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진 건물 구린 건물 그냥 건물

얼마전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의 판교 월든힐스 2단지를 설계하기도 한 그는 ‘일상에 품격을 부여하는 건축가’라는 평을 받았죠. 프리츠커상은 미국의 사업가 제이 프리츠커(Jay A. Pritzker)와 그의 아내 신디 프리츠커(Cindy Pritzker)에의해 제정되었는데 프리츠커 가문이 소유한 하얏트재단이 매년 수상자를 선정 발표하고 있어요(상금은 약 1억원 정도라고).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스털링상’과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골드메달’과 함께 세계 3대 건축상으로 알려져 있죠. 이번 호 요정도사전은 근현대건축에 대해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1. 건축, 흥미롭지만 어려워~

2.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건축가 5인

3. 어디서 많이 본 건축물 5작품

4. 우리나라에도 월클 건축가의 작품들이?

5. 나쁜건축 못된건축 무서운건축

6. Worst를 위한 변명

건축, 흥미롭지만 어려워~

근대건축은 대체로 1800년대말부터 1900년대초까지의 건축, 현대건축은 1900년대 중반이후의 건축을 얘기하지만 근대의 연장선에서 현대건축이 태동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근현대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 요정도만 정리

이전 세대의 건축에 비해 세련된 라인과 혁신적인 디자인이 두드러집니다.
단순함, 기능성,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강조하구요.
개방형 공간, 채광이나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운 설계를 중요시 하죠.
강철, 유리, 콘크리트와 같은 혁신적인 재료들이 등장하기도 하구요.
미학적 요소 못지않게 기능성과 효율성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건축가 5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근대건축의 거장 중 탑티어로 현대의 간결하고 단순한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될 정도. 대표작인 빌라 사보아는 그의 철학을 모두 담은 집. 그를 ‘아파트의 창시자’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르 코르뷔지에에 이어 넘버 투로 불리는 근대건축의 거장 중 한 명.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건축을 개척했어요. 이 개념을 온전하게 담은 건축물이 바로 유명한 낙수장.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앞선 두 명에 이어 꼽히는 모더니즘의 거장. 철골과 유리 건축이 이 분이 주로 선보인 형식인데 그 디테일은 신의 경지라는 평가를 받아요. 대표작은 건물로 한 편의 시를 썼다고 추앙받는 판스워스 하우스.

알바 알토(Alvar Aalto)

인본주의 건축의 선구자로 핀란드 지폐와 우표에 등장하시는 분. 그가 만든 가구와 조명도 유명해요. 건축에 자연적 요소와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특히 목재의 탁월한 사용이 주특기. 대표작은 핀란드산 나무를 쓴 마이레아 빌라

렘 콜하스(Rem Koolhaas)

기존 관습을 거부하여 '건축계의 청개구리'로 불리는 건축가. 저널리스트 출신에 베스트셀러 작가, 스타급 강연자로도 유명해요. 자신의 스타일을 이거다, 정하지 않고 공간과 환경에 맞추는 설계가 특징. 대표작은 중국 CCTV 본사.

어디서 많이 본 건축물 5작품

🏗️ 퐁피두센터(프랑스)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지은 하이테크 건축물로 정식 명칭은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 문화센터. 전기관, 수도관, 공조시스템 등을 모두 외부로 노출한 파격적 설계로 당시에는 논란이 컸지만 지금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힙니다.

더 글래스 하우스(미국)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판스워스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본인의 주말별장. 사면이 모두 유리인 독특한 구조로 자연과 소통하는 융합의 건축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구겐하임 미술관(스페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지은 해체주의 건축물로 슬럼화되던 도시를 관광명소로 바꾼 좋은 예. 기둥이 없는 철골 구조에, 유려한 곡선의 티타늄 소재 건물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띠어요.

빛의 교회(일본)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지은 미니멀리즘 건축물로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내부에 십자가 모양으로 뚫린 개구부가 있어 예배당을 경건한 십자가가 빛으로 밝혀요.

파리 아랍문화원(프랑스)
전통을 담은 혁신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 누벨(Jean Nouvel)의 작품. 아랍전통 창문양, 무샤라비에를 재해석한 외관과 태양 빛에 의해 카메라 조리개처럼 자동 개폐되는 창은 일조량을 조절하는 동시에 실내분위기 또한 다르게 연출해요.

우리나라에도 월클 건축가의 작품들이?

요새 뜨거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을 구경해봐요.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전원형 박물관. 즐겨 사용하는 노출 콘크리트와 파주석으로 마감한 본관과 물의 정원, 꽃의 정원 등이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자연과 동화되고 있어요.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

아모레퍼시픽 사옥(용산): 데이비드 치퍼필드 설계. “아름다움”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건물로 우리의 달항아리를 절제미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직접 가서 보기를 강추!

파크원(여의도)

복합 쇼핑몰 ‘더 현대 서울’과 함께 서 있는 파크원은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 리처드 로저스의 말년 작품. 철골 구조물인 기둥(붉은색)을 밖으로 노출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고층건물에 독특한 매운 맛을 더했죠.

ST송은빌딩(도산대로)

헤르조그와 드 뫼롱 설계. 대로변에 자리잡은 날카로운 삼각형 모양의 콘크리트 건물로 앞면은 폐쇄적이지만 뒷면은 층마다 테라스가 있는 열린형태예요. 반전 매력이 넘치죠?

리움 미술관(한남동)

마리오 보타가 뮤지엄1, 장 누벨이 뮤지엄2, 렘 콜하스가 아동교육문화센터를 설계했어요. 세계에서도 드물게 거장 세 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

* 저작권 문제로 사진이 없는 경우 링크로 확인부탁드립니다.

📣 찐친 추천 캠페인

좋은 건 같이 해야죠! 좋은 영화를 볼 때 좋은 식당을 발견할 때 친구에게 너무너무 알려주고 싶은 경험 있으시죠? 재밌게 읽었다면 요정도사전도 찐친에게 추천해주세요.

* 추천받은 친구가 구독경로에 추천인의 이름(닉네임)을 써주시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립니다.

나쁜 건축 못된 건축 무서운 건축

‘무릎을 꿇어라’ 히틀러 총통관저

히틀러는 ‘독일 제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총통관저를 건축했어요. 총통관저(위 사진)는 긴 길이에 건물 폭은 좁은 형태예요. 방문객은 정문 대신 오른쪽 끝에 있는 입구로 들어와 안마당과 로비, 홀, 로툰다, 그리고 갤러리로 이어지는 통과의식을 거쳐야 비로소 히틀러를 만날 수 있어요.

창문은 없고 바닥은 번쩍거리고 옆에는 거대한 청동작품과 독일 병정들이 서있어요. 방문객은 긴 시간 동안 길이 230미터에 높이 9미터가 넘는 위압적이고 차가운 공간을 끊임없이 걸어야 해요. 장소에 지배당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길 원하는 건축이죠.

‘도망갈 수 없어’ 서대문 형무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가뒀고, 광복 후에는 간첩이나 사상범, 운동권 학생과 재야인사 등이 수감된 곳이에요. 서대문 형무소는 중앙에 원형의 감시탑이 위치하고 감시탑 밖의 원 둘레를 따라 죄수들 방이 배치돼 있어요. ‘최소 인력 최대 감시’라 부르는 패놉티콘(원형감옥) 구조.

중심에 위치한 감시자들은 외곽에 위치한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으나, 감시자들이 있는 중심은 어둡게 되어 있어, 죄수들은 감시자들의 존재 여부를 알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어요. 죄수의 입장에서 감시자들이 항상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압력을 가하는 효과가 있어요.

‘자백하게 될 거야’ 남영동 대공분실

악마적 디테일이 소름 끼치게 많은 공간. 끌려온 사람은 눈이 가려진 채 자기가 가는 곳이 몇 층인지 알 수 없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고문실로 들어가게 돼요. 각 출입문은 복도를 사이로 엇갈리게 배치돼 문이 열려도 건너편 방을 들여다볼 수 없어요.

고문실 벽은 목재 타공판으로 되어 있어요. 고문과 신음 소리가 외부로 나가지 않지만 반대편 벽면으로는 낮고 음산한 소음으로 전달돼요. 창문은 세로로 길고 좁아 밖에선 보이지 않고 안에선 탈출할 수 없어요. 채광량도 적어 조사받는 사람의 공포감이 극대화돼요.

Worst를 위한 변명

세상에 멋지고 아름다운 건축물만 있느냐 그렇진 않죠. 위에서 본 것처럼 인간본성의 끝을 보여주는 악마적 건물도 있고, 만인이 한 마디씩하는 논란의 건축(?)도 있는데요. 한때 서울의 Worst로 손꼽혔던 5가지 건축물을 위한 저만의 변명을 준비해봤어요. (딴지는 거부합니다.ㅎㅎ 부디 즐겨주세요. 🙏)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위에서 본 외형의 기괴함과 내부 공간의 비실용성에 대한 비판이 많았었죠. 하지만 그 수많은 광고와 드라마들, DDP가 아니면 나오지 못했을 멋진 그림들을 생각하며 박수를 보내봅니다.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 일찍 세상을 떠나고나니 그녀가 설계한 건물 하나쯤 서울에 있다는 사실도 위로가 되구요.

세빛섬
아래에 지지구조가 없이 와이어로 이어진 세 건물이 물위에 둥둥 떠있는 건물인데요. 건축과정에서의 특혜의혹, 사기사건 등은 차치하더라도 주변 환경과 너무 조화가 안된다는 혹평들이 있었죠. 하지만 홈페이지에 보면 ‘세/계/최/초/로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부체 위에 건물을 짓는 플로팅 형태의 건축물’이라고.

서울특별시 신청사

항아리냐는 댓글이 유독 눈에 띄는 문제적 건물, 햇살 작렬하는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는 곳입니다. 공공기관은 에어컨 온도가 정해져있어 더욱 찜통. 도서관으로 쓰고 있는 구청사와 너무 이질감이 느껴진다고들 하는데, 서울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궁과 빌딩이 함께 있는 신구의 조화라면 서울시청사도 그런 차원에서 봐주심이...

종로타워

종로를 걷다보면 한 번쯤 올려다보게 되는 건물, 우루과이 출신의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한 건물이에요. 한국 최초의 근대백화점 자리에 세워졌지만 외국계 건축가가 설계를 맡으면서 역사성을 잃어버린 정체성 없는 건물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았죠. 하지만 금싸라기땅 윗부분을 비울 수 있었던 그 과감함만은 세계적 이슈가 될만.

예술의전당

뻥 뚫린 반포대로의 한끝을 콱~막는 건물이라는 혹평이 쏟아지는 건물, 거기에 꼭 '갓'이 놓여져야만 했냐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입니다. 택시를 탄 할아버지 한 분이 ‘전설의 고향’ 가자고 했더니 ‘예술의 전당’에 제대로 내려줬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