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되고, 학폭 문제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는데 결국 현실은 그때뿐인 걸까요? 전국 유일의 학폭 피해자 기숙형 지원기관인 '해맑음센터'가 끝내 문을 닫았다는 소식입니다.

해맑음센터는 2013년 대전 유성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센터장을 맡았던 조정실씨는 실제 학폭 피해 당사자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는 처절한 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과 연대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만들었고, 해맑음센터와 같은 '피해자 전담지원 시설' 설립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부서진 피해 학생들을 위한 치유센터, 해맑음센터는 이런 요구가 반영돼 문을 열어 10년간 운영된 겁니다.

지난 10년간 해맑음센터엔 300명 넘는 ‘문동은’들이 다녀갔습니다. 그런 이 건물이 안전진단에서 위험등급을 받으면서 운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센터는 수년 전부터 시설이 낡아 이전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소극적이었습니다. 교육부가 이전 후보지로 제안한 곳들도 폐교 건물이었기에 센터는 "다시 물색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결과는 "건물을 비우라"는 퇴거 통보였습니다.

손 놓은 교육당국에 현실 속 '문동은'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학폭 피해자 수지는 "수료가 아니라 퇴교하는 기분이다"라면서 "정부가 우리를 버린 것 같다. 다시 가해자들 속에 우리를 던져놓고 ‘알아서 살아봐라’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책 없는 폐쇄 결정으로 학폭 피해자들이 또 한 번 상처를 입고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마지막 수료식이 열린 현장을 취재한 강은 기자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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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잡한 암사자, 폭력적 미어캣···인간의 고정관념 부수는 ‘암컷들’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이야기에 주목해봐요! 성차별적 신화에 기대 이분법적으로 암컷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깨부숴보자고요. '동물의 왕국'에서 암컷은 저돌적인 수컷과 달리, 주로 수동적이고 조신한 특성을 가진 어머니상에 비유됐습니다. 성욕이나 선택권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상류층 백인남성이 주도한 진화생물학의 편견은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반박되고 있습니다. 최근 생물학계에선 암새의 90%가 일상적으로 수컷 다수와 교미한다는 것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강간을 정당화하는 데에도 이용된 진화론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꾸준히 반박되기도 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 세라 허디는 자기희생적인 어머니상으로 그려진 여성과 암컷의 특성을 새롭게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세계에서 어머니는, 육아에 희생하는 존재가 아닌 '일하는 어머니' 라는 겁니다. 암컷 영장류들이 '능동적인 전략가'로서 경쟁적이라는 점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제자로 동물학 석사학위를 받은 루시 쿡은 생물학적 성이 고정적이고 이분법적이라는 '게으른' 기존 인식에 도전합니다. 루시 쿡은 "막연하게 과학이란 당연히 과학적일 것이라 생각해온 과거를 고백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저서 <암컷들>은 실제 자연세계에서 암컷의 역할은 스펙트럼이 넓고, 다채로운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암사자는 난교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발정기 중에 수컷 다수와 하루 최대 100번까지 짝짓기를 한 암사자도 있습니다. 암거미는 저녁 식사와 데이트를 한 번에 해결한다고 합니다. 우두머리 암컷 한 마리가 씨족사회 번식의 80%를 독점하는 미어캣은, 암컷들이 무자비한 번식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가부장제에서 규정한 '여성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생물학적 관점에서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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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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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멕시코에서 성폭행범을 살해한 여성이 1심에서 징역 6년 2개월의 중형을 선고 받은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기소가 철회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록사나 루이스의 1심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은 “내 생명을 지키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외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검찰은 1심 선고 일주일여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해 '정당방위'로 인정했습니다.

✔멕시코 검찰, 뒤늦게 성폭행범 살해 여성 "정당방위 인정"

📌 “기저귀 찬 게이” 등 성소수자 혐오성 의견을 내비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의 문제적 발언이 그 외에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훈련소에선 자살, 자해가 없다"고 주장했으며,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묻고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한 취지로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불법행위 조장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위원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서도 ‘정부 옹호’로 일관했습니다.

✔"기저귀 찬 게이" 이충상 인권위원의 '반인권적'인 문제 발언들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여성 우주인이 탄생했습니다. 주인공은 레이야나 바르나위로, 바르나위를 태운 미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22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주요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다만, 원주민 박해 논란 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어두운 단면도 존재합니다.

✔사우디 첫 여성 우주인 탄생, 이면에 공포 정치는 계속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볼 영화는

👀 디즈니 뮤지컬 실사(라이브 액션) 영화 <인어공주>를 추천합니다. 하얀 기포를 뽕뽕 내뿜으며 고요한 바닷속을 누비는 '애리얼'을 꿈꾼 적,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실사판이 나온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지난 24일 개봉했고, 개봉 전부터 주인공 애리얼 역에 흑인 핼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내용 구성도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애리얼의 진취적인 모습이 담겼습니다. 왕자의 사랑을 갈구하는 원작과 달리 인간 세상을 경험하는 데에 더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음악과 볼거리도 화려해졌다고 하네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인종차별에 맞서는 등 다양성을 지향하는 사회흐름을 반영한 캐스팅과 내용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앞서 영화 <알라딘>에선 알라딘과 재스민 역에 이집트 출신, 인도계 혼혈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했습니다. 공주 재스민이 왕국의 관습을 깨고 술탄의 자리에 오르는 서사도 넣었습니다.

이번 영화 <인어공주>는 개봉 전부터 캐스팅을 두고 호불호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원작 파괴 논란'이 나온 건데요. 변해가는 현실을 묵묵히 반영하려는 디즈니의 움직임 속에서 이런 논쟁은 소모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총괄제작자인 제프리 실버는 "이 영화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것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필요한 논쟁은 접어두고 '저 너머의 세상'을 향해 떠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