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차린 상은 어딘지 모르게 휑해 보였지만(알고 보니 김말이와 비건 만두를 깜박하고 뒤늦게 내놓았다.), 테이블을 둘러싼 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먼저 본인의 그릇이 아닌 서로의 그릇을 채웠다. 저마다 잔을 채우고 짠! 을 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의자에 살짝 몸을 늘어뜨리고 앉아 멤버들을 바라보니 이 상황이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동시에 미국과 파리, 한국과 동남아 등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있는 팀원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러자 괜히 마음이 시큰해지려는 것 같아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날 저녁을 채운 이야기는 우리가 투룸매거진을 만들며 인터뷰이들에게 묻고 답하는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전에는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어떤 이유로 이곳에 왔는지,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투룸매거진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지 서로 궁금해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려는 혜원과 수지의 이야기에 이어, 최근 재취업에 성공한 한슬은 독일어로 일하는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현재의 직장에서 수습기간을 무사히 끝낸 현지의 소식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이방인으로 살면서 바쁜 일상의 한 부분을 할애하는 곳이 투룸매거진이라는 건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투룸과 함께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먼 훗날 돌아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우리는 어쩌다 이곳에 모였을까?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회의를 품던 때가 있었다. 그날 저녁, 투룸매거진이 없었다면 (어쩌면) 만날 일이 없었을 얼굴들을 보며 나는 인연의 신기함에 대해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0여 명의 투룸멤버가 한 장소에 모일 날은 언제일지, 그곳은 어디가 될지 상상한다. 그러다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현실적인 결론에 다다르고 만다. 애꿎은 귤을 조금 힘주어 잡는다. 슬랙에 공유한 베를린 팀 단체사진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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