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3🧡 Vol 22 . 2023.11.17 ~ 2023.11.23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여성의 '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시를 읽고 쓰기를 좋아해 문인을 꿈꿔 온 17세 소녀. 재판정에서 성희롱 피해를 증언해야 했던 23세의 사회 초년생. 98년생 김현진씨(25) 이야기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시인 박진성씨(45)에게 성희롱을 당한 김씨가 해당 사실을 폭로하고 소송 끝에 승소한 일련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폭로한 지 7년, 그중 절반에 가까운 4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김씨는 숨거나 피하지 않았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6년 10월19일,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 '문단 내 성범죄'를 폭로했습니다. 당시엔 박씨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2015년 그에게 받은 성희롱 피해 사실만 올렸는데요. 박씨는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고 김씨에게 '치료비를 대주겠다' 등 연락을 하더니, 돌연 돈을 노린 '허위 미투'라고 몰아가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사건 초기 박씨는 문단 내 성범죄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승소한 판결을 앞세워, 언론사들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송들에 김씨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박씨는 김씨의 주민등록증을 온라인에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김씨를 향한 무차별적인 2차 가해가 이뤄졌습니다.😡

2019년 10월17일, 박씨가 먼저 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고작 21세였습니다. 민사에 이어 지난해엔 형사소송도 진행됐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민사와 형사 모두 1, 2심에서 김씨가 승소했습니다.👏 박씨는 지난 8일 징역 1년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법원이 어떤 근거로 박씨한테 실형을 선고했는지는 김혜리 기자가 판결문을 꼼꼼히 분석했습니다.

■ 판결문에서 봐야 할 의미

이번 형사 2심 판결에서 의미 있게 볼 지점은 '형식적인 반성'은 감형요소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지점입니다. 박씨 측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했고 선플 달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범행을 뉘우쳤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탁'에 대한 판단도 눈여겨 봐야 할 지점입니다. 공탁은 '금전, 유가증권, 그 밖의 물품을 국가기관(법원의 공탁소)에 맡김으로써 일정한 법률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제도를 뜻합니다. 박씨는 형사 2심 판결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피해배상 명목으로 500만원을 법원에 맡겼습니다. 이른바 '기습 공탁'입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박씨의) 상황 인식은 위험하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공탁했다고 피해자와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겁니다.✨

■ 피해자는 피하거나 숨지 않았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으로 이어진 이번 판결에 큰 역할을 한 건 피해자 자신입니다. 피해자 김씨는 늘 재판정에 출석해 '발언'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2015년 박진성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증언하기 전 늘 이 말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김씨는 "그때마다 언제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성희롱 사실을 폭로한) 2016년부터 계속 해온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제가 인터뷰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한 문장을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까지 너무 많은 고통을 감내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김씨는 자신만의 속도와 언어로 부딪혔습니다. 📌"침묵하지 말고 사과해야 한다. 저한테 사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사회에 말할 필요가 있다"는 김씨 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비겁한 2차 가해자들의 침묵

'성범죄 무고'의 아이콘처럼 떠받들어지던 박씨와, 그에 동조하던 이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경멸스러운 침묵"을 지적합니다.

"각 명망가와 언론, 커뮤니티에서 박진성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소비했는지는 지난 몇 년간 공론장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석하고 전유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검사에 가깝다. 이제 그 검사지를 확인할 때가 됐으나 정작 더는 박진성이라는 이름이 들리지 않는다."

"김현진의 승소가 이어지고 박진성이 결코 무고하지 않으며 교묘하게 피해자를 괴롭혀 왔다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박진성의 이름이 들려오지 않는" 데 대한 마땅한 질문입니다. 칼럼 글은 꼭 전문을 읽기를 추천합니다(!)

이은의 변호사의 분석도 의미 있는데요. 이 변호사는 "비장애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온 가부장제 사회의 법체계 안에서는 '영점'이 잘못돼 있다. 여성의 피해 사실을 의심하고, '그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허위 미투'라며 믿고 싶은 것을 노골화한 결과가 바로 '박진성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를 오히려 '허위 미투 가해자'로 내몬 백래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겠죠.🤬

7년여의 세월 동안 힘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부정당했는지, 그러나 다시 분출될 수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라는 말에 한마디 보태야겠습니다. "2차 가해자들은 사과를"

플랫팀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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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숏컷 여성 알바생 폭행은 혐오범죄"

📌 검찰이 '숏컷(짧은 머리) 여성 아르바이트 폭행' 사건을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유사 사건을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경남 진주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사건을 거론한 겁니다. 대검찰청은 "전형적인 혐오범죄에 해당한다"며 전국 검찰청에 "혐오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동종범죄 전력, 구체적 범행동기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범행동기를 양형의 가중 요소로 삼아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길 것"을 지시했습니다.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최강욱 전 의원 여성비하, 당원자격 정지 조치

📌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곧바로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민주당은 최 전 의원에 대해 당원 자격 정지 6개월 비상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당원 자격 정지는 제명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징계 처분입니다. 민주당 여성위는 성명을 내고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 그 자체가 가부장제 문화가 만든 언어폭력이며 여성의 사회·정치적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초등학교 보내면 끝인 줄 알았는데"…자녀 교육 탓 40대 여성 경력단절 늘어

📌 자녀 교육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이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혼 여성 고용 현황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15~54세 기혼 여성 중 경력 단절 여성은 전년 대비 4만8000명 감소한 134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주로 둔 40대(59만명) 경력 단절 여성은 같은 기간 2000명 늘어났습니다.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 시기에 차례로 찾아오는 경력 단절 위기를 버텨내도 자녀교육이라는 또 다른 벽에 맞닥뜨리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 입주자분들의 '격한' 관심 덕분에 플랫팀 토크 콘서트는 잘 마무리됐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려요.👏👏👏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던 한 분은 "두 시간 넘게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주변 분들을 보면서 목이 괜찮을까 걱정됐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저희 이야기에 같이 공감해주시고 눈 맞춰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분 한분 떠올리면서 후기를 씁니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백래시와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한 입주자분은 "예전에 시민기자 플랫폼에 글 한 번 썼다가 2000개가 넘는 악플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하셨고, "안경을 쓴 여자와 대화를 안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경험을 공유해준 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직장에서 발생하는 백래시에 대한 대응법"을 많이 궁금해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어디서든 백래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막연한 걱정을 넘어 실재적이면서 현실적인 문제이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주옥같은 답변들이 있었는데, 상기하는 의미로 레터에서 한 번 더 공유합니다.💪

임아영 기자 : 거울을 보면서 말하기 연습을 하는 걸 추천한다.

이유진 기자 :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선배들을 찾아가 이야기 해보자.

김서영 기자 :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더라도 "요즘 그런 말 하면 큰일나요" 라는 말로 대응할 수 있다. 혹은 "엄마한테 물어보겠다!(ㅎㅎ)"와 같은 말로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호 나도 해봐야지' 생각했답니다.😂 역시 헛소리는 헛소리로 대응하는 게 최고군! 하는 생각도 하고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입주자분 중 가스라이팅을 겪고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조언을 구하셨는데요. 당일에 시간이 없어 말하지 못했는데,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이게 가스라이팅일까?' 라는 질문은 자기검열이 아니라 '자기보호'를 위한 질문이라고요. 그러니까 마땅히 제기해도 된다고요!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는 건 '잘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토크 콘서트에서 또 지난 레터에서도 전했듯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흔들리면서 더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나보다 더 많이 흔들려 봤을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동시에 나만의 경험을 온전히 들여다보면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한 입주자분께선 "플랫팀이 기사 안 쓰고 존재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될 만큼 큰 힘을 얻었다"고 응원해 주셨는데요.🥹🥹 저희야말로 꽉 찬 힘이 됐습니다. 이렇게 우리 서로의 '존재'가 감사하니, 그저 좋습니다.

플랫팀 전체와 함께한 토크 콘서트에 자리를 빛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좋은 기회에 만나 뵙겠습니다. 🥰💞

🤔[궁금해요] 여성의 '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여성의 헤어스타일을 문제 삼고 폭력을 행사한 사건, 모두 기억하시지요. 오늘 레터에서도 다뤘듯 우리 사회는 그걸 '혐오범죄'라고 말합니다. 지난 레터에서 다뤘습니다만, 저는 '숏컷 여성 폭행'이 가부장적인 시선에 근거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스타일마저 편협한 어떤 기준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한 입주자분께서 피드백을 통해 유튜브 인기영상에서 소비되는 내용 중 유난히 여성 아이돌이 많다고 짚어주셨는데요. 단순히 아이돌의 일상을 담은 게 아니라 춤을 추면서 노출되는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한 영상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불법촬영한 듯한 영상인데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어요.

미디어에서 '여성의 몸을 성적대상화 한다'는 비판은 오래된 지적입니다만,, 유튜브나 인스타를 통한 '콘텐츠 과소비 시장'에서 어쩌면 우리 스스로 계속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소위 '여성성'이라고 하는 외모에 대한 편견 말입니다. 10대 사이에서 '뼈말라(날씬함을 넘어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몸) 다이어트'가 유행한 것도 저는 같은 맥락으로 해석합니다.

이 지점에서 헤어스타일까지 포함해 여성의 '몸'을 대하는 사회 시선을 돌아보게 됩니다. 여성의 '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은 어때야 한다고 보시나요? 편견으로 실제 피해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입주자분들의 이야기 들려주세요. 아래 클릭해 의견 남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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