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91〈지저귀는 밤〉 전진희―뮤지션

홀로 맞이하는 시간

긴 연휴를 마친 뒤 천장에 닿을 듯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봅니다. 님은 이번 휴가를 어떤 순간들로 채웠을지 궁금해지네요. 휴식이란 참으로 개인적인 장면이지요. 수십 명의 사람에게 그 시간을 채우는 법을 묻는다면 과장을 조금 보태어 수백 가지의 답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모양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눈을 꼭 감은 채, 홀로 맞이하는 잠과 휴식 덕분에 우리는 심신의 요철을 밋밋하게 다듬고, 뜬 눈으로 보내는 일상을 지탱해 냅니다. 모쪼록 그 시간이 님에게 까탈스럽게 굴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 멀리 도망가 애태우기보다, 너그럽고 포근한 자태로 님을 꼭 껴안아 주길요. 각자의 잠과 휴식에서 고유한 의미를 건져낸 《AROUND》 91호, 그 이야기 한 조각을 빼내어 뉴스레터에서 먼저 들려드립니다. 뮤지션 전진희가 보내는 잠의 시간은 어떤 모양일까요?

10.05.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AROUND Vol.91 잠의 시간(The Rest)

〈지저귀는 밤〉 전진희―뮤지션


10.19.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11.02.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지저귀는 밤

전진희―뮤지션

깜깜한 방에서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더듬더듬 [Breathing] 앨범을 찾아 재생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진희의 음악은 어쩐지 밤을 닮았다. 단지 잠잠하고 고요해서만은 아닐 테다. 진짜 이유가 무얼까, 생각하는데 우연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러니까, 전진희가 밤과 잠을 닮았다는 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란 거지?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우리는 누구나 밤에 잠을 자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적막하니까요. 해가 뜨면 모든 게 소생해요. 움직임이 보이고, 소리가 들려오고. 그런데 밤이 되면 모든 게 잠잠해지잖아요. 우리의 리듬도 거기 맞춰지는 게 아닐까요?

 

문득 진희 씨 침실이 궁금해지는데요(웃음).

아무것도 없어요. 작은 방에 침대 딱 하나만 있죠. 침대에선 잠만 자요. 물론 휴대폰도 좀 하고요(웃음). 작업하는 방과는 완전히 분리해 둬요.

 

잠은 쉼의 일종일 텐데, 꿈이 진희 씨의 쉼을 방해하잖아요. 진희 씨의 휴식이 궁금해지네요.

음… 걷는 거요. 요즘은 시간이 생기면 계속 걸어요. 많이 걸으려고 해요. 나무랑 하늘 같은 풍경이 보이면 좀더 쉬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산책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등산이나 하이킹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런 에너지는 없거든요(웃음). 제 동선 가까이 있는 자연, 그걸 보는 게 저한텐 쉼이에요.

 

쉰다는 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나아갈 힘을 만드는 거요.

 

가끔 그럴 때 있지 않아요?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을 때.

꿈을 계속 꿀 때. 그럴 땐 정말 방법이 없어요.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되게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상황.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뭐라도 하고 싶은데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약에 의존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따듯한 물을 마시면서, 핫팩을 항상 곁에 두고 온기를 빌려 ‘지나가겠지.’ 하고 생각해요.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존하게 돼요. 못 쉬고 있다고 느낄 땐 따듯한 것에 기대서 릴렉스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덥혀줘요

 

몸이 쉬면 정신도 쉰다고 생각해요?

아뇨, 둘은 다르죠. 근래에 모처럼 쉰다고 느낀 게 도쿄 여행이었는데, 현실에서 멀어지니까 비로소 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열심히 걷고, 맛집 찾으러 바삐 움직였는데도 마음과 정신은 쉬는 느낌인 거예요. 그때 ‘나 진짜 쉬고 있구나.’ 싶었어요. 최근 들어 처음으로 한 생각이었죠. 쉰다는 건 조용한 데서 잠을 자거나 편안히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행위가 충전을 하게 하는 행위인 건 맞지만 제 본업에서 멀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짜 휴식이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어요.

속삭이던 밤중에

습관처럼 찾아오는 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어두컴컴한 세상 속 만물이 움직임을 죽이는 때, 고요함 속에서 누군가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누군가는 외로움이라는 추위에 떨곤 하지요. 뮤지션 전진희에게 밤은 자유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유를 느껴야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기에 연주할 때도 일부러 눈을 감고 불을 끈다고 했어요. 더 나아가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밤을 만들 수 있다.’라고도 했죠. 바랄 때마다 찾아오는 어둠에는 나지막이 내뱉는 말, 건반 위를 걸으며 만든 음, 그리고 오롯한 자신만이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속삭이던 밤을 지나 탄생한 전진희의 노래 두 곡과 그가 어둠에 곁들이던 앨범 하나를 소개합니다. 91호에 담긴 그의 문장들도 근처에 살포시 놓아둘게요. 


이명주

다른 숨을 쉬며,

‘Breathing in June’ & ‘Breathing in October’

전진희의 [BREATHING]은 열두 달의 이름을 단 곡들이 모인 피아노 연주 앨범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두 곡은 피아노 사운드 차이가 두드러지는데요. 그랜드 피아노의 기본 세팅에서 연주된 ‘Breathing in October’와 달리 ‘Breathing in June’은 업라이트 피아노에 뮤트 페달을 걸어두어 거친 느낌을 한껏 끌어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전자의 연주에선 청명한 계절 속 분명하게 뻗어나가는 발자국이 떠오른다면, 후자의 연주에서는 먹먹하고도 쉬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이 느껴져요.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무언가를 또렷이 응시하기보다, 눈을 감은 채로 분명히 느꼈던 감정을 끌어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기에 더 선명하게 감각되기도 해요.

사랑을 내뱉는,

‘사소한 이야기’

피아노를 치는 모습만큼이나 노랫말을 내뱉는 전진희의 모습이 익숙합니다. 속삭이듯 노래하면서도 쉬이 지나가는 구절이 없고, 담담한 말투에서는 작은 사랑이라도 발견하여 꼭 쥐고 싶은 마음이 와닿는 듯 해요. 한 평론가는 올해 발매된 3집 [아무도 모르게] 앨범을 두고 이런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간 그녀가 이야기해 온 사랑의 파고와 이별의 잔상,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살아간다는 생을 향한 조용하지만 간절한 열망이 담겨있다.” 사소한 이야기 속 사랑이 무얼 가리키는지 그녀의 마음뿐 아니라 나의 마음마저 곱씹어 보고픈 노래입니다.

홀로 마주할 때,

[UTAU]

잠과 쉼을 헤아리던 전진희가 꼽아준 앨범 [UTAU]는 그녀가 여행 갈 때, 밤에 혼자 무언가를 끼적일 때, 적막한 순간을 채우고 싶을 때 흘려두는 노래예요. 음을 모아 연주한 류이치 사카모토와 말을 적어 노래한 오누키 타에코는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일상의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삿포로의 한 스튜디오에 모여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은 채로 앨범을 완성했다고 하죠. 하나의 노래 안에서 음과 말이 같은 감정으로 흐르면서 듣는 이에게 몰입의 순간을 선물하는데, 피아노와 목소리 단 두 가지의 호흡은 여느 노래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부합니다. 조곤조곤한 건반의 이야기에 리듬을 얹는 듯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보세요.

Vol.91 잠의 시간(The Rest) Preview

어떤 이의 잠과 꿈, 사물과 브랜드가 건네는 쉼 이야기로 꾸린 《AROUND》 91호 ‘잠의 시간(The Rest)’이 바로 내일 발행됩니다. 다양한 얼굴을 띤 시간을 고요히 바라보며 그 안온한 자리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10월 6일부터 ‘91호’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가까운 서점이나 홈페이지의 ‘SHOP’을 확인해 보세요.

AROUND Playilst 09 ― 잠이 오지 않는 밤

곧 여러분께 가닿을 91호와 함께 아홉 번째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합니다. 이번에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주제로, 어둑한 시간을 뜬눈으로 지새우더라도 외롭지 않을 노래들을 모았어요. 여러분이 꿈꾸거나 만끽하는 잠의 시간과도 닮은 곡이 있을까요? 저마다의 밤을 담은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스포티파이를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듯 반복되는 하루여도 날씨와 밤낮의 길이, 우리의 마음과 대화, 일련의 장면들이 변주되어 다른 얼굴을 내밀지요. 밤이 부쩍 길어진 일상을 아쉽지 않게 보낸 후 한 통의 편지를 열어보시길 바라며 레터를 마칩니다. 10월 중턱에는 지나간 어라운드의 이야기 중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아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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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NE SEOUL 2023


디자인과 아트의 교차점에서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DEFINE SEOUL’. 그 첫발자국인 프리미엄 디자인&아트페어가  예술적 생동감이 가득한 도시, 서울에서 내딛습니다. ‘사물의 내면(A Look Within Matter)’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어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DEFINE SEOUL 2023 기대평과 함께 어라운드가 던진 질문의 답을 적어주세요. 추첨을 통해 티켓을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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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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