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 비하인드: 투룸 베를린 제작팀, 드디어 만나다!

투룸 비하인드

우리는 어쩌다
이곳에 모였을까

글 / 사진 차유진


전날 투룸 베를린 멤버들이 다녀간 거실에는 김현지 디자이너가 사 온 귤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처음 오프라인으로 만난 우리 다섯 명은 귤을 가운데 두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냈는지 모른다. 


“독일 슈퍼에서 파는 귤과 다르게 껍질이 두툼하고 엄청 잘 까져요.”

“우와, 한국 귤 같아요.”

“동네 터키 슈퍼마켓에서 샀어요. 한국 귤이랑 비슷한 귤들이 들어오더라고요.”

“겨울에 이불아래 앉아 테레비 보면서 귤 까먹는 게 최곤데.”

“완전!! 가족들이랑 한 상자는 거뜬하게 먹었던 것 같아요.”

“손끝이 막 노래지기도 하고. 하하!!”


봉지 안에서 가만히 몸을 빛내며 앉아있는 귤 하나를 꺼내 괜히 이리저리 만지작거린다. 지난 반년 간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이 내 일상을 허리케인처럼 휩쓸고 지나간 뒤 겨우 잠시 고요해진 주말이었다. 이왕 2월호의 모든 원고 편집을 끝내고 수림 디자이너에게 바통을 넘겼으니, 그냥 집에 누워서 평소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 트루 크라임 다큐나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어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택했다. 결국 나도 사람이 고팠나 보다. 크리스마스 때 가족을 만난 걸 제외하고는, 지난 몇 달간 일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했으니까.


작년에 투룸 제작팀 베를린 멤버가 나를 포함해 3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 그날은 베를린 전철이 파업을 하면서 우리 집에 올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빠른 전철노선이 운행되지 않던 날이었다. 시내에 사는 멤버들을 외곽에 위치한 우리 집에 초대하는 건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전철까지 다니지 않아 일정을 미룰까도 생각했다. “그냥 미룰까요?”했더니 다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버스 타고 가볼게요.”라고 했다. 내심 그 말이 반가웠다. 마침 우리 집 엘리베이터도 공사 중이어서 5층까지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말은 멤버들의 사기 유지를 위해 일단 삼켰다.

한국 쌀과 누룩이 원료인 막걸리를 증류해 만든
전통 소주라 그런지 자연스럽고 은은한 누룩의 향이
무척 좋았던 하루 소주
상온에 두고 마시면 그 향이 더 살아나고,
얼음을 넣어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베를린 팀의 첫 오프라인 만남을 위해 만하임에 사는 친구 은지와 상현이 본인들이 직접 빚어 판매하는 하루 소주를 선물로 보내줬다. 이 둘과도 우연한 인연으로 이어져 작년 가을, 투룸 디자인 스튜디오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팀 디자이너들이 소주의 라벨과 로고를 제작했다. 지난 허리케인 시즌에 내놓은 제법 괜찮은 결과물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우리의 일이 이렇게도 확장되는구나!’ 하고 기분 좋게 놀라고 또 희망을 품게 했던 일이었다. 


소주 두 병이 들은 택배박스를 열어 한 곳에 놓고 박스를 정리하니 정혜원 에디터가 초인종을 눌렀다. 강아지 마일로가 소리 지르며 정신없이 반겼다. 혜원과 안부를 나누자 다른 이들도 하나 둘 연이어 도착했다. 나는 슬슬 미리 준비해 놓은 떡볶이 재료를 꺼냈고, 김수지 객원에디터는 푸짐하게 준비한 어묵탕 재료를 가방에서 꺼냈다. 어머니가 독일에 오셨을 때 한아름 가져오셨다는 말캉한 어묵은 이미 곱게 꼬치에 끼워져 있었다. 


“엄마가 가져다주는 식재료는 뭔가 다르지 않아요? 어묵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 타협하지 않은 것을 자식에게 주잖아요.” 


좁은 부엌에 옹기종기 모인 멤버들은 아시아 마트에서 파는 어묵의 절망적인 퀄리티에 대해 논하다가 수지가 가져온 무척 고급져 보이는 한국산 어묵으로 눈을 옮기며 감탄을 연발했다.

  
역시 원고 마감 후에는 매콤한 분식이 최고다.  

함께 차린 상은 어딘지 모르게 휑해 보였지만(알고 보니 김말이와 비건 만두를 깜박하고 뒤늦게 내놓았다.), 테이블을 둘러싼 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먼저 본인의 그릇이 아닌 서로의 그릇을 채웠다. 저마다 잔을 채우고 짠! 을 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의자에 살짝 몸을 늘어뜨리고 앉아 멤버들을 바라보니 이 상황이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동시에 미국과 파리, 한국과 동남아 등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있는 팀원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러자 괜히 마음이 시큰해지려는 것 같아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날 저녁을 채운 이야기는 우리가 투룸매거진을 만들며 인터뷰이들에게 묻고 답하는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전에는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어떤 이유로 이곳에 왔는지,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투룸매거진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지 서로 궁금해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려는 혜원과 수지의 이야기에 이어, 최근 재취업에 성공한 한슬은 독일어로 일하는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현재의 직장에서 수습기간을 무사히 끝낸 현지의 소식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이방인으로 살면서 바쁜 일상의 한 부분을 할애하는 곳이 투룸매거진이라는 건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투룸과 함께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먼 훗날 돌아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우리는 어쩌다 이곳에 모였을까?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회의를 품던 때가 있었다. 그날 저녁, 투룸매거진이 없었다면 (어쩌면) 만날 일이 없었을 얼굴들을 보며 나는 인연의 신기함에 대해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0여 명의 투룸멤버가 한 장소에 모일 날은 언제일지, 그곳은 어디가 될지 상상한다. 그러다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현실적인 결론에 다다르고 만다. 애꿎은 귤을 조금 힘주어 잡는다. 슬랙에 공유한 베를린 팀 단체사진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한다. 


고된 하루 끝에
다시 시작되는
나를 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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