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_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공원과 아이스크림

어떤 집에 살고 싶어?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집에 대한 로망을 물어봤습니다. 벽의 한 켠을 CD로 가득 채운 집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특정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집에 나무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과 다 함께 살 수 있는 곳이면 된다고 답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집과 관련된 다양한 답을 들으면서,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친구가 있는 그 집의 풍경이 그려지는 기분이랄까요. 언젠가 그런 집을 꼭 마련해서, 집들이에 초대해줬으면 좋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져봤습니다. 나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자세하게 상상하면 끝도 없겠지만, 주변에 공원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면서 나뭇잎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중간에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고. 또 벤치에 앉아서 공을 따라 신나게 뛰어가는 강아지를 바라보고. 비눗방울 하나로 꺄르르 웃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한적한 공원에서 펼쳐지는, 잔잔한 풍경들을 좋아하거든요.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고 오래도록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곳. 집 근처에 그런 장소가 하나쯤 있으면, 조금 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 지금 집 근처에는 딱 그런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볕이 좋아서 산책을 나갔다가, 귀여운 오리 식구들을 만났어요. 그 공원을 수없이 많이 갔는데도, 그렇게 오리들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하더라고요. 계단을 내려가서 가까이에서 오리를 바라보고, 자전거 타고 씽씽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천천히 걷다가, 날씨가 더운 것 같아서 얼마 안 가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스크림 하나 까먹고, 그렇게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네요. 앞으로도 이런 오후가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원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시간만 있다면, 이런 오후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어느 하나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원과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핫초코 한 잔💘

월간 윤종신 - [NOMAD PROJECT] 이방인

이방인 윤종신이 머물렀던 도시의 정경을 온전히 1분에 담아 전합니다.

여름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풍경을 만났습니다. 가만한 풍경에는 가만한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덧붙일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월간 윤종신> 4월호 '고립'의 소개글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이 풍경을 바라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방인이라서 느낄 수밖에 없는 차별이 분명히 있어요. 가사 속에서 '사슴'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자격지심을 갖게 되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걸 그렇게 규정해버리면 마음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애써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일부러 더 조심하면서 거리도 두고 말도 아끼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뜻밖에도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치면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이구나. 상황을 어떻게든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사람이구나. 저는 요즘 이 뜻밖의 고립 덕분에 자꾸 저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저를 지금의 여기로 데려온 '이방인 프로젝트'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4월호 이야기] "그 어떤 경험도 유의미하다."

이 주의 마카롱 한 조각💐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 - 두낫띵클럽 인터뷰

Q.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

김규림: 미련이 남을 건 하고 보자는 좌우명이 있다. 스스로의 결정 기준은 '이 일을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내 기분이 어떨까'다. 질투 나서 미칠 것 같으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를 때에는 '옆 친구가 이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봐라. 그래서 <아무튼 문구>도 쓰게 되었다. 처음 쓰는 줄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문구에 대한 책을 다른 사람이 쓴다고 생각하니 그날 잠이 안 오더라. 다음 날 바로 승낙했다.

- 북저널리즘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열심히 살기' 中

평소에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아무것도 하기 싫다'인데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앨범 커버에 반해서 얄개들의 음악에 빠져 지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도, 막상 '두낫띵'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오늘 하루를 망친 것 같은 찝찝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편안하게 '두낫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저에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아 보자'라는 목표로 만든 <두낫띵클럽>이라는 기획이 정말 재밌게 느껴졌어요. '성실하게,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같은 말 대신, '진짜 진짜 아무것도 안 하기!' 같은 말을 너무나 듣고 싶었나 봐요.

그런 마음에서 너무나 좋아하고 응원하는 <두낫띵클럽>의 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가져왔어요. 좋아하는 일은 너무나 잘하고 싶기 마련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너무나 잘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일수록 '이걸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시작을 망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이 일을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내 기분이 어떨까'라는 질문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99퍼센트의 확률로 '질투나서 미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그러면 좀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고민만 하다가 실천하지 못했거나, 고민에 너무 긴 시간을 쏟은 일들이 스쳤습니다.

'너무나 잘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만큼 하지 못해서 속상하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더 슬프다'라고 털어놓았을 때, '잘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야!'라는 답을 받았던 게 생각나요. 잘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라니까! 그 일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를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질투나서 미칠 것 같은 일이면 그냥 해보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고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어떤 일들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일을 너무나 잘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또 그런 고민을 갖고 있고, 또 시작하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이 주의 햇빛 한 스푼🍎

Phum Viphurit - Run

초여름의 시작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여름의 선명한 빛깔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적당히 기분이 들뜬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적당히 덥고, 적당히 선명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봤습니다.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Phum Viphurit의 노래인데요. 본인의 음악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부드러움, 노랑 그리고 청춘'이라고 답한 인터뷰가 인상깊더라고요. 그 세 단어 이상으로, 그의 음악을 더 잘 표현할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더워서 잠이 안 오는 여름밤에, 이 노래를 가만 틀어놓고 있으면 더위로 인한 짜증이 가실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여름에 만나는 열대야는 끔찍하지만, 5월 초에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열대야는 어딘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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