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 비하인드: 이방인 여성 커뮤니티를 만들기까지

투룸 비하인드

굳이 함께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하면
훨씬 즐거운 일

글 차유진


혼자 해도 되는데 굳이 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치를 떨던 시절이 있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의 피구와 발야구 경기, 대학생  때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팀과제까지, 정말 순도 100% 억지로 버텨냈던 일들이 떠오른다. 독일에 와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 어학원에서는 꼭 짝을 짓거나 그룹을 만들어서 대화를 시켰고, 대학에 갔더니 모든 과목에 팀과제와 함께 팀 전원 발표라는 절망적인 부록이 붙어있었다. 혼자 하면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많은데, 왜 굳이 다른 이들과 귀한 시간을 공유해야 하는지, 당시에는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한 유학생 시절을 거쳐 독일에 본격적으로 정착하면서 2021년부터 투룸매거진을 창간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뼛속까지 나홀로족이었던 나는 현재 객원 필진까지 포함해 총 22명으로 구성된 제작팀에 속해 일하고 있다. 사람의 앞날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투룸매거진 제작팀과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종종 나오는 말이 있다.


“참 신기해요.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동료들이 대부분이고, 솔직히 사생활도 잘 모르는데, 매달 미팅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뭐랄까, 이미 알고 지냈던 사람들 같아요. 그래서 재밌고요”


투룸매거진의 첫 번째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는 투룸제작팀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나는 혼자 일하는 일의 편함을 뛰어넘는, 함께하는 일의 즐거움을 매 순간 느끼고 있다. 내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는 ‘투룸스러운 콘텐츠란 무엇일까?’, ‘투룸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뜨거워진다. 


서로 흩어져 사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일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투룸만의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만약 우리가 그저 뿔뿔이 흩어진 개인이자 타인이었다면, 이토록 확실한 성장을 보고 겪을 수 있었을까? 

투룸메이트의 모든 모임에 적용되는 하우스 룰즈는
투룸메이트가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이방인 + 일하는 여성 + 삶의 경계를 넘는 사람들 = '투룸메이트'


3년 동안 투룸매거진을 제작하며 만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투룸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는 어떤 곳이어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은, 두 개의 방을 가진 이들에게 안락하고 따뜻한 거실 같은 공동의 공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이방인 여성들이 서로의 룸메이트가 되어 느슨한 연대를 쌓고, 또 한편으로는 일 경험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투룸매거진의 두 번째 브랜드 <투룸메이트>가 탄생했다.


지난 12월, 투룸메이트의 공식 론칭을 앞두고 해외 여성 직장인들과 연말 회고 모임을 진행했다. 그저 해외에 살고, 일하면서, 삶의 여러 경계를 넘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만났을 뿐인데, 서로 쭈뼛거리던 초반의 몇 분이 지나가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직을 꿈꾸지만 불안감에 선뜻 마음을 먹지 못한 어떤 이는 다른 룸메이트들에게 어떨 때 이직을 결심하는지 묻는다. 질문을 받은 이들은 자신의 실제 이직 경험을 공유하며 따뜻한 조언과 응원을 건넨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접 내린 결정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는 새내기 직장인에게, 수년의 경력을 가진 어떤 이는, 그 이야기에서 오히려 당신의 강점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비자청 직원의 실수로 제때 노동비자를 받지 못해 3개월을 그냥 날렸다는 이의 말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분노하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투룸메이트가 이들을 위해 그저 너른 벌판에 돗자리 한 장을 깔았을 뿐인데, 그 위에서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이 만남을 아주 야무지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다. 정말 귀엽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투룸메이트 운영진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참여자 님의 리뷰


우리 언제 한번 만난 적 있나요?


연말 회고모임이 끝나고, 투룸메이트가 제공한 서비스가 어땠는지 묻는 설문지를 참가자들에게 공유했다. 투룸 운영자들이 가장 두근거리며 보는 부분은 “이번 회고모임에 대한 전반적인 후기를 들려주세요.”에 대한 답변들이다.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참가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비슷한 후기들이 많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이미 아는 사람들인 것 같았어요. 이런 깊이 있는 대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해요!


‘해외에 거주하는 직장인 여성’ - 해외에 오래 살면서도 이러한 조건을 모두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어요. 투룸메이트 모임에서는 비슷한 환경을 선택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하니, 첫 만남이었음에도 금방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새로운 만남과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이 함께 일어날 때, 우리들 사이에 생성되는 알 수 없는 에너지란 얼마나 신기한 것인지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이미 아는 사람들인 것 같았어요.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요? 누군가 판을 만들어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깊이의 대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난생처음 만난 사람과 (그것도 비대면으로) 2시간 남짓의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이들은 서로를 왠지 모르게 이미 알고 지낸 것 같은 사람으로 느꼈다. 낯선 사람들과 자신의 행복과 소망, 불안을 나누는 일이 생각보다 따뜻했다고, 그래서 이 시간이 무척 신기했다고 털어놓는다. 혼자 조용히 한 시기를 기록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데도, 그들은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모임에 참여해 예상치 못한 커다란 즐거움과 만났다. 


이방인 직장인들과의 회고모임은 나로 하여금 투룸에디터들과의 첫 기획미팅을 떠올리게 했다. 그저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즐거웠던 첫 만남. 이 만남이 확장되어 투룸메이트가 되었으니, 앞으로 열심히 성장하여 전 세계에 있는 이방인 여성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다음세대의 이방인 여성들에게도 든든한 발판이자 기댈 곳이 될 커뮤니티가 되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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