 말이야. 이것이 나의 모습이었다. 어찌 있는 그대로의 사진은 내가 보는 거울의 내 모습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군.

이번 여행에서 나의 컨셉은 ‘기타’와 ‘카메라’였다.
도쿄의 수많은 기타 샵과 카메라 샵을 돌아다니기엔 2박 3일은 너무나 부족했다. 거기에 나의 친형이 원하는 곳들도 가야 했으니 더욱더 부족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에 28000보를 걸으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아임! 당신은 하루에 오래 걷기를 해 본 적이 있는가? 28000~30000보는 나에겐 정말 흔치 않은 걷기 숫자인데 저 정도를 걸으니 처음에는 발바닥이, 이후에는 종아리와 무릎이, 그리고 이후에는 등이, 더더더 이후에는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체력이 방전됨은,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걸터앉았을 때 비로소 온전히 느껴진다.
미친.
오랜만에 앉자마자 정말 말 그대로 30초 안에 잠에 들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무슨 기면증인 줄 알았다. 물론 한 시간 뒤에 기억도 없이 일어나 다시 씻고 잠에 들었지만. 오래 걷는다는 건 정말 뛰는 것만큼이나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일이다.

어쨌거나, 기타 샵을 둘러보며 정말 많은 기타들을 쳐 보았다. 저렴이부터 값비싼 기타들까지. 기타 샵에 들어가 한 번 쳐봐도 되냐고 물어보면 다들 친절히 쳐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비싼 기타들을 쳐 볼 순 있으나 눈치를 엄청 많이 준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살 거 아니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기타 샵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기타 소리를 직접 쳐서 들어보고 사고 싶은 사람은 어디서 쳐 봐야 한단 말인가!! 마치, “우리는 경력직 신입을 뽑습니다!” 라고 하는 회사들의 느낌이다.
기타샵을 찾은 설레는 오막의 발걸음과 뒷모습  
제대로 접해볼 수도 없는 귀한 기타들로 가득차 있는 일본의 한 기타 매장...  
???  
이것이 날 것 그대로 나온 오막이의 비싼 기타 쳐봐서 행복한 모습이다.

물론 우리 형 왈,
“좋은 기타 소리를 구분하기에는 너의 연주실력이 넘 병신이라…차이를 모르겠다.”

라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그치만 여러 희귀 기타를 만져본 것에 의의를 둔다. 허허허. 그리고 기회가 되면 기타를 하나 구매하고자 했다. 내가 구매하려던 기타는 비싸거나 엄청 좋은 기타라기보단, 내가 일본에 직접 와서 발품을 팔아야만 우연히 건질 수 있는, 저렴하지만 살짝 올드한 일본의 중고 기타(?)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기타를 발견해서 구매해 버렸다! 아주 저렴이 기타를! 
드든! 치자마자 느낌이 온 것 같은 오막의 표정  
제발 화물칸에서 기타가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는 오막의 뒷모습...
나만의 기타가 무사히 도착했다. 행복 오막
어떠냐 행복한 나 오막이의 모습이?
여행을 기념하기에도 적당한 그런 기타였다. 물론 기타를 비행기에 싣는데 추가 요금이 십만원이나 더 들어서 좀 충격받았지만 말이야. 기타 같은 것은 조심히 운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직원이 조심히 다뤄서 이동시켜 주는 서비스로만 실어주더군…?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기타의 스펙이 별로 좋지 않은, 나의 병신같은 실력에 딱 맞는! 여행을 기념할 만한! 기타를 찾아서 난 행복했다. 그리고 집에 가져와서 열심히 쳐보는 중이다. 물건에 애정이 생기니 기타도 더 치고 싶어지더군.

참고로 카메라는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한국에서 비싸고 좋은 것은 일본에서도 똑같이 비싸고 좋기에. 기타에 만족했다. 그치만 내가 가져간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내가 사진에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기고 나서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이다. 카메라에 관심이 증폭할 시기에 코로나가 터졌거든.

그래서 열심히 여기저기 셔터를 누르고 다녔다. 

사진이 좀 많지??

고막사람이지만 이번엔 각막으로 도쿄를 느껴보자꾸나.


‘여행객’이라는 신분은 사진을 찍기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 누가 봐도 여행객인 차림으로 카메라를 들이밀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 눈치를 조금 보긴 했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는 20,000배는 더 자유로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아주 신이 났다.

나는 스트릿포토 장르를 좋아해서 이렇게 랜덤한 사람들과 풍경을 찍는 게 아주 재밌긴 했지만, 찍다 보니 내가 집중해서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될 사람이 있어도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그래서 아임과 혜원이가 생각났다. 우리 정말 꼭! 같이 전에 말했던 사진집 여행을 언젠가 가자꾸나. ‘언젠가’는 너무 먼 느낌의 단어인 것 같으니까 ‘곧’! 가자꾸나. 열심히 돈을 모으고 시간을 맞춰보겠다.

그나저나, 일본에 가면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한 음반이 하나 있었다. 

Tatsuro Yamashita - Pacific (Full Album)

앨범인데, 여기의 수록 곡을 듣고 앨범에 빠졌었다. 

Tatsuro Yamashita - Passion Flower  
이 얼마나 신나는 도쿄의 밤이 생각나는지…
나는 시티팝이나 일본 음악을 즐겨 듣긴 하지만 그 아티스트나 앨범에 대한 정보는 딱히 찾아보진 않는다. 그래서 사실 일본 아티스트의 이름도 잘 기억 못 한다. 일본어로 적혀 있으면 당연히 못 읽거니와, 일본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영어로 적혀있으면 뭔가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머리에 잘 새겨지지가 않더라고.
어쨌거나 이런 상태로 앨범을 찾아 나섰는데 음반 매장마다 이렇게 한 아티스트의 포스터와 LP판이 도배를 해놓고 있더군? 그래서 뭐지? 아이돌 음악인가? 싶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내가 구매하려던 타츠로 야마시타 Tatsuro Yamashita의 몇십 주년 기념으로 바이닐이 재발매를 했던 거였다. 그리고 온 매장이 도배가 될 만큼 그는 일본 음악계의 거장이었던 것이다! 마치 (개인적인 느낌으론) 우리나라의 조용필 선생님 같은..? 나이가 꽤나 있으신 분이거든.
역시 명작과 명인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세상이 알아봐 준다. 실력이 좋으면 세상이 가만히 놔두질 않는 것이다. 매장에 도배되어 있던 앨범은 바로 이것이다.
Tatsuro Yamashita - For You(Full Album)
음반 매장의 벽은 그의 앨범으로 도배되었다!!!  

근데 이상하게 유튜브에도, 멜론에도, 스포티파이에도 오피셜한 이 앨범은 올라와 있지가 않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못 찾는 것인지…아니면 스페셜한 앨범으로 제작되어 그런 건지. 사실 이 앨범뿐만 아니라 타처로 야마시타 님의 앨범은 플랫폼에 잘 등록이 되어있지 않다. 유튜브에만 간간히 있을 뿐. 이분에 대해 좀 찾아보니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에 모두 오리콘 1위를 차지한 최초의 남성 아티스트라고 한다. Damn....


분을 얘기하다보니 조용필 선생님이 생각났다.

아임은 정말 최근에 조용필 선생님이 앨범을 알고 있나? 

조용필 - Feeling of You  

아니…. 찰리푸스냐고. 50년생이신데. 왜 찰리푸스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냐고!!! 70을 넘긴 연세에 이런 음악을 하신다는 게 진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그 어떤 음악보다도 트렌디하다. 뮤비마저 이런 식으로 뽑아낼 줄은 몰랐다. 물론 주변의 작, 편곡과 프로듀서들과의 합작품이겠지만 이런 음악을 하신다는 게 대단할 뿐이다. 당장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가리고 요즘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올라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음악이다.

당신이 저번 편지에 쓴 Kavinsky - <Nightcall> 을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영화<드라이브>에 나왔더군! 가사가 그런 내용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근데 묘하게 또 <드라이브>의 남녀 주인공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군. 그리고 <드라이브>의 네온사인 색감과도 잘 어울리고 말야.

얼마 전에 <가디언즈오브갤럭시3>를 보는데 음악 감독과는 별개로 'Music Supervisor' 이라는 크레딧이 있더군. 이게 음악 감독과 같은 건가? 싶다가도 음악 고문 역할이 따로 있어서 작곡 포지션과 별개로 정말 어울리는 음악을 찾기만 하는 역할이라면, 나름 흥미로운 직업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가오갤3>는 이런 극단적 상업영화 중 정말 오랜만에 내가 영화답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였다. 그리고 음악들은 항상 이 시리즈가 그래왔듯이, 너무나 큰 역할을 했다. 음악 고문의 실력이 엄청난 것일까?

Guardians of the Galaxy Vol. 3 Soundtrack (Playlist)

가오갤3 음악 고문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겠다. 어디 차를 타고 한 3시간은 드라이브를 하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다. 마블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가디언즈오브갤럭시>시리즈는 꼭 당신이 보면 좋겠군. 3을 추천하지만 3가 재미있으려면 1,2를 봐야 하니 시간이 남는다면 한 편씩 봐 보길 추천한다.
음악 고문이 만든 저 플레이리스트도, <가디언즈오브갤럭시3>를 통해서가 아닌 그저 한 유튜브 음악 플레이리스트였다면 저렇게 인기가 많을 수 있었을까? 저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물론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글이 아니라 창작을 하는 글, 소설이나 시나리오 말이야. 다시 영화를 찍고 싶게 만드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영화를 보며 이상하리만치 <가디언즈오브갤럭시3>를 보면서 ‘로켓’이라는 너구리 주인공에게 이입했는데, 이번 편은 주인공의 어릴적을 다루기 때문에 특히 더 나에게 와닿은 것은 아닐까 싶어. 바로 노스텔지어를 자극해버린거지. 혹은...주인공 로켓이 어쩌면 단순히 루니와 닮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다시 한번 글을 써볼까 한다.

아임! 당신의 여행 이야기가 기대된다. 여행을 다녀오면 많은 사진과 이야기를 해주길 바란다.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박지지 <사랑의 쿵쿵따> 뮤비 메이킹 필름에서 내가 담은 그 뻘하면서도 살짝의 유머가 가미되었으며 노스텔지어 적인 그런 느낌의 영상도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간다면 사진과 함께 담고 싶다.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물론 편집때 자막들도 다 내가 웃기게 달아주마. <사랑의 쿵쿵따> 메이킹처럼..!

언젠가 함께 여행하며 나의 필름에 담길 우리네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편지를 마친다. 그때까지 난 묵묵히 나으 길을 가고 있겠다. 타츠로 선생님과 조용필 선생님과 같이..!!!

무사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 언젠가 영화도 하고 사진도 하고 음악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오막이가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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